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을 상대로 한 뒷조사에 현상금을 걸고 제보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홈페이지 ‘마이기레기닷컴’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들이 뒷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이들이었다.

한국기자협회는 30일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마이기레기닷컴과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이트 폐쇄 및 차단을 요청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해당 홈페이지에 노출이 많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기자들과 같이 고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간인에 대한 사찰과 감시를 정당화하고 장려하는 사이트를 상대로 협회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돌연 “마이기레기닷컴은 기자분들의 성향·기사 논조로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기자분들의 각종 비리, 불법 사항, 탈법, 위법 사항만을 다룰 예정”이라며 “현상금이란 단어는 취소하고 ‘정보비’란 단어로 바꾸겠다. 불편하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화면 갈무리
▲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돌연 “마이기레기닷컴은 기자분들의 성향·기사 논조로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기자분들의 각종 비리, 불법 사항, 탈법, 위법 사항만을 다룰 예정”이라며 “현상금이란 단어는 취소하고 ‘정보비’란 단어로 바꾸겠다. 불편하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화면 갈무리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지난 5일 “기자와 언론인은 단순히 민간회사 직원이 아니라 준공인”이라며 “앞으로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각종 제보를 받아,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면, 기자들에게 직접 조사를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홈페이지에는 “1차 기레기 리스트를 정한다. 일단 1차로 리포트래쉬상의 1위부터 5위를 먼저 기레기로 선정해 현상금을 걸겠다”고 했다. 리포트래쉬는 주로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 비판 보도 기자들을 ‘박제’하고 분류해놓은 사이트로 상위 1~5위에는 보수매체 소속 기자들이 올라와 있다.

마이기레기닷컴은 제보를 A, B, C등급으로 나눴다. ‘A급제보’는 각종 비리, 불법, 탈법, 위법 사항, 학교 폭력 등으로 30만원을 걸었다. ‘B급제보’는 경범죄, 방역수칙 위반 등으로 20만원을 걸었다. ‘C급제보’는 현재 사진, 과거 정보, 잡다한 제반 정보 등이다.

홈페이지에서 기자들 이름을 클릭해 살펴보면, 학력과 경력, 과거 논란거리, 기자 SNS 주소, 휴대전화 및 얼굴 사진 등이 공개돼 있다. 각종 신상 정보가 동의 없이 게재돼 있다. 가족과 함께 촬영한 사진도 올라와 있다. 기자 개인 SNS나 온라인에서 확보한 정보가 바탕이 됐다.

사이트가 주목을 받고 논란도 커진 상황에서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돌연 “마이기레기닷컴은 기자분들의 성향·기사 논조로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기자분들의 각종 비리, 불법 사항, 탈법, 위법 사항만을 다룰 예정”이라며 “현상금이란 단어는 취소하고 ‘정보비’란 단어로 바꾸겠다. 불편하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마이기레기닷컴 운영진은 ‘보도가 문제라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하면 되는데, 기자들 정보를 제보 받는 까닭이 무엇인가’라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마이기레기닷컴은 원론적으로 기자분들의 기사를 다루지 않는다. 저희는 일반인이 참 보기 힘든, 언론사 종사자의 불법, 위법, 탈법을 찾는다. 언론인들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운영진은 “법적 공방 여부도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그에 따라 적절하게 처벌받으면 될 거 같다”면서 “김영란법 위반이 제일 관심 분야이긴 하다. 기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밥 얻어 먹고 선물 받고 친분 쌓아 해당 정치인과 결탁하는 현상을 조금이라도 힘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지난 27일 미디어오늘에 “이른바 ‘혐오 비즈니스’ 일환으로 보인다. 실제 후원도 요청하는데 그 투명성도 혼탁한 듯하다”며 “기사가 아니라 기자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언론 비평과도 큰 거리가 있다. 혐오가 언론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 바 있다.

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진이 게시된 데 대해 한 방송사 기자는 “이미 변호사를 통해 이들을 고소키로 했다”며 “먼저 초상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다는 이유인데, 본인들이 비판 기사로 기분 나쁜 것은 알겠지만 이번 건은 정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기사에 항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는 신변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것이다.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돼왔던 ‘디지털교도소’의 경우 무고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성범죄자로 지목했다가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운영자는 지난 4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기자 사냥’에 나선 마이기레기닷컴 역시 언론에 대한 분노에 기대 자의적 판단과 기준으로 여론 재판을 정당화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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