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시나위 리더 신대철은 뜻하지 않게 ‘저격’을 당했다. 지난달 23일 온라인에 첫 선을 보인 중앙일보 기획 ‘나는 저격한다’의 다섯 번째 샌드백이 된 것이다.

신씨를 과녁 정중앙에 올린 인물은 헤비메탈 그룹 ‘피해의식’의 리드보컬 최일환(37·일명 크로커다일)씨. 최씨는 신씨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음악시장에서 각종 특혜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신대철은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10여년간 벌여온 시민단체 족벌화 작업의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하다”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그러나 신씨와 정치권의 유착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근거는 칼럼에서 찾기 어려웠다. 신씨는 이와 같은 주장에 명예를 훼손 당했다며 최씨를 고소·고발했다.

저격 기획을 주도한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미래를 이끌어갈 2030세대가 권력을 쥐고 있는 586세대를 비롯해 지금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를 향해 도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저격’ 칼럼을 8월23일부터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2030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기존의 상식을 바꿔야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시작은 지난달 23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겨냥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저격이었다. 당장 류 의원이 할 말을 했다는 지지와 보수신문 프레임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이 충돌했다. 

▲ 중앙일보 9월2일자 20면.
▲ 중앙일보 9월2일자 20면.

최씨의 ‘신대철 저격’ 칼럼은 나흘 뒤인 27일 공개됐다. 그는 신씨를 ‘관변 로커’로 지칭하며 “자본의 더러운 손아귀에서 음악인들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내세운 의로운 음악가는 결국 얼마 안 되는 관의 보조금이나 타 먹으며 방구석에서 SNS 관변 메시지나 올리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조롱했다.

신씨는 최씨의 칼럼을 읽고 중앙일보에 분노했다. 중앙 일간지가 인신 공격에 가까운 일방의 주장과 비난을 걸러내지 않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그의 문제 의식이다. 신씨는 칼럼이 공개된 지난달 27일 안혜리 논설위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신대철 : “안녕하세요. 신대철입니다. 귀사가 기획한 저격 시리즈 중 최일환이라는 자가 쓴 ‘후배 위한 나훈아 희생, 신대철은 알면서 왜 탐욕으로 몰았나’ 잘 읽어 보았습니다. 이런 허구의 글을 어째서 권위 있는 매체에서 실어주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최일환은 이미 저에게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민·형사 고소, 고발을 당한 상태입니다. 법원에서 계좌 압류 또한 이유 있다고 판결해 줬습니다. 여전히 허위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최일환과 그의 주장을 실어주는 중앙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나훈아 공연이 저 때문에 취소된 것이 아님에도 마치 나의 영향으로 취소됐다는 표현은 허위 입니다. 방역 당국이 취소 시킨 겁니다. 또한 서울아레나의 자리를 노린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주장하는 것인지 그 논거를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나훈아의 부산 공연은 1일1회가 아니었으면 3일간 2회씩 총 6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으며 총 2만4000명의 관객이 들어갈 예정이었으며 공연장소인 백스터는 전문 공연장이 아니며 전시관입니다. 1만2000명의 관객이 들어갈 곳에서 3분의1의 관객인 4000명의 관객만 받겠다고 한 건 꼼수 아닌가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오면 그냥 집으로 갑니까? 그게 무슨 공연 활성화를 위한 것입니까?”

안혜리 : “네. 잘 알겠습니다. 반박하시는 내용도 저희 사이트에 그대로 싣겠습니다. 글을 추가로 보내주셔도 좋고 아니면 이 글을 직접 댓글에 올리셔도 좋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신대철 : “논의해 보겠습니다.”

▲ 뮤지션 신대철. 사진=미디어오늘
▲ 뮤지션 신대철. 사진=미디어오늘

신씨는 지난 7월 코로나19 확산에도 공연을 강행하고 있는 선배 가수 나훈아를 비판했다. 후배들은 소규모 공연도 취소하는데, 가왕 나훈아는 자제하는 미덕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최씨는 중앙일보 칼럼에 “나훈아가 공연을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그에게 딸린 수십 명의 스태프의 생계유지, 그리고 그러한 대규모 공연을 문제없이 성사시킴으로써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었을 것”이라며 “신대철의 나훈아 비난이 한몫해 나훈아 콘서트는 결국 취소됐고, 겨우 소생하려고 하는 공연계 역시 한꺼번에 주저앉았다”고 비판했다.

