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마무리된 KBS‧MBC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정치적 후견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누가 후견인이고 누가 피후견인인가”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앞서 25일 방통위가 KBS 신임 이사로 추천할 11명을 의결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여전히 정치적 후견주의, 여당과 야당의 대립 구조가 반영되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 5기 출범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상혁 위원장은 “어떤 방식으로 하면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에 답답함을 나타냈다.  

한상혁 위원장은 “이번 이사 선임 과정에서 외부의 다양한 문제 제기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감히 말하겠다”면서 “개인의 인격권 침해 우려가 있음에도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 명단 이력 다 공개하고 지원서 안에 담긴 지원자들의 의견들까지 공개했다. 면접도 처음 시도했다”며 선임 과정에서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했음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공영방송 독립은 부인할 수 없는 당위”라고 강조하면서도 “후견주의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많이 다르다”고 했으며 “어떠한 제도가 정치적 후견주의를 제로(0)로 만들 수 있는지 확신이 없다.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문제를 가리켜 “원샷 원킬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지금의 문제를 극복하는 자세와 지향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과 편성의 분리라는 내적 자율성 확보가 훨씬 중요한 의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비대면으로 5기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방통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6일 비대면으로 5기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방통위

한상혁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강조했다. 최근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팀을 신설했다. 한 위원장은 “현 방송 법제는 오래되고 낡은 규제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는데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OTT를 포함하는 통합법제를 만들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이용자 입장에선 (고정형TV나 OTT나) 같은 서비스다. 그런데 전송 매체별로 전혀 다른 규제를 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볼 때 똑같은 서비스면 똑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주요 이슈”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과 관련해 “공영은 공영대로, 민영은 민영대로 규제체계를 어떻게 갖춰야 할지에 대한 연구도 있을 것이다. 공영방송은 BBC처럼 (재허가 제도가 아닌) 공적책무협약제도를 고민하고 있고 민영방송은 현재 승인제도의 문제점 개선은 물론이고 소유‧겸영 금지 규정도 전면 검토할 시기다”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 “홈쇼핑 연계편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방송에선) 이걸 먹으면 병이 치료된다고 하는데 채널을 잠깐만 돌리면 옆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게 광고냐 아니냐 문제가 생기는데 광고로 규제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과연 이 프로그램들이 상품의 효능‧효과를 이야기하며 객관적으로 검증했을 것이냐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이 부분은 자칫하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건강권‧생명권까지 침해하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뉴스타파는 돈 받고 협찬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방송사 실태를 고발했다.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최근 언론계 현안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 질의에는 “소관 부처가 아닌 법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두 부분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여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질의에는 “(앞서) 정부에 우호적인 1인 미디어 보호를 위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추진하지 않고 언론중재법만 추진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타당한 이야기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관련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허위조작정보 폐해가 심각한 부분은 데스킹 없이 나가는 1인 미디어나 유튜브에서 나오는 정보다. 결국 크리에이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해당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의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개정안 작업이 진행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관점과 허위조작정보를 막아야 한다는 관점을 저울추에 놓고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위원장은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25일 법사위를 통과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했으며 “차기 정부에선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맞게 여러 부처에 있는 유사 성격의 업무가 합쳐졌으면 좋겠다. (방송‧통신 관련 통합 정부 기구가) 위원회로 갈 것이냐, 독임제로 갈 것이냐는 국민의 합의 수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선 “편법적인 PCM(유사중간광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고, 제도 개선이 긍정적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변화를 묻는 질의에는 “20곳의 공동체 라디오를 새로 설립한 것”을 꼽았다. 한상혁 위원장은 “대구에선 코로나 상황에서 공동체 라디오가 재난과 관련한 주민 밀착형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지역공동체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에 보람이 있었다”면서 “공동체 라디오는 주파수가 허용하는 대로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27일 공동으로 ‘공동체라디오방송 활성화 지원단’을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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