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윤석열·최재형 두 정치신인이 추상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수준에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당초 18일과 25일 두 차례 토론회를 예정했지만 윤석열 캠프 등의 반발로 25일 한 차례 비전발표회로 대체한 결과다. 후보 별로 각 7분씩 시간이 주어져 토론과 반박 없이 일방적인 연설로 진행했다. 일부 후보는 사전에 준비한 영상을 함께 활용했다.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예비후보는 아직 대선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25일 비전발표회에서도 그동안 각종 일정이나 언론인터뷰에서 나온 내용 수준에서 메시지를 내놓을뿐 구체적인 정책공약을 내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윤희숙 의원은 이날 오전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비전발표회에 나오지 않아 총 12명의 후보가 비전을 발표했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며 “가장 먼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코로나로 무너진 서민·취약계층의 삶을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거리두기 방역체계 조정, 긴급구조 프로그램 가동, 채무조정과 세제지원 등을 언급했다. 또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기술혁신 지원하고 제도혁신을 이루겠다”며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는 규제영향분석 전담기구를 만들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윤 후보는 집값 안정을 위해 “집 관련 세금을 내리고 규제는 풀고 공급은 늘리겠다”고 했고 입시와 채용에 대해선 “공정한 과정을 거쳐 부모 찬스가 아닌 본인 찬스로 대학에 가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굴종적 태도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북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한미연합훈련 실시 등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일에는 북한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 

현 정부도 비판했다. 윤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을 것”이라며 언론중재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국민과 함께 이 악법의 무효화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최재형 예비후보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공통적으로 위기감, 답답함, 절망감을 느끼는데 정치 오래한 분들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며 “나라가 이지경이 되는 동안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다면 공범”이라고 기존 정치권을 비판했다. 최 후보는 “정치가 부끄럽지 않은 나라”와 “청년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최 후보는 “정권교체는 분노의 결집만으로 이뤄낼 수 없다”며 “과거청산만이 목적이 돼선 안 되고 희망을 주는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매일 같이 오르는 부동산을 바라보며 한숨짓는 청년들이 영끌, 빚투, 주식, 코인에 미래를 맡긴다”며 “내 일이 없기 때문에 내일이 없는 나라가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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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하태경 예비후보는 “윤희숙 의원은 사퇴의사를 철회해달라. 전력 손실이 크다”라며 “민주당은 조국과 함께하는 정당이지만 우리는 양심의 목소리, 윤희숙과 함께 하는 정당”이라고 말한 뒤 자신의 비전을 발표했다. 하 후보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친일파가 바글바글하다’고 한 발언을 비판하며 “민주당은 왜 이런 시대착오적 얘기를 하냐면 아직도 20세기에 갇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20세기에서 21세로 시대를 교체하자”고 했다. 

장성민 예비후보는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손아귀에 들어갔고 대한민국은 이런 전세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며 “만일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탈레반 정권에 판매할 경우 우리 안정과 평화는 어떤 운명에 처하겠나”라고 우려했다. 이어 “4차산업혁명으로 구조개혁해서 10년 안에 현 3만불 시대를 종식하고 5만불, 8만불 시대로 가는 초일류 선진문명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하태경, 박진, 장