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열어 2022년 정부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8.3% 늘린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는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가 정부의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400조원에 불과했던 본예산 규모가 5년 만에 200조원 이상 더 늘어났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긴 하지만, 사상 최대 내년 예산안과 1000조원이 넘는 국가채무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서울신문 등은 초슈퍼 예산안이라며 우려했다.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년 예산 편성액이 인색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1일자 중앙일보 3면.
▲1일자 중앙일보 3면.
▲1일자 경향신문 4면.
▲1일자 경향신문 4면.

사상 최대 내년 예산에 조중동 “방만” 한겨레경향 “인색”

한국일보는 1면에서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는 ‘마이너스 재정’을 3년 연속 이어온 탓에 나라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50.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착한 부채론’이 문 정부 확장재정 기조의 이유지만, 단기간에 나라 빚이 과도하게 늘어 차기 정부 재정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 피해지원 등을 위해서였다지만,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으로 재정 운용 여력을 떨어트린다는 비판도 거세다”고 지적했다.

▲1일자 한국일보 1면.
▲1일자 한국일보 1면.
▲1일자 조선일보 4면.
▲1일자 조선일보 4면.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서 “내년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36%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격의 현금성 복지 예산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올해 30조1000원이었던 일자리 사업 규모는 내년에는 3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저출산 대책 예산도 현금성 지원 위주로 짜였는데, 출생아 1명당 축하금 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생후 2년간 매달 영아수당 30만원이 지급된다. 영아수당은 2025년까지 점점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이대남’(20대 남성)을 위한 예산도 크게 늘어났다. 병장 월급이 67만6000원으로 11% 인상된다.

반면 경향신문은 1면에서 “코로나19로 양극화가 확대된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취약계층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돈줄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1일자 아침신문 1면.
▲1일자 아침신문 1면.

경향신문은 이어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재정수입은 올해보다 13.7% 증가한 548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로 기업실적과 민간소비, 투자, 수출입 등이 회복세를 보이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총지출 증가율은 8.3%에 그쳤다. 총지출 증가율을 보면 2020년 9.1%, 2021년 8.9%에서 내년에는 더 낮아지도록 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1면에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격차 완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 세수가 크게 늘어 재정수지도 조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수 증가 효과는 한 해에 그치고, 격차 완화를 위한 재정 투입은 여전히 소극적이란 비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대선용 포퓰리즘” VS “코로나19 빈곤·격차 해소 어려워”

한겨레는 사설에서 “총액 증가율을 보면 정부가 나름 애를 썼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고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직결된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오히려 이전 보다 낮아졌다”고 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저소득계층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는 “현재 저소득계층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2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5만원으로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2분기의 163만원과 비슷하다. 그나마 공적 이전소득이 49만원에서 59만원으로 늘어난 덕이다. 경기 회복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취약계층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한국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양호한 데다 팬데믹 와중에 재정 지출도 적었다. 세수마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의 확장 재정은 총수요 확대와 경기 회복, 성장률 상승,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단초가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올해 본예산에 두 차례 추경을 더한 것보다 적은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두고 적극적인 확장책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했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매일 2000억원 빚내 돈을 펑펑 써 놓고 다음 정부에 씀씀이를 줄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해 “2017년 401조원 규모 예산을 물려받은 정부가 5년 만에 51%나 늘어난 초팽창 지출 구조를 만들어놨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니 더 적극적으로 세금을 뿌리겠다고 작심한 듯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가 상상도 못했을 만큼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해왔다. 집값을 사상 최대로 올려놓더니 국민 세금은 마치 헬리콥터로 살포하듯 펑펑 써왔다. 그 결과 내년 나랏빚은 1068조원으로 GDP의 50.2%에 이를 전망”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 국민 중에 ‘국가부채 1000조원’을 생각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게 현실이 됐다. 5년간 408조원 빚을 냈다면 하루 평균 2235억원씩 부채를 진 것이다. 정말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래 놓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지 않도록 2023년 이후 재정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억제하도록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명시했다. ‘우리는 펑펑 쓸 테니 다음 정부는 씀씀이를 줄이라’는 것이다.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1일자 동아일보 사설.
▲1일자 중앙일보 사설.
▲1일자 중앙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에게는 부채를 줄이라며 생계 자금 대출까지 막아놓고 정부는 빚을 내 펑펑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뿌리는 돈이 결국 세금이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재정 낭비를 넘어 재정 탕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돈을 펑펑 쓰고는 2023년 예산부터는 증가율을 5% 이하로 낮추겠다며 재정 건정성 확보 의무를 차기 정부에 떠넘겨버렸다. 빚더미를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부 탓에 국민 시름만 깊어진다”고 했다.

언론중재법 본회의 연기에 한겨레경향 “언론도 자기 개혁해야”

여야가 지난달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오는 27일로 미루기로 했다. 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언론중재법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기로 했다. 언론중재법 협의체는 8명으로 구성되는데, 여야 의원 2명씩과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 2명씩으로 구성된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려다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언론중재법 협의체를 꾸려 논의 후 한 달 뒤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지만, 대부분의 신문은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다만 여야가 시간을 벌긴 했으나 촉박한 시일 내에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큰 반발을 부른 개저안의 여러 독소조항을 고집하면 협상이 결렬될 게 뻔하고 본회의에서 이를 단독으로 처리하면 더 큰 파국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일자 조선일보 6면.
▲1일자 조선일보 6면.
▲1일자 한국일보 사설.
▲1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어 “8인 협의체는 양당 의원 각 2명과 각 당이 추천한 언론계 및 관계전문가 2명씩으로 구성된다. 무엇보다 민주당 지도부가 여야 합의 정신을 살리려면 이번 개정안을 주도한 강경파 의원들을 8인 협의체에 참여시켜선 안 된다. 주먹구구식 용어와 위헌적 발상 등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개정안을 만들어 파문을 일으킨 이들에게 다시 협상을 맡기는 것은 이번 논란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이 연기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장을 향해 ‘GSGG’라고 쓴 김승원 의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법안 상정 무산 책임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돌리며 욕설 메시지를 적은 것만 봐도 이들이 또다시 강성 지지층을 부추겨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했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한겨레 사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1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언론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 개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언론도 오보·횡포를 제때 바로잡지 못해 불신을 키워온 것을 통렬히 자성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문제 보도를 지양·회피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언론계의 책임 또한 무겁다. 언론이 신뢰가 아닌 조롱의 대상이 될 동안 모습조차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언론 규제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누가 봐도 미덥지 않다. 모처럼 맞이한 언론개혁 국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려면 자기 개혁에 대한 각오를 더욱 단단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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