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쓴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기사로 내보낸 연합뉴스가 네이버와 다음에서 32일 동안 노출이 중단되는 제재를 받았다.

기존 벌점 합산해 32일 노출중단 최종 의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25일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에 대한 최종 심의 결과 32일 노출 중단과 재평가(퇴출평가)를 의결했다. ‘기사형 광고’ 문제로 받은 벌점 129.8점에 연합뉴스가 기존에 받은 벌점 0.4점을 더해 32일 노출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지난달 미디어오늘은 연합뉴스의 거래 자료, 계약서 등을 입수해 연합뉴스가 홍보사업팀을 통해 기사형 광고(금전 대가로 쓴 기사) 2000여건을 포털에 ‘기사’로 전송해온 사실을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2009년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했으며 편집총국이 아닌 홍보사업팀 사원 명의로 하루 10건 내외의 ‘기사형 광고’를 송출했다. 

▲ 연합뉴스가 언론홍보대행사와 맺은 계약서 주요 내용 재구성. 디자인=안혜나 기자
▲ 연합뉴스가 언론홍보대행사와 맺은 계약서 주요 내용 재구성. 디자인=안혜나 기자
▲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기사 거래내역 디자인=이우림 기자
▲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기사 거래내역 디자인=이우림 기자

제휴평가위원회는 돈을 받고 업체가 보낸 보도자료를 토대로 쓴 기사는 ‘보도자료’와 다르지 않은데 이를 보도자료 전용 섹션이 아닌 기사 섹션에 전송했다는 점에서 ‘등록된 카테고리 외 기사 전송’ 규정 위반을 적용했다. 이 경우 5건당 벌점 1점을 부과한다.

제휴평가위원회는 연합뉴스 기사가 ‘기사로 위장한 광고’(기사형 광고) 조항도 위반했다고 판단했지만, 같은 기사에 두 개 조항을 중복 적용할 수 없어 비교적 위반 사유가 확실한 ‘등록된 카레고리 외 기사 전송’을 적용했다. 

적발된 2000여건의 기사 가운데 6기 뉴스제휴평가위 운영 기간 동안 위반 행위에만 벌점을 적용했다.

복수의 제휴평가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연합뉴스 제재에 큰 이견 없이 공감대를 보였다.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 실체가  드러나자 관련 기사 2000여건을 삭제했으면서도 그 이유를 제대로 소명하지 않았고, 다른 언론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연합뉴스는 추후 재평가를 받게 되는데 ‘재평가’는 해당 언론사의 저널리즘 품질 등 전반에 대한 평가로 이를 통해 강등 및 퇴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재평가 결과 연합뉴스가 기준점 이상을 받으면 현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반면, 미달되면 제휴 등급이 떨어지거나 퇴출된다. 연합뉴스의 경우 전반적인 기사의 질이 높기에 재평가에서 강등되거나 퇴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합뉴스 ‘매체 위상’ 타격 불가피

앞으로 32일 동안 네이버와 다음에서 연합뉴스의 기사 일체를 찾아볼 수 없으며 네이버 PC 첫화면의 연합뉴스 전용 속보란도 중단한다. 연합뉴스 제재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술적 조치를 취한 후 9월 초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포털로부터 1년에 100억 원 안팎의 콘텐츠 전재료 및 광고 수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8억 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네이버가 연간 계약금 단위의 전재료를 ‘광고 수익 배분’으로 바꾼 이후 ‘광고수익’이 ‘기존 전재료’보다 적을 경우 전재료 수준의 수익을 보전하고 있어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보다는 간접적인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포털 기사가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였다는 점에서 출입처 내 영향력 문제, 광고비 감소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재가 추진되자 연합뉴스 기자 138명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도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은 당장 포털 노출 제한 시 취재 장애와 갖은 수모를 마주하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또는 예상보다 빨리 이번 참사는 회사 사정과 위상 전반에 다양한 측면으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경쟁 통신사 반사이익 

분석 방법과 시기에 따라 수치 차이가 있지만 연합뉴스가 네이버와 다음 뉴스 섹션에서 10~20%대 점유율을 기록해온 점을 감안하면 연합뉴스 노출 중단에 따라 다른 매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게 된다. 네이버의 경우 기사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머니투데이 계열 뉴스통신사인 뉴시스와 뉴스1 입장에선 공세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가 독점해온 ‘네이버 PC 연합뉴스 속보란’을 경쟁 통신사가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뉴스1과 뉴시스가 ‘오늘의 운세’ 기사에 대거 업체 전화번호를 명시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신고 접수가 된 상황으로 추후 이들 매체 역시 제재가 불가피하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업체 전화번호를 기사에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제휴평가위에 신고된 내역이 다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언론 역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노출 중단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기사형 광고 사업 중단 줄이어

이번 제재는 언론계에 ‘기사형 광고’ 실체가 드러나면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신호가 됐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주류 언론’에 관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연합뉴스에 고강도 제재를 결정하면서 언론계는 놀란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연합뉴스 제재를 전후해 주요 종합일간지, 경제지 등 20여개에 가까운 언론사들이 ‘기사형 광고’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 기사(기사형 광고) 사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서 사업 자체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직접 실시해오던 언론사 제휴 심사를 공개형으로 전환하겠다며 공동 설립한 독립 심사기구. 심사 공정성 논란에 시달린 포털이 심사 권한을 외부에 넘기면서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사 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초기부터 비판을 받았다. 출범 과정에서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 등을 포함해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 콘텐츠제휴(CP), 검색제휴 : 포털 뉴스 제휴방식. 검색제휴는 포털이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는 낮은 단계의 제휴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콘텐츠제휴는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를 구매하는 개념으로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최상위 제휴다. 포털 검색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되지 않고 포털 사이트 내 뉴스 페이지에서 기사가 보이면 콘텐츠 제휴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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