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최신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도입하면 언론 신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인공지능이 단순 업무들을 대체해주면 기자들이 심층 취재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있고, 빅데이터나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보도를 하면 더 질높은 기사들이 나와서 언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반면 AI가 기사를 써준다고 해도 언론사의 고려가 독자가 아닌 광고주임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기술 도입으로도 신뢰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왔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뉴스통진신흥회가 후원한 ‘미디어테크놀로지를 통한 언론신뢰 제고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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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한 언론신뢰 제고의 방향과 전망' 토론회. 사진출처=한국언론학회 유튜브 갈무리. 

축사에서부터 뜨거운 토론이 시작됐다. 김주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축사에서 “최근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논란도 언론 불신이 매개가 됐다”며 “연합뉴스의 경우 AI가 날씨 뉴스를 작성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기사를 쓰고 있지만, 기술이 언론 신뢰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잘 모르겠다. 언론 신뢰도를 높이려면 현장에 있는 언론인의 끈기와 노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발제자들은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언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최진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AI가 기자들의 업무를 보조해 기자들의 단순 업무를 줄여줄 수 있고, 정확하고 심층적인 좋은 보도를 하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면서도 “한국 언론의 신뢰 회복은 미디어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 본질 회복에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황현정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기술을 활용해 훌륭한 기사를 쓴 사례를 발표했다. 예를 들어 미국 AP는 수익보고서 기사를 AI가 작성하게 했다. 이전에 기자가 직접 수익보고서를 쓸 때는 300개의 기사가 나왔는데, AI는 4700개의 기사를 생산했다.이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는지 몰랐던 기업들의 기사가 나오면서 언론사의 거래량이 늘고, 광고가 늘었다고 한다.

황 연구원은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사례도 전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살인이 굉장히 많이 일어남에도, 10%만 보도됐다고 한다. 살인 사건 중 10%만 보도를 하다 보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살인 사건만 보도가 됐다. 이것이 언론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해당 지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살인사건을 데이터로 수집해 보도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데이터를 통해 모든 살인사건을 보도하면 선정적 보도만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매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황 연구원은 “이런 기술 활용 사례들은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신뢰도 높일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며 “물론 신뢰 회복을 위한 기자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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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정 연구원이 새로운 기술로 좋은 보도를 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출처=한국언론학회 유튜브. 

미디어 기술, 취재 시간 줄여주는 방향보다 독자 이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야

황성연 닐슨미디어코리아 부장은 기술이 기자의 업무 시간을 줄여주는 식으로 활용되어도 신뢰도를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 봤다. 황 부장은 “한국 미디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자를 위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를 위한다는 것”이라며 “기술이 기자의 시간을 줄여준다고 해도 독자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신뢰 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언론 신뢰도를 높이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토론자는 김민성 구글 뉴스랩 티칭 펠로우였다. 김민성 구글 뉴스랩 티칭 펠로우는 언론사가 △디지털 친화적으로 기술을 사용하고 △독자를 데이터로 이해하고 △신뢰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만들고 △독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 위해 기술을 사용한다면 기술이 저널리즘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토론자의 토론을 종합해보면 기술 활용이 기자의 시간을 줄여주는 방향이 아닌, 독자를 이해하는 지표들을 개발하는데 이용되면 신뢰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좋은 지표=언론 신뢰도 향상?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좋은 독자 데이터를 내는 것이, 언론 신뢰도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한 토론자도 있다. 신뢰도를 측정하는 지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권오성 한겨레 팀장은 “현업에서 독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트래픽이나 열독률 등) 좋은 데이터가 나오는 콘텐츠가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들어 트래픽이 잘나오는 콘텐츠는 신뢰와 역행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권 팀장은 “한겨레의 경우 독자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트래픽을 얻으려면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후보를 비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언론 신뢰도를 위한 판단과 트래픽과 같은 데이터는 항상 같이 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팀장은 좋은 독자 데이터를 얻는 것과, 언론 신뢰도를 높이는 것과 상충될 수 있음을 짚었다.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원는 언론 신뢰도 지표라는 것을 완벽히 신뢰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 연구원은 “언론 신뢰도 조사들 중에서, 언론을 가장 신뢰하지 못한다고 나왔을 때는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가 나왔을 때”라며 “우리나라 언론이 어떤 때 신뢰를 잃는지 원인 규명을 하는 등 신뢰도 지표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정치 현안을 어떻게 보도하는지에 따라 언론 신뢰도가 측정된다면 신뢰도 지표는 편향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신뢰도 지표 역시 절대적 가치로 보긴 어려우며, 한국에서 정치과잉적인 사회문화 특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신뢰도를 높이는 문제가 언론사만의 문제로 여겨져서는 안되며, 다양한 한국 사회적 특징도 고려해 다양한 해결책이 고안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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