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있는 기자들을 조국 털 듯이 털어 기자 입에서 ‘기자질 못해먹겠네’라는 말이 나오게끔 만들어 기자사회를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어보자는 게 의도다.”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고 제보를 받아,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협박에 나선 사이트가 등장했다.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이라는 홈페이지다. 뒷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기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이들이 대다수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따로 분류해 ‘조리돌림’하는 사이트는 있었지만 마이기레기닷컴은 기자에 대한 뒷조사를 현금으로 장려하며 언론 증오를 끝간 데까지 부추기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기존 운영진은 지난 3월 “코로나 때문에 본업이 힘들어졌다”며 홈페이지 운영 정지를 알렸지만 석 달 뒤 새 운영진이 재오픈 소식을 알리며 “기자 뒷조사를 해주실 분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 문재인 정부에 비판 기사를 썼던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고 제보를 받아,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협박에 나선 사이트가 등장했다.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이라는 홈페이지다.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 문재인 정부에 비판 기사를 썼던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고 제보를 받아,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협박에 나선 사이트가 등장했다.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이라는 홈페이지다.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지난 5일 같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기자와 언론인은 단순히 민간회사 직원이 아니라 준공인”이라며 “앞으로 기자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각종 제보를 받아,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면, 기자들에게 직접 조사를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중동 본사 앞에서 얼굴이 박힌 현상금 찌라시를 뿌리든, 시청에 전단지를 붙이든… 페북 광고를 하든…”이라고 덧붙였다. 제보 시 법무법인과 협의해 공개 범위를 정하고 오픈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1차 기레기 리스트를 정한다. 일단 1차로 리포트래쉬상의 1위부터 5위를 먼저 기레기로 선정해 현상금을 걸겠다”고 했다. 리포트래쉬는 주로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 비판 보도 기자들을 대상으로  ‘박제’해 분류한 사이트다.

이들은 제보를 A, B, C등급으로 나눴다. ‘A급제보’는 각종 비리,불법, 탈법, 위법 사항, 학교 폭력 등으로 30만원을 걸었다. ‘B급제보’는 경범죄, 방역수칙 위반 등으로 20만원을 걸었고, ‘C급제보’는 현재 사진, 과거 정보, 잡다한 제반 정보 등이다.

마이기레기닷컴 측은 “일단 현상금은 운영진 사비로 충당 되지만 언젠가 후원을 받아 현상금을 많이 올려서 좀더 고급정보가 들어올 수 있게 추진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리포트래쉬 기준 상위 1~5위에는 보수매체 소속 기자들이 올라와 있다. 홈페이지에서 이들 이름을 클릭해 살펴보면, 학력과 경력, 과거 논란거리, 기자 SNS 주소, 휴대전화 및 얼굴 사진 등이 공개돼 있다. 당장 잘못된 사실관계가 눈에 띈다. 1위로 기록돼 있는 김아무개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가 아니라 자회사 조선NS 기자다. 기초적 사실관계부터 잘못돼 이 사이트로 인해 무고한 기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명약관화하다.

▲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 자경단을 자처하는 ‘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사진=마이기레기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그 밖의 기자에 관해서도 각종 신상 정보가 동의없이 게재돼 있다. 심지어 가족과 함께 촬영한 사진도 올라와 있다. 기자 개인 SNS나 온라인에서 확보한 정보가 바탕이 된 듯하다.

홈페이지에 ‘박제’된 일부 기자는 이미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한 방송사 기자는 27일 “이미 변호사를 통해 이들을 고소키로 했다”며 “먼저 초상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했다는 이유인데, 본인들이 비판 기사로 기분 나쁜 것은 알겠지만 이번 건은 정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댓글이나 메일을 통해 기사에 항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는 신변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것이다.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도 이날 오전 “마이기레기닷컴은 명백한 범죄 행위를 하고 있다. 기자들을 범죄자처럼 낙인 찍고 있다”며 “오늘 남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수사 의뢰했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이른바 ‘혐오 비즈니스’ 일환으로 보인다. 실제 후원도 요청하는데 그 투명성도 혼탁한 듯하다”며 “기사가 아니라 기자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언론 비평과도 큰 거리가 있다. 혐오가 언론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돼왔던 ‘디지털교도소’의 경우 무고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성범죄자로 지목했다가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운영자는 지난 4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마이기레기닷컴 역시 언론에 대한 대중 분노에 기대 자의적 판단과 기준으로 ‘기자 사냥’에 나서며 전근대적·반지성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마이기레기닷컴 운영진에 △이른바 ‘기레기’를 가르는 기준 △기자들 보도가 문제라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나 민·형사상 대응이 가능한데 따로 정보를 제보받는 까닭이 무엇인지 △마이기레기닷컴이 생각하는 ‘좋은 언론’은 무엇인지 등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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