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명된 이석래 KBS 이사가 이른바 ‘국정농단’ 보도를 가짜뉴스로 치부하고 현 정권을 망가뜨려야 한다고 주장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렀다.

이석래 KBS 이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정권은) ‘가짜뉴스’가 없다면 절대 탄생할 수 없는 정권이라고 생각한다. ‘최순실’이라는 가짜뉴스를 생산해서 가짜를 진짜로 만들어서 탄핵을 하는 과정이 없었다면 이 사람들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의 ‘언론독재법 철폐투쟁을 위한 필리버스터’ 자리에서다.

그는 이어 “앞으로 문재인 정권은 처참하게 망가질 것이다. 저도 거기에 앞장설 것”이라며 “코로나 끝나면 대한민국 곳곳에서 문재인 정권 퇴진, 정말 처참하게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했던 탄핵보다 더 깊은 탄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이석래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KBS 이사에 내정된 신분이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이사 임명이 확정됐다.

▲이석래 신임 KBS이사가 지난달 3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팬앤TV'
▲이석래 신임 KBS이사가 지난달 3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팬앤TV'

KBS 내부에선 이 이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1일 성명을 내어 “이석래 이사는 정권을 되찾기 위해 이사회에서 무엇을 할 심산인가. 본인만의 정견과 판단이 있더라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며 “이석래 이사는 사장 선출과 관련된 모든 이사회 업무에서 알아서 빠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 이사회를 향해서도 기자협회는 “이석래 이사를 사장 선출과 관련된 모든 절차와 업무 과정에서 배제하고 스스로 깨끗함과 공정함을 증명하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비상쟁의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이 이사 발언은) 본인이 KBS 이사로 임명될 수 있도록 힘써준 누군가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또한 이사 재임 기간 동안 특정 정파의 이익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충성 맹세이기도 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이사 선임권을 흔들며 충성 맹세를 끊임없이 강요하는 당신들, 이사회가 정당 꼭두각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당신들이 바로 공영방송을 뿌리부터 망가뜨리는 주적들”이라 주장했다.

이들은 “이석래 이사는 탄핵의 정당성과 국정농단 관련 법원 판결을 부정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시켰다. 방송법을 선명히 거스른 이사가, 공적 책임을 다하려는 KBS 구성원의 운명을 의결해서는 안 된다”며 “이석래 씨가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 이 씨는 사퇴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KBS 신임 이사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부터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오는 6일 첫 이사회가 열릴 전망이다. KBS본부 비상쟁의대책위는 이 이사 발언에 대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이 이사에 대한 비판 입장을 이사회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