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테러 장면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영상 화면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언론사들이 소셜미디어를 확인 없이 인용해 자료화면을 잘못 쓰는 오보를 냈다.

중앙일보, JTBC, YTN, 뉴스1, 한국경제, 서울신문, 서울경제 등은 27일 카불 공항 테러 소식을 전하며 폭발 장면을 가까이서 담은 자료화면 영상 및 사진을 내보냈다. 전봇대 주변으로 폭발과 함께 불길이 뒤덮는 모습이다. 

▲ 카불 공항 테러 소식을 다루는 JTBC 보도 갈무리
▲ 카불 공항 테러 소식을 다루는 JTBC 보도 갈무리
▲ 카불공항 테러 소식을 다루는 뉴스1 보도 갈무리
▲ 카불공항 테러 소식을 다루는 뉴스1 보도 갈무리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서 해당 영상이 카불공항 테러가 아닌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배드림에 게시된 글은 조선일보의 “카자흐스탄 탄약 창고서 대규모 폭발… 사상자 60명 넘어” 기사를 인용하며 해당 기사에 나온 사진과 ‘카불 공항 테러’를 전하는 사진 및 영상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현지 언론 보도를 확인한 결과, 국내 언론이 전한 장면은 카자흐스탄 군부대 탄약 창고 화재 사건에 관한 내용이었다.

카자흐스탄 방송사인 KTK 홈페이지를 보면, 카자흐스탄 폭발 사고 사상자를 취재한 기사에서 해당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카자흐스탄 인터넷 신문 탱그리뉴스에도 해당 자료화면과 함께 화재 사고 소식을 다룬 뉴스가 있다. 두 언론사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카자흐스탄의 주요 언론사로 분류하고 있는 매체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РИА Новости) 홈페이지에도 이 소식을 다룬 영상 보도가 있었다. 

▲ 카자흐스탄 방송사 KTK 보도 갈무리
▲ 카자흐스탄 방송사 KTK 보도 갈무리

카자흐스탄 탄약 창고 화재 영상이 어떻게 카불공항 테러 영상으로 와전된 걸까. 중앙일보는 기사 출처에 트위터 ‘rajsahaofficial’ 계정을 언급했다. 이 계정은 이 영상을 카불 공항 테러라고 설명하며 공유했다.

국내 언론이 트위터에서 와전된 내용을 확인 없이 기사로 쓰면서 오보가 양산된 것이다.

이 영상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해당 트윗에 영상을 업로드한 직후부터 트위터 이용자들은 “카불이 아닌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일이다”, “저 곳은 카불이 아니다” 등의 답글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해당 장면을 확인해보면, 카자흐스탄 사고 소식이라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 한국 언론이 인용한 트윗 게시글과 반박하는 내용의 답글들
▲ 한국 언론이 인용한 트윗 게시글과 반박하는 내용의 답글들

YTN은 문제를 인지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YTN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사과방송을 했다고 전하며 “YTN은 확인 즉시 해당 장면을 모두 삭제·교체했다.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사진을 교체했지만 기사를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JTBC, 뉴스1,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매체는 사진이나 영상을 내리지 않고 있다.

* ‘포털 뉴스 팩트체크’ 시리즈 기사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취재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포털 속 주목 받은 뉴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포털 뉴스 팩트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관련 제보는 teenkjk@mediatoday.co.kr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