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공개된 웹툰 기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D.P’가 인기 콘텐츠 순위 1위에 올랐다. D.P는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D.P(Deserter Pursuit)는 탈영병 잡는 체포조를 의미한다. D.P는 지난 201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D.P를 보다 보면 내무반 TV에서 흘러나오는 그룹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군 6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발언을 들을 수 있다.

▲웹툰 기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D.P’ 관련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페이스북
▲웹툰 기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D.P’ 관련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페이스북

2014년 군 가혹행위 보도량 살펴보니 3787건

D.P는 과거 군대를 조명하는 단순한 시대물은 아니다. 적나라한 군대 내 가혹행위를 담아낸 드라마다. 선임이 후임에게 침을 먹이려 하는 장면이나 부모님에게서 온 편지를 공개적으로 읽으며 망신 주는 내용, 코골이가 심한 후임병에게 방독면 씌우고 물고문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국방부는 D.P 흥행이 내심 불편한 모습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조선일보를 통해 “극한의 가혹행위 묘사가 판치는 드라마를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니 난감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며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언론이 기록하고 있는 2014년은 군 가혹행위로 가득했다. 2014년은 육군 28사단에서 후임병을 구타해 숨지게 한 ‘윤일병 폭행 사망 사건’, 22사단에서 집단 따돌림 등을 견디지 못해 무장 탈영한 병장이 총기를 난사한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해다. “군대 가서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발언이 SBS 메인뉴스에 보도되던 해이기도 하다.

▲2014년 월별 군 가혹행위 관련 주요 언론사 54곳 기사량.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2014년 월별 군 가혹행위 관련 주요 언론사 54곳 기사량.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당시 언론 보도량을 살펴보면 어떨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주요 언론사 54곳은 2014년 군 가혹행위 관련 총 3787건의 보도를 했다.

이는 최근 10년간(2011년~2020년) 군 가혹행위 관련 기사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수치상으로 다른 해들에 비해 독보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시기다.

2014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들의 평균 기사량은 473건에 그친다. 2014년 쏟아진 기사량은 지난 10년 평균보다 8배가량 높았다.

“D.P는 오히려 군 가혹행위 ‘톤 다운’해 제작”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1년 1012건 △2012년 424건 △2013년 254건 △2014년 3787건 △2015년 835건 △2016년 370건 △2017년 401건 △2018년 255건 △2019년 338건 △2020년 364건이다.

2014년 월별로 살펴보면 △1월 24건 △2월 37건 △3월 73건 △4월 13건 △5월 19건 △6월 96건 △7월 55건 △8월 2306건 △9월 481건 △10월 287건 △11월 219건 △12월 177건이다.

8월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던 시기다. 윤 일병은 4월 숨졌지만 언론에 공개된 것은 7월30일이었다. 당시 KBS는 “[단독] 상상초월 군 가혹행위…‘물고문-치약고문’”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윤 일병 사망 사건을 전했다. 다음날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에 나서며 자세한 소식을 전했고 관련 사건에 대한 조명과 재판에 대한 기사가 연말까지 이어졌다.

▲웹툰 기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D.P’ 관련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페이스북
▲웹툰 기반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D.P’ 관련 이미지.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페이스북

군 전문가들은 군 가혹행위의 암흑기로도 불리는 2014년을 조명하는 것을 국방부가 회피하기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D.P 인기에 난처함을 표하는 태도 자체가 현재까지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군 가혹행위에 대한 책임감 부족이라는 비판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히려 D.P는 실제 군 가혹행위와 관련해 ‘톤 다운’(수위 조절)된 상태로 제작된 것”이라며 “2014년 당시에는 (조선일보에 전한 군 관계자와 달리) ‘호러물’ 수준의 가혹행위들이 있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도 휴대폰 사용 등을 통해 가혹행위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이는 껍데기만 바뀐 착시현상”이라며 “국방부가 당황해하는 것 자체가 아직도 변화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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