‘스피치 인사이트’는 국내 언론이 인용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발언과 국내 대중 여론의 SNS를 분석하여 그들의 발언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통해 현재 사회의 이슈가 왜 화제가 되었는지를 분석하며 대중 여론이 해당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당 이슈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논쟁의 대상이 될 대선 후보의 말

지난달 야권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구 민란’ 발언과 민주당 경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이른바 ‘백제’ 발언을 두고, 지역감정을 부추긴 발언이라는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공방은 이제 시작이다.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보도가 시작되면, 각 후보들의 발언을 두고 ‘지역주의 조장’이라거나 ‘차별․비하’ 발언이라는 비난과 토론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시기에 후보의 말 한마디는 하나하나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을 경우,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발언 일부만 발췌하거나 맥락을 제거해서 ‘문제 발언’으로 부각하는 공방도 늘어날 것이다. 이럴 때 언론이 취할 태도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공방만을 따옴표로 퍼 나르는 것이 아니라, 그 발언의 진위 여부와 맥락을 파악하여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다. 또한 언론사의 정파적 입장에 따라 발언을 과장하거나 축소하거나, 아예 은폐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공방’ 처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발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객관적 기준으로 정확히 짚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선거운동 과정에서 다수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는 혐오표현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도지사 후보, 박성호 경남교육감 후보가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대해 당시 지방선거 혐오대응 전국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들은 혐오 표현과 혐오 선동을 중단하고 선관위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당시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혐오표현에 가까운 대선주자의 말이 발생한다면, 언론은 해당 후보자의 유불리를 떠나 그 발언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가에 따라 국민의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도 있고, 혐오표현에 대한 둔감함만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의 ‘백제’ 발언에 대한 공방과 해당 보도들을 보면, 언론사는 물론이고, 정치인과 국민 모두 문제 발언이 무엇인가, 그 발언이 왜 문제인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고 모든 것이 그저 ‘국민 정서법’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역감정’은 혐오표현처럼 비교적 최근에 개념이 등장하여 아직은 많은 국민이 그 개념과 판단 기준을 공유하지 못하는 문제가 아님에도, 발언의 어떤 부분이 어떤 맥락에서 지역주의 조장이라는 것인지 정확하게 분석되지 않은 채, 정치집단 간의 갑론을박만 중계한다는 인상을 준다. 또한 이재명 지사가 한 다양한 말 중에서 ‘백제’가 들어간 문제적 문장 하나만 많이 인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스피치로그 데이터 분석 방식으로 이재명 지사의 ‘백제 발언’이 언론에서 어떻게 인용되었고, 어떻게 소비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해보자

① 중앙일보 7월23일자 보도 <“이낙연, 노 탄핵 관철 행동조였다… 찬성표 던졌을 것”>에 대선주자 인터뷰 기사로 촉발되었다. 중앙일보의 보도 내용은 이랬다.

Q. 약점이 많은 후보라는 건가
A.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 단독출마 했을 때 내가 진심으로 ‘꼭 잘 준비하셔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지율이 매우 잘 나올 때였다.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충청하고 손을 잡은(DJP연합) 절반의 성공이었지 않나.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

Q.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건가
A. “지형이 바뀐 거다. 우리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뭐냐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다.”

② 보도 다음날인 7월24일 오전 9시 경, 시사뉴스는 <네거티브 전면전 이재명 “한반도 5000년 역사 호남주체 통합 없어”>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지사의 발언을 지역감정 조장으로 규정했다. 이 보도는 소제목도 <23일 중앙일보 인터뷰 통해 주장... 노 탄핵 이어 ‘지역감정’ 이슈화>였는데 리드문부터 “지지율 하락으로 곤경에 빠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네거티브 전면에 나서며 급기야 ‘지역감정’까지 꺼내 들었다.”였다.

시사뉴스 보도는 중앙일보에 게재된 이 지사의 발언을 그대로 거의 실은 뒤, “결국 이 지사의 발언은 ‘지역감정 조장’으로 이어질 핵폭탄급 발언으로 평가된다. 한 정치평론가는 “경기교통연수원 모 간부의 이낙연 댓글 활동이 폭로된 이후 이슈를 덮기 위해 이 지사 측의 네거티브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 지사의 이번 인터뷰는 민주당 경선에서 모든 이슈를 덮을 위험한 발언으로 보인다” 평가했다.” 로 마무리된다.

③ 7월24일, 민주당 경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도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두고 이렇게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기는 게 중요한데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는 안 된다. 확장력이 있는 내가 후보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것이냐.”
“노무현 대통령 탄핵 투표까지 꺼내들며 네거티브에 직접 나서던 이재명 후보에게 민주당의 가치는 무엇이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구 민란’ 발언에 대해 ‘지역주의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려는 구태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했던 비판은 이 후보의 진심이 아니냐”
“아무리 경선승리가 중요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④ 7월26일,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 실제 발언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느냐”고 물었다. 녹음파일의 내용은 정확히 이랬다.

