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연기에 합의한 직후부터 첨예한 대립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추석이후 27일 본회의 처리가 우선인 반면, 국민의힘은 합의가 전제이며 독소조항들은 반드시 모두 폐기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민주당의 일부 지도부는 여야 언론중재법 협의체 활동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려서는 안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는 26일까지 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할 8인 협의체 여당 의원으로 김용민 김종민 의원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두분은 전현직 최고위원으로 김용민 의원은 현직 미디어특위 위원장 및 위원으로, 당내 최고 미디어전문가”라며 “두 분과 상의해 남은 언론계와 학계 전문위원은 대표성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로 신속하게 추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최형두 전주혜 두 의원을 협의체에 포함시켰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협의체 활동과 관련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결론내려야하는 만큼 협의체에서는 더 치열한 논의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계가 요청하고 있는 사실적시명예훼손죄 존치여부도 논의해 나가겠다”며 “언론개혁은 이제 시작으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1인미디어 가짜뉴스 방지, 포털공정화 등도 이제 가짜뉴스피해구제법과 함께 정기국회에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의 이후 백브리링에서 “추석 이후에 언론중재법도 처리될 예정이고 그 이후에 국감이 예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 원내대변인은 협의체에 활동할 2명의 전문가 추천일정을 두고 “오늘까지, 내일까지 이렇게 (정해놓고) 추천하진 않고. 논의중에 있다”며 “빠른시간 내에 특위 구성을 마치고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특히 협의체에 포함된 김용민 의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활동을 두고 “원점으로 돌리고자 하는 정략적 시도까지 허용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국회의장님도 9월 27일 법안처리 약속을 반드시 이행시켜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가 대다수 국민의 분노를 일부 강경파라 치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여야협의체 활동은 법안의 합의안 도출이 전제이며, 이를 위해 미리 민주당이 독소조항을 스스로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관련 ‘고의중과실 조항 삭제’에 대해 다시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취지로 언급했다”며 “협의체와 대화가 건설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UN과 여러 언론단체가 우려를 표시한 해당 조항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민주당이 포기를 선언하는 게 합당하다. 조속히 해당 독소조항 포기를 선언해달라”고 촉구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악법은 아무리 분칠을 해도 악법일 뿐”이라며 “한두 곳 고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8인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라며 “곧 가동되는 ‘8인 협의체’는 언론재갈법의 폐기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세계인권선언 등을 위배한다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낸 점을 들어 “국격 훼손이며, 국제적 망신”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출신인지도 의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가을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이라도 하려거든 더더욱 ‘언론재갈법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김용민 김종민 의원을 협의체에 넣은 것을 두고 “악법을 주도한 김용민, 악법의 ‘묻지마 법사위 처리’를 주장한 김종민 의원을 협의체에 넣었다”며 “악법의 일방‧강행 처리를 국민들 추석 밥상에서 일시적으로 슬쩍 빼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 언론의 자유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협의체는 ‘언론재갈법 영구 폐기’부터 선언하고 언론의 자유와 책임, 법의 실효성을 함께 높이는 사회적 합의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같은 당의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내놓은 논평에서 협의체 활동의 성격을 두고 “8인 협의체는 언론중재법 처리를 위한 시간 끌기, 명분 쌓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독소조항 가득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숙의 과정을 거치라는 민의를 엄숙하게 받드는 협의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언론계, 학계, 법조계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8인 협의체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의견을 담아 논의하는 진정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합의안 도출을 전제로 협의체가 모든 일정을 가동해 나가야 하며, 독소 조항의 위헌적 요소는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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