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둘러싼 새로운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페이스북이 최근 지난 2분기에 ‘조회수가 많은 콘텐츠’를 공개한 일이 발단인데요. 이번 보고서는 페이스북이 문제가 있는 콘텐츠 조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의 일환으로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2분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본 게시물과 링크, 도메인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게시물은 알파벳이 나열된 이미지에서 곧장 찾아낸 3가지 단어가 자신의 현실을 알려준다는 내용으로 806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고양이 영상, 스파게티에 설탕을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 묻는 영상 등이 조회수 최상위를 기록했고요. ‘도메인’ 기준으로 보면 유튜브, 유니세프, 스포티파이 등의 주목도가 높았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자화자찬에 ‘역공’

페이스북 보고서는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글이나 뉴스가 많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함축합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단연코 가장 투명한 플랫폼이 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서 경험하는 것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페이스북에 허위 조작 정보나 음모론 유통이 극에 달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최대 유통 경로로 의심을 받아왔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백신에 대한 터무니 없는 허위정보에 대해 뭔가를 하길 바란다”고 밝힐 정도였는데요. 정작 주목 받은 게시물을 살펴보니 일상이나 오락적 내용 일색이었던 것이죠. 페이스북 입장에선 전세 역전을 할 만한 계기가 됐습니다.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그런데 판이 금세 뒤집힙니다. 뉴욕타임스가 이의를 제기한 건데요. 뉴욕타임스 기사를 종합하면 페이스북은 1분기에도 같은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은 뒤늦게 1분기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1분기 결과는 2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1분기 미국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게시물은 플로리다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의사가 사망했고, 백신이 원인일 수 있다는 시카고트리뷴의 기사로 5400만명이 접했습니다. 이후 백신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사안입니다. 또한 미국의 극단적 세력을 대변하는 에포크타임스 게시물도 랭킹에 올랐습니다.

이번 논란을 통해 사업자가 스스로 밝히는 ‘투명성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미국 IT기업들은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삭제 현황을 공개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내역 역시 얼마든지 왜곡되고 짜깁기 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죠. 스스로의 대응을 긍정 평가하는 뉘앙스의 이번 보고서는 역설적으로 이들 기업을 제대로 견제해야 하는 이유를 드러낸 셈입니다.

페이스북, 언론 보도 지목해 재반격

이번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남깁니다.

“검시관이 사망 원인을 공개했을 때, 시카고트리뷴은 기존 기사에 사망 내용을 업데이트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misinfo)이기 때문에 뉴욕타임스 기사를 삭제하는 게 옳았을까?”

▲ 페이스북 대변인 트윗
▲ 페이스북 대변인 트윗

이번 문제를 제기한 뉴욕타임스를 겨냥한 ‘역공’인 셈인데요.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널리 확산된 잘못된 정보는 바로 주요 언론의 보도이고, 이 문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지 않았다고 꼬집은 겁니다. 언론의 지적과 달리 실제로는 문제가 있는 정보를 삭제하기 모호한 면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합니다.

언론 보도는 허위 조작 정보와는 다르고 이 같은 대응이 페이스북의 물타기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배경에 허위 조작 정보나 음모론뿐 아니라 언론 보도가 갖는 파장이 크다는 점은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보도가 많았죠.

한국에선 이런 보고서 나올 수 있을까

이번 투명성 보고서는 미국 서비스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한국에서도 국민적 서비스인데 한국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페이스북은 장기적으로 해외에도 이 같은 보고서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른 서비스들은 어떨까요. 유튜브는 분기별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른 삭제 현황을 공개하고 있긴 합니다. 국가별로 어느 정도 게시물이 삭제되는지도 공개하고 있고요. 다만 그 내역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어떻게 퍼졌고, 그래서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평가하기 힘듭니다.

한국의 대형 포털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투명성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내고 있긴 한데요. 정부 요청으로 통신자료 제공 등 협조한 내역을 공개하는 ‘프라이버시 차원’의 투명성 보고서이고 콘텐츠 차원의 보고서를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통신자료 제공 등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투명성 보고서를 내게 됐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문제적 정보는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튜브에서 삭제한 코로나19 음모론 정보가 네이버TV에 올라오는 등 극단적 세력이 네이버TV를 도피처로 활용하기도 하고요. 코로나19 음모론이 블로그, 카페 등으로 급속도로 유포되기도 합니다. 언론 보도 가운데 오보가 크게 확산되는 경우도 있죠. 

페이스북 보고서가 문제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만큼의 대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사업자들도 콘텐츠 차원의 투명성 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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