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9일부터 11일까지 르몽드가 주최한 저널리즘 페스티벌이 열렸다. 3일 동안 언론인과 독자, 화제의 인물 등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6년부터 해마다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르몽드뿐 아니라 다양한 프랑스 매체의 편집국장, 저널리스트, 유튜버, 시민단체, 정치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토론과 공연, 전시회, 만남, 워크숍, 청소년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언론에 대한 모의재판’이다. 3일 동안 3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모의재판을 위해 르몽드는 판사, 변호사, 검사, 배심원을 섭외했다. 경청하고 침묵하는 청중과 함께하는 고전적 형태가 아닌 대화식 형태로 독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올해는 그 내용을 알 수 없지만 2019년 모의재판에서는 ‘노란 조끼’ 시위의 주동자들이 검사를 맡았다. 그 시위가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사실 ‘노란조끼’ 이슈를 다루면서 프랑스 언론은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는 피상적인 접근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위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보다 일부 눈에 띄는 폭력적인 사람들의 주장을 들려주기에 급급한 것이다. 당시 시위대의 저널리스트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고, 이들에 대한 폭력 행사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르몽드 조사에 따르면 시위대는 기자를 ‘동일한 사회 계급 출신으로 주주들에게 종속되어 있고, 정부의 프로파간다 역할을 하며,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특권층’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생각이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완전히 근거가 없지는 않다. 프랑스 언론의 다수는 사회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가진 고학력 저널리스트로 구성되어 있고, 이민자나 소수자는 드물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2019년 모의재판 피고인석에는 ‘노란 조끼’ 시위대로부터 ‘마크롱TV’라 비난을 많이 받았던 뉴스채널, BFM-TV의 보도국장도 있었는데 그녀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혹독했다. 그러자 그녀는 보도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안을 다루는데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아울러 검증되지 않은 보도부터 정치·경제적 독립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민과 언론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언론인들은 이 자리에서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고기가 썩을 확률이 70%라고 생각하고 정육점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나”라며 신뢰도 30%에 그친 프랑스 언론의 현실을 정육점에 빗대거나, “미디어는 명확하고 구조화된 담론을 가진 사람들만 찾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언론은 머저리라 생각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거부한다”며 언론이 일부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언론인도 있었다. 

이 재판에서 언론인들은 “‘노란 조끼’든 아니든 (언론보도가) 시민의 일상과 단절되어 있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물론 죄를 인정했다고 해서 언론과 시민의 관계가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대화가 쌓이다 보면 불신의 장벽도 서서히 허물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아마 이런 소통을 지속하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이 뜨겁다. 언론단체들은 이 법안을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헌법적 개정안”이라 규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언론이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전히 비윤리적인 보도를 자행하기에 이를 단죄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언론이 독자의 불만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독자는 언론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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