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BS ‘펜트하우스2’에 대해 ‘폭력 묘사’와 ‘어린이·청소년 시청자 보호’ 등 방송심의규정을 적용해 법정제재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의결했다. ‘펜트하우스’는 지난 1월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 폭력 묘사 장면을 이유로 법정제재 ‘주의’를 받은 바 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이광복)는 2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2 2월20일과 3월20일 방송분을 심의한 결과 2건 모두에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펜트하우스2는 지난 2월20일 방송분에서 고등학생들이 동료 학생에게 다량의 음식을 먹도록 강요하고 이 모습을 촬영하는 장면, 화장실에 감금하는 장면, 폭행한 뒤 계단에서 밀치는 장면 등을 방송했다. 이 방영분은 이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됐다. 방송심의규정 36조1항(폭력 묘사)와 44조2항(어린이·청소년 시청자 보호) 위반이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SBS ‘펜트하우스2’ 2월20일, 3월20일 방영분 일부
▲SBS ‘펜트하우스2’ 2월20일(아래), 3월20일 방영분 일부

심의위원 가운데 3명(이상휘·윤성옥·이광복)이 의견진술, 2명(정민영·황성욱)이 ‘문제없음’을 밝혀 의견이 갈렸으나 다수의견으로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이상휘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상식을 파괴하는 연출이었다.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자극적으로 시청률을 도모하는 형태”라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은 “똑같이 당하는 학생들도 이 장면을 꽤 많이 볼 텐데, 그 친구는 그걸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이 들었다”며 “제작진 얘기를 들어볼 사안”이라고 했다.

‘문제없음’ 의견을 낸 정민영 위원은 “비평할 수는 있겠으나 심의규정 위반으로 보고 제재할 일인지 의문이다. 보도·시사 아닌 드라마는 창작의 영역”이라고 했다. 황성욱 위원은 “시즌1에서 제재 나온 사안은 생명권 침해와 관련한 고문 장면이었다”며 “이번 건은 줄거리와 주제 맥락상 용인되는 장면이 아닐까”라고 했다.

펜트하우스2는 지난 3월20일 방송분에선 ‘주단태’가 배우자(천서진)에게 성관계를 강제하는 결혼 매뉴얼을 강요하는 장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끌고 가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 트로피 조각으로 ‘배로나’의 머리를 찌르는 장면 등을 방송했다. SBS는 이를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한 뒤 일부 장면 2곳을 삭제해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

해당 방송분엔 4명 위원이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민영 위원만 ‘문제 없음’ 의견을 유지했다. 정민영 위원은 “창작자의 표현 자유를 생각하면 ‘왜 저렇게까지 하나, 저것보다 순화할 수 있지 않을까’가 아닌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인지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19세 이상 시청가였다는 점과 재방 시 극단적 장면을 편집한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의견진술은 방통심의위가 법정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방송사 관계자가 나와 제작 경위를 밝히는 절차다. 법정제재를 받으면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감점을 받는다. 

▲지난 1월 SBS ‘궁금한이야기 Y’ 방영 당시 시청자게시판 일부 캡쳐
▲지난 1월 SBS ‘궁금한이야기 Y’ 방영 당시 시청자게시판 일부 캡쳐

방송소위는 이날 성폭력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을 반복해 내보낸 SBS ‘궁금한이야기 Y’에 의견이 갈린 끝에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궁금한이야기 Y’는 지난 1월22일 85세 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한 마을 이장을 고소했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다루며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정민영·윤성옥 위원은 의견진술을 주장했다. 윤성옥 위원은 “성폭행 장면을 CCTV로 이렇게 공개하는 방송이 없고, 만약 있다면 그간 제재가 있어왔다. 이런 정도의 화면을 방송에서 허용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제작자는 피해자가 당할 고통이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시청자는 그 피해가 이뤄지지 않는 선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 위원은 “마을 골목과 집 전경을 거의 모자이크 없이 보여줘 공개한 것도 문제”라며 “방송이 2차가해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했다.

정민영 위원은 “(CCTV 영상이) 불기소가 적정했는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이자 증거이기에 일부 소개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여러 차례 반복해 방송한 건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기대 선정성을 보인 게 아닌가”라고 했다.

3명의 위원은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의견 제시’를 주장했다. 이상휘 위원은 “이 방영분은 진행자가 끝무렵 ‘당신에겐 이 장면이 어떻게 보이느냐’고 묻는 게 핵심이다. CCTV 장면을 보고 시청자의 객관적 판단을 묻는 것”이라며 공익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황성욱 위원도 “‘과연 이게 무혐의 사안이냐’고 문제 제기하는 방송이다. 장면을 보여줄 불가피한 요소가 있었다”며 “한두 번 정도 보여줄 장면을 여러 번 방영했다는 면에서 2차 피해 측면을 생각해 의견제시”가 적당하다고 했다. 이광복 위원도 이에 동의해 다수 의견으로 의견제시가 결정됐다.

한편 방송소위는 지난달 31일 회의에선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갑질 의혹을 보도한 JTBC 뉴스룸에 방송심의규정 14조(객관성)을 적용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JTBC ‘뉴스룸’은 지난 4월12일 김 장관이 8년 전 농식품부 국장 재직 당시 작가 경력이 있는 직원을 뽑아 아들의 대입 자기소개서를 쓰게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해당 사건은 보도에 앞서 무혐의로 종결처리됐다. 3인(이광복, 윤성옥, 황성욱) 의견진술, 2인 권고 의견으로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방송소위는 또 지난 3월 8~11세 아역배우들이 어머니 살해 현장과 절단된 신체를 목격하는 장면, 어머니가 아이의 목을 조르는 장면 등을 내보낸 tvN 드라마 ‘마우스’에 방송심의규정 45조(어린이·청소년 출연자 인권 보호) 1·2항을 적용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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