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제의전 논란의 전말은 이러했다.

8월27일 오전 6시, 충북 지역 인터넷 언론인 충북인뉴스의 최현주 기자는 진천군 공무원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김포 오전 8시 출발, 진천 오전 10시 도착 예정’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카니스탄을 탈출한 377명의 입국자들이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오전 10시쯤 도착예정이라는 정보였다. 최 기자는 취재장비를 챙긴 뒤 서둘러 진천군 덕산읍 인재개발원으로 향했다. 오전 9시경, 이미 많은 기자들이 나와있었다.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라고 적힌 진천주민들의 환영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고 몇 몇 주민들은 직접 나와 기다렸다. 주민 인터뷰를 마친 최 기자는 약 100여 명으로 불어난 기자들과 함께 입국자들을 태운 버스를 기다렸다.

오전 10시, 그러나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고 조금 늦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오전 11시, 충북도지사와 도의회 의장단이 입구로 나왔지만 입국자들을 태운 버스는 도착하지 않았다. 대신 빗줄기가 더 강해졌다. 일부 기자들은 “도대체 언제 오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쪽에서는 기자단과 법무부 담당자들이 브리핑 장소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비 때문에 실내에서 브리핑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코로나 방역 수칙 때문에 50명 밖에 들어갈 수 없다. 기자단은 이 많은 인원이 진천까지 내려왔는데 그럴 수는 없다며 차라리 야외에서 브리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야외 브리핑은 인원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담당자들은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야외 브리핑이 결정됐고 연단부터 음향까지 급하게 준비되기 시작했다.

낮 12시10분,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다. 경찰특공대의 에스코트를 받는 5대의 전세버스가 들어왔고 1호버스 탑승자 한 명이 창문 밖으로 손을 들어 보이자 수십대의 플래시가 터졌다. 30분 뒤 5대의 버스가 더 들어왔고 직후 브리핑이 시작됐다.

낮 12시40분경, 혼자서 우산을 쓰고 있던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우산을 접고 연단앞으로 걸어왔다. 그런데 빗줄기가 굵었다. 차관이 브리핑을 시작할 즈음 법무부 직원이 커다란 우산을 들고 슬며시 차관 옆에 섰다. 그러자 기자 한 명이 ‘자세 좀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직원은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뒤로 가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직원은 차관 뒤로 가 엉거주춤 자세를 낮췄다. 그러자 또 다른 목소리 “더… 더 앉으세요” 결국 직원은 차관의 엉덩이 근처에 얼굴을 대는 상황이 됐고 차라리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 들었다. 그러자 옆에서 찰칵, 그리고 기사가 쏟아졌다.

“‘황제의전’ 받은 법무부 차관… 무릎 꿇고 우산 받친 직원 못봤을까?”

▲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 8월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 연합뉴스
▲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 8월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 연합뉴스

순식간에 비판댓글들이 쏟아졌고 ‘희대의 우산갑질’이란 정치권 성명도 나왔다. 법무부 차관은 ‘직원의 숨은 노력을 살피지 못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최현주 기자가 쓴 기자수첩이었다.

“무릎 꿇고 우산 들게 한 기자들, 다들 어디로 숨었나”

제목은 이후 수정됐지만 내용은 같았다. 취재진들의 무리한 요구가 황제 의전 논란의 발화점이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이 기사를 처음 접한 나는 기자의 말이 맞는지 여러번 의심하며 확인했다. 내 SNS에 공유하겠다고 마음 먹은 뒤로도 망설였다.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낙인찍힐게 뻔했으니까. 그럼에도 지역언론인 마음 누가 알아주겠냐는 마음으로 기사를 공유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구 탓을 하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충북인뉴스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다. 회사소개문구를 보다 눈시울이 붉거졌다. 광고윤리 실천요강이라는 게 공지되어있었다.

“1. 우리는 광고수주에 있어 신문사의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1. 우리는 광고수주에 있어 취재보도와 연계하여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

취재기자는 두 명에 불과했다. 네이버에서는 기사 검색도 어렵다. 그러나 다른 언론이 못 가진 걸 갖고 있었다. 왜곡과 편견에 맞설 용기, 그리고 잘못된 관행에 맞설 용기, 그 언론의 이름은 충북인뉴스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