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MBC ‘100분 토론’ 출연 취소를 사과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본인이 불참한 당위성을 주장할 뿐 실질적인 사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30일 송영길 대표와 출연 예정이던 ‘100분 토론’ 제작진에게 생방송 40여분 전 불참을 밝혔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시키려 한다는 이유였다. 국회에서 만난 기자가 ‘MBC는 (100분토론 취소되면) 뭘 내보내느냐’ 묻자 “동물의 왕국”이라 답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사기도 했다. 이에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성명을 통해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준석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 “MBC 노조의 사과 요구에 답하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제 야당 대표 이준석은 ‘백 분 토론’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는 당연히 강행처리에 저항하는 우리 당 의원님들의 무제한 토론보다 백분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면서 “어제 오후 이른 시점부터 민주당이 강행처리 시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고 했다. 제작진에게 참석이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며 ‘40분 전 불참 통보’라는 비판도 사실상 반박했다.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당시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는데 토론 참석을 취소했다는 지적엔 “민주당은 명백히 토론 진행 중에 강행처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고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는 “5시부터 반복된 4차에 걸친 협상 끝에 민주당과의 잠정 합의안이 도출된 것은 저녁 10시30분 경이었다. 방송 시작 시간인 10시 30분을 지나서 당일 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며 “잠정합의안이 나오기 전까지 민주당 내 분위기는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여야 합의를 중재한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난한 사례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 글은 “헌법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해량 바란다”는 입장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무리한 입법을 강행한 여당과 청와대를 규탄한다. 또한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시청자 및 방송사와의 약속을 오롯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다시 한번 토론 불참에 대해 사과드리고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MBC노조의 노력을 우리 당은 적극 응원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당일엔 오후 5시가 넘어갈 무렵부터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으로 본회의 상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토론 불참으로 시청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판단할 기회가 사라진 데 대한 사과, ‘동물의 왕국’을 틀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사과 요구에 답하겠다’며 사과로 끝난 글에 정작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던 셈이다.

MBC 내부에서도 “사과치고는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상준 MBC본부 사무처장은 “방송과 정치적 부분을 연계시켰던 것에 대한 사과는 없는 것 같다. 본인의 이야기만 한 걸로 사과를 갈음한 걸로 보인다”며 “노동조합 노력을 응원해준다는 말은 감사하긴 한데 그보다 앞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불참을 ‘언론 자유를 위한 선택’으로 표현한 데 대해서도 박 사무처장은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고맙지만, 정치적 의도로 방송 출연을 생각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와는 맞지 않다”며 “언론의 자유는 시청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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