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MBC ‘100분토론’ 출연 취소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MBC본부는 31일 성명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자에게 당대표라는 자리는 과분하고 버거운 자리일 뿐”이라 비판을 높였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30일 출연하기로 했던 ‘100분 토론’ 제작진에게 생방송 40여분 전 불참을 통보했다고 전해진다. 이날 이준석 대표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주제로 토론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본회의에 이 법안을 상정시키려 한다며 ‘토론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날 양당 원내대표 협상이 이어지면서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음에도 토론은 무산됐다. MBC본부는 “이준석 대표는 그 이후에도 제작진의 출연 요청을 거절했다. 전국민 앞에서 자신이 내건 전제 조건을 스스로 다시 뒤집으면서까지 끝내 ‘100분토론’을 결방시킨 것”이라며 “이는 처음부터 의도된 출연 불발과 프로그램 결방이 아니었는지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나아가 MBC본부는 “이 대표는 실제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협상) 결과 나오는 것 보고 토론 불발로 판을 키워야지’라고 말해 공영방송 토론프로그램을 저열한 정치적 도구와 협상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음을 자인했다”며 “이 대표는 또 ‘그럼 MBC는 뭘 내보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동물의 왕국’이라고 답하며 토론을 기다렸을 시청자들을 대놓고 무시하고 모독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의 행동이 “방송사 제작진을 상대로 한 ‘갑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MBC본부는 “‘젊은 보수’를 내세우며 기득권 정치인들의 구태와 구습에 대한 비판을 디딤돌 삼아 지금의 당대표 자리까지 올라온 자가 이제는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들이 얼마나 가볍고 얄팍한 레토릭에 불과했는지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며 “이준석 대표의 머릿속에는 정치 공학적 사고 외에는 국민도, 신의도, 최소한의 예의조차도 들어있지 않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100분토론’을 기다렸을 시청자들 앞에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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