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본회의 연기에 따라 언론중재법 개정안 8월 통과는 일단 무산되는 분위기다. 24일 오후 3시부터 개정안 처리 중단을 위해 국회 앞 필리버스터를 20시간가량 진행한 언론현업 4단체(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는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본회의 연기가 아니라 개정안 폐기가 필요하며 원점에서 미디어 피해구제 강화와 언론자유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현업 4단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가 핵심 안건이 될 국회 본회의가 연기됐다. 어제 시작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차수를 변경하여 오늘 새벽까지 진행되어 국회법 상 본회의 상정이 어렵다는 이유”라고 전한 뒤 “민주당은 어제 법사위 논의에서조차 의미 없거나 더 후퇴한 문구 수정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법사위는 개정안 제30조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1항에서 ‘법원은 언론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시작하는 대목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또 제30조(손해의 배상)에 있던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정도, 언론사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하여’라는 대목을 제30조2 1항에 추가했다. 

제30조2 2항에 있던 ‘법원은 언론보도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문구에서도 ‘명백한’을 삭제했다. 논란의 고의‧중과실 추정요건은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가 삭제되고 다른 추정 요건 문구의 일부를 수정했다. 

그 결과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은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을 말한다)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로 최종 정리했다. 

▲25일 새벽 국회 법사위에서 박주민 위원장 직무대리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현업 4단체는 “심지어 공인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예외 규정이라고 넣었던 ‘공적 관심사와 관련된 사항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언론보도’조차 삭제하자는 민주당 의견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반대 의견을 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반대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그대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범계 장관은 25일 법사위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질의 답변 과정에서 “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보다는 악의라는 표현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에서 심도깊은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현업 4단체는 “속도전에 골몰하다 정부 여당 안에서도 좌충우돌하며 누더기가 된 법안은 이미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본회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서 행정기관장의 의견과도 충돌한 개정안이 과연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법안인가”라고 되물으며 거듭 개정안 폐기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을 벌이느라 제대로 토론을 못 했다며 쟁점 법안 심의를 위한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법사위에서 여야 간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졌다는 위원장 직무대리의 말을 무색하게 하는 ‘자백’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언론현업 4단체는 “본회의 연기나 전원회의 소집 요청 모두 야당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명분 쌓기의 마지막 수순”이라고 주장하며 “한 달 동안 속도전으로 진행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부실함이 확인된 마당에 본회의 연기는 어떤 의미도 없다”며 개정안 폐기를 요구했다. 언론현업 단체들은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언론개혁특위 설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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