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70여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은 구출 작전에 실패한 상황. 이에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미라클 작전에 주목하고 있다.

정작 한국 언론들은 미라클 언론보다 ‘황제 의전’ 논란에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언론들이 ‘클릭 장사’를 위해 성공적이었던 미라클 작전보다 황제 의전 논란을 집중 보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을 언론이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지난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하는 도중 관계자가 뒤쪽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언론도 주목했던 ‘미라클 작전’

일본 매체들은 성향을 가리지 않고 자국 정부를 비판하고 미라클 작전을 칭찬했다. 일본은 자위대 수송기 등 4대의 비행기를 투입했으나 아프간 일본인과 현지인 협력자 500여명 중 단 한 명밖에 구하지 못했다. 

중도 성향의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7일 “한국은 아프간 주재 대사관 직원 외에도 60여 명의 특수부대를 편성해 대피 희망자 전원을 탈출시켰다”며 “탈레반의 통제 때문에 카불 공항 진입이 어려워지자 미군과 거래하던 아프간의 전세 버스 6대를 대절하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하고 안전을 위해 버스에 미군 장병이 동승하도록 미국 측의 협조도 구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우리 군의 작전을 자세히 설명하며 “한국은 탈레반 점령 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명도 데려오면서 지금은 현지에 남아있는 자국민이 전혀 없다”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이와 유사한 보도를 했다. 산케이는 “한국은 카타르에 대피했던 대사관 직원 4명이 카불로 복귀해서 미국과 직접 교섭을 벌여 다른 나라들과의 카불 공항 운송편 쟁탈전에서 승리했다는 말이 있다”라고 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 ‘황제 의전’ 논란 관련 기사량 추이.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강성국 법무부 차관 ‘황제 의전’ 논란 관련 기사량 추이.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미라클 작전’ 관련 기사량 추이.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미라클 작전’ 관련 기사량 추이.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한국에서는 ‘황제 의전’ 논란만

반면 국내에서는 또 다른 논란이 미라클 작전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황제 의전’ 논란이다.

27일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가족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브리핑 과정에서 법무부 직원이 강 차관 뒤쪽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는 일이 있었고 이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황제 의전 논란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하며 미라클 작전 기사량도 줄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54개 주요 언론사)에 따르면 황제 의전 논란 관련 기사는 △27일 49건 △28일 39건 △29일 18건 △40건이 보도됐다.

26일까지 집중 조명을 받던 미라클 작전 보도는 27일을 기점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72건이었으나 △28일 24건 △29일 13건 △30일 11건으로 집계됐다. 27일은 강 차관 브리핑이 있었던 당일이자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한 날이다.

이후 법무부를 향한 비판이 거셌지만 강 차관 브리핑 당시 우산을 씌어주고 있던 관계자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게 주문했던 건 현장 취재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이 논란을 부추기고 클릭 장사로 이끌어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인들이 지난 27일 김포 마리나베이호텔에서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컷뉴스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인들이 지난 27일 김포 마리나베이호텔에서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컷뉴스

의전 논란 이후 미라클 작전 기사 급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촬영기자 입장에선 가장 좋은 화면을 담기 위해 그랬을 테지만 이번처럼 불가피한 경우에는 그런 요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법무부의 일방적 행동이 아닌 기자들의 요구에 맞추다 보니 생겨난 일임에도 이런 기사들이 무더기로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죽음을 피해 온 아프간 협력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지원에 대한 브리핑이었지만 야당 논평을 무분별하게 취하며 쏟아낸 보도로 인해 결국 우산 받쳐 든 황제 의전 사진 한 장만 남았다”며 “법무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더라도 폭우가 아닌 한 그냥 비를 맞든, 비켜달라는 요청이 있어도 상황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온라인 클릭 수에 좌우되는 언론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열심히 취재한 기사는 읽히지 않고, 이런 자극적인 기사만 읽히며 악순환은 반복되고 언론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한다”고 비판했다.

현장에 취재진을 보냈던 김남균 충북인뉴스 편집국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직접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국장은 “우선 처음에 비가 오니까 비서관이 우산을 씌워 줬는데 아무래도 영상에 군더더기처럼 걸리적거린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강 차관) 옆에 나란히 섰는데 기자단에서 일부 기자들이 강 차관 뒤쪽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제 의전과는 상관이 전혀 없다. 강 차관은 브리핑 전까지 본인이 우산을 쓰고 다녔다”며 “브리핑 장면에만 그 우산을 씌워 준 건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중국집 가서 짜장면을 시키면서 머리카락 넣어 달라고 요구해 놓고 머리카락 넣은 짜장면이 나오니까 신고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이건 현직 언론인들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연출 장면”이라며 “실제로 미리 계획된 의전 차원에서 이루어진 그런 장면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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