신씨는 고심 끝에 중앙일보에 반박 기고를 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기획의 장삿속에 장단을 맞춰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신 그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오늘에 “중앙일보는 일간지 아닌가. 칼럼이면 게이트키핑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 일단 마음대로 누구를 비난하게 한 다음 불만 있으면 당신도 이 판에 참여하라는 식의 기획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신씨는 “누구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 기반 위에서 해야 한다”며 “최씨처럼 저격하면 나로서는 해명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입장에서는 절박한 문제인데, 중앙일보 입장에서는 단순한 ‘남의 일’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불공정한 ‘저격 플랫폼’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신씨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른음원협동조합(바음협)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음원 시장 불균형을 해소하고 음악인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거창하게 출범했지만 본인 취미생활만도 못한 소소한 음원 유통 서비스 말고는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씨는 “바음협은 디지털음악유통의 최저 수수료를 실현하고자 했다. 타 유통사에 비해 50%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만 2571곡을 신규 또는 이관으로 유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씨는 “바음협은 2014년 설립 이래 디지털음원시장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싸워왔다. 정부 당국에 유통과 배분 개선을 요구해왔고 거대 음원 플랫폼의 수수료율을 40%에서 35%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한 뒤 “올해부터는 할인율 폐지라는 업계의 숙원을 이뤄냈다”며 “바음협 성과가 저조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신대철의 다음 목적지는 2만 석 규모로 2024년 완공하는 서울 아레나”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신씨는 “아레나는 워낙 규모가 커서 민간 대기업이 기부채납 형식으로 20년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면 그들이 운영의 주체가 될 것이다. 최씨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신씨는 중앙일보 기획에 “‘나는 저격한다’ 코너는 중앙일보가 젊은이들을 불쏘시개로 쓰면서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기획”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언론이 나서서 ‘저격’이라는 자극적 언어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야 하는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언론이 장사를 해먹자고 덤비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신씨는 최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최씨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모욕죄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또 최씨를 상대로 채권 가압류도 신청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달 19일 신씨의 손해배상 청구채권 3000만원을 보전하기 위해 최씨의 은행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결정했다. 

▲ 최일환(37·일명 크로커다일)씨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권과 유착관계인 신대철씨가 음악시장에서 특혜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유튜브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 최일환(37·일명 크로커다일)씨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치권과 유착관계인 신대철씨가 음악시장에서 특혜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유튜브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안혜리 논설위원 입장도 들었다. 안 위원은 2일 미디어오늘에 “게이트키핑이 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바음협과 관련, 아주 작은 유통사도 보통 수만 곡을 유통한다. 또 수수료를 받는 이유는 유통뿐 아니라 홍보 등 많은 다른 서비스 때문인데 바음협은 비단 유통하는 곡이 적어서가 아니라 이런 부실한 서비스 탓에 많은 뮤지션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 위원은 “나훈아 콘서트를 신대철씨가 직접 취소시켰다고 한 바가 없다”며 “방역 당국 허가를 받아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진행 중이던 공연이었는데, 신대철씨 비판 후 취소됐고 이런 면에서 한몫을 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전했다.

안 위원은 “서울 아레나에 관해서도 신대철씨가 아레나 분과장으로 참여해 세부 기획 등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정황을 놓고 공연계에 뒷말이 나오는 걸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안 위원은 “신대철씨가 궁금해하는 걸 왜 미디어오늘에 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신대철씨에게는 분명 사실과 다르거나 주장할 게 있으면 얼마든지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며 “반박을 원하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중앙일보에 직접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은 신씨가 중앙일보 기획을 비판한 데 대해 “갈등과 분열 조장이 아니라 오히려 세대간 소통의 창이 열린 거라고 설명하고 싶다”며 “그동안 2030은 실제보다 과소 대표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적었다. 그런 2030에게 자기 얘기를 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세대는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생각의 간극을 좁혀보자는 게 이 시리즈 취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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