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김어준 뉴스공장’을 비판한 출연자가 “비판 발언이 편집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TBS 측은 분량 관계상 편집한 것이지 비판 내용이라서 편집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TBS 라디오 프로그램 ‘아고라’는 지난달 30일 자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평했다. 이날 비평 주제는 ‘뉴스공장의 김어준과 다스뵈이다의 김어준은 분리할 수 있나’였다. 아고라는 TBS 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으로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진행한다.

▲tbs '아고라'. 
▲tbs '아고라'. 
▲정주식 직썰 편집장. 
▲정주식 직썰 편집장. 

이날 토론에는 정주식 직썰 편집장과 이경락 바우컴즈 대표가 참여했다. 방송 이후 정주식 편집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듣기로 들어보니 TBS와 김어준에 대한 비판 발언 대부분이 삭제된 상태로 나갔다”며 “그나마 호의적으로 말한 내용은 전부 담겨있는 걸 보면 분량상 이유로 들어낸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썼다.

정 편집장은 자신이 발언했는데 방송에서 삭제된 ‘김어준 비판’ 대목이 △정치의 온도 변화에 따라 드러나는 김어준의 정파성 △뉴스공장이 ‘진보의 가세연’이라고 불리는 이유 △똑같은 관점 패널들만 우르르 나오는 정치비평 코너 문제 △최근 김어준의 정경심 재판 관련 발언 비판 등이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이경락 박사가 진행자 행태를 점령군에 비유한 발언도 통째로 날아갔다고 폭로했다.

TBS 측 “분량 문제로 편집, 방송 듣고 판단해달라”

TBS 측은 분량 문제로 해당 발언을 편집했다는 입장이다. TBS 시민협력팀 관계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첫 방송이어서 원래 분량보다 길게 녹음을 진행했다. 14분 분량의 방송인데 녹음본이 30분이 나와서 편집이 불가피했다”며 “첫 방송이라 녹음시간을 길게 가졌는데 한정된 시간에 맞추느라 편집한 것이고 실제 방송을 들어보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TBS 관계자는 “방송을 듣고 판단해달라”고 기자에게 덧붙였다. 이 관계자 말은 해당 방송에 비판 발언 역시 담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TBS 측은 이에 관한 공식 입장은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방송에 김어준 비판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해당 방송을 들어보면, 정 편집장이 “김어준씨 팬들은 유튜브 방송에서의 김어준이 ‘100%의 김어준’이라면 뉴스공장 김어준은 ‘50%의 김어준’이라고들 한다. (...) 다만 정치 온도가 뜨거워지면 뉴스공장에서도 ‘100%의 김어준’이 등장한다”, “김어준은 음모론을 계속해서 제기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음모가 증명되지 않았을 때 정정하거나 해명 사과하지 않은 것이 문제”, “(김어준을 통해) TBS가 스피커 크기를 키웠지만 좋은 소리를 내는지는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다.

이경락 대표도 “김어준씨가 정보를 취합하는 정보원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정보원을 다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일부 정보원의 정보에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은 못 느끼는 것 같다”, “김어준씨가 게스트 섭외와 진행 방식에 좀더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TBS

“입맛에 맞는 것만 편집, ‘쇼잉 옴부즈맨’인가”

정 편집장은 분량의 문제가 아닌 의도적 편집이라고 비판한다. 정 편집장은 2일 미디어오늘에 “이번 편집이 제작진 의도에 따라 발췌돼 편집됐다는 의견은 같이 출연한 진행자와 패널도 일치한다”며 “분량 때문인 것처럼, 혹은 출연자가 분량 욕심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요점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점이 분량이 아닌 의도에 따른 편집이냐는 질문에 정 편집장은 “장점이나 호의적 이야기는 모두 들어갔는데 비판에 해당하는 부분만 편집됐다”며 “TBS가 김어준을 이용해 스피커를 키운 것은 성공이었지만, 좋은 스피커가 맞냐고 말하는 부분에서 ‘진보의 가세연’이라는 말을 했다. 가세연이 유튜브에서 영향력이 정말 크지만 좋은 스피커냐는 말을 하며 비유를 든 것인데 방송에서는 편집됐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출연한 이경락 박사가 김씨의 방송 행태를 점령군에 비유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김어준씨가 언론 억압에 맞설 때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정부여당 편에 서서 정파적 방송을 하니 ‘점령군과 같은 행태’라고 말했는데 방송에서 편집됐다. 당시 김준일 진행자가 ‘이거는 좀 센 말씀 아닌가요?’라고 말했는데 이것 역시 편집됐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센 발언’이라고 지적할 정도의 비판 발언을 제작진이 편집하는 것은 편집권에 해당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정 편집장은 “센 발언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라디오 이용자 실태 조사를 인용해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는 것을 성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한 발언과 그 외 비판 발언도 삭제됐다”며 “강한 비판 외에도 비판 발언들은 말 중간중간 편집됐고 호의적 말은 전부 들어갔다”고 말했다.

정 편집장은 “TBS 옴부즈맨 프로그램 출연 제안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니 TBS가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자리라고 생각했고, 쓴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호의를 갖고 출연했다”며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발언만 내보내고 분량 문제라고 하는 것은, 옴부즈맨 프로 자체에 대한 취지를 의심스럽게 한다. 그저 TBS는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쇼잉 옴부즈맨’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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