“이낙연 당 대표님이 경기도에 오셨을 때, 전당대회 때 단독 출마하면서 오실 때 제가 진심으로 '꼭 잘 준비하시고 가셔서 대선 이기시면 좋겠다’ 이 말씀 드렸어요. 그때는 사실은 지지율이 매우 고르게 잘 나올 때였어요. 제가 그 말씀을 드렸던 이유는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어. 한번도 없어. 단 한번도,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절반의 성공이었죠. 충청하고 손을 잡았잖아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 보니까 이낙연 대표는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아서 이분이 나가서 이길 수 있겠다. 이긴다면 이건 역사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이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 내가 실제로 이렇게 판단했어요”

⑤ 7월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이낙연 전 총리와 인터뷰하면서 어떤 점에서 지역주의 발언이라고 판단했는지 의견을 물었으나, 이 전 대표는 아래와 같았다.

김현정 : “‘딱 들으면 상식적으로 이거는 지역주의 발언이다라는 느낌이 온다’ 그 말씀이세요?”라고
이낙연 : 우선 ‘백제가 전국을’ 이런 식의 접근. 글쎄요. 저는 그게 상식적인 반응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여러 사람이 비판했겠죠.
김현정 : 그 말씀은 ‘백제, 호남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다는, 이런 지역을 언급한다는 자체, 자체부터가 지역주의가 묻어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걸까요?
이낙연 : 아니요. 어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서 확장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는 이런 거 시시콜콜 따지고 계속 꼬리를 물고 싸우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를 않아요. 그런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민중의소리

‘이재명의 말’ 중 무엇이 가장 많이 인용되었을까

스피치로그의 데이터로 기사 속에 이재명 지사의 백제 발언 연관 기사 중에서 어떤 발언이 가장 많이 보도되었을까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다른 발언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라는 발언이 많았다. 해당 발언은 55개 언론사에서 217건 인용되었다. 해당 발언을 많이 인용한 언론사는 뉴스1(16건), 머니투데이(14건), 뉴시스(13건), 데일리안(13건), 서울경제(10건), 한국경제(10건) 순이다. (<표1> 참조)

▲ 표1) 7월16일부터 8월30일까지 이재명 경기도지사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발언 인용건수와 언론사
▲ 표1) 7월16일부터 8월30일까지 이재명 경기도지사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발언 인용건수와 언론사

한편, “이낙연 후보님 측 주장이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주장이 아니라 직접 들으시고 판단하십시오”은 15개 언론사에 30건 인용, “황당할 정도로 답답하다”는 18개 언론사에 20건, “지역주의를 깨자는 선의의 발언을 가지고 내가 조장했다는 식”은 18개 언론사에 17건만 인용되었다. 단순 수치만으로도 이재명 지사의 백제 발언 자체는 언론에 많이 노출된 데 비해서, 그가 말한 반론은 적게 노출된 것이 드러나는 것이다.

▲ 표2) 7월16일부터 8월30일까지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 중 언론 인용건수와 언론사
▲ 표2) 7월16일부터 8월30일까지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 중 언론 인용건수와 언론사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지역주의 조장 발언’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것일까?

2020년 총선미디어감시연대에서는 8조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다. 우선 지역주의 선동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보도와 표현을 하지 않는다. 지역감정 또는 지역 정서를 부추기는 각 정당의 발표나 후보의 발언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가하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지역 간 대립구도에 대해서는 사실 자체는 보도하되 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보도한다.”고 제시했다.

이 기준을 두고 봤을 때,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은 ‘지역감정 또는 지역정서를 부추기는’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맥락을 봤을 때, 지역주의에 기초해서 이낙연 전 총리나 호남을 깎아내리려 했다거나, 본인이 영남 출신임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표를 얻으려고 했다고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논란을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선거 시기에 지역을 강조하는 표현에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후보들은 각 지역을 방문하면서 해당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해당 지역의 의미를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발언은 의도와는 다르게 자칫 지역감정에 호소하거나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것으로 흐를 수 있기에 애초에 언급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말’이 되지 않을까.

 

[개요]
뉴스를 통한 발언 분석 및 SNS 동향을 바탕으로 주간 주요 이슈를 분석
[분석기간]
2021년 8월26일 ~ 9월2일
[용어 설명]
01. 뉴스기사량 : 주요 국내언론에서 해당 후보자의 발언이 언급된 기사량
02. 발언건수 : 동일한 발언을 보도한 기사묶음의 수
[스피치로그 데이터 및 서비스 개요]
01. 분석 매체 : 트위터, 유튜브, 커뮤니티, 블로그, 종합일간지, 방송사, 통신사, 전문지, 온라인매체, 보도자료
02. 수집 매체 (주간조회수) : 뉴스(10억), 트위터(4.5억), 유튜브(1억), 커뮤니티(1억) + 지역 특화 관심매체
[스피치로그 데이터 수집 현황]
01. 뉴스 : 현재 94개 언론사의 5개 섹션(정치·경제·사회·국제·문화) 수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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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는 지역지 중심으로 수집 확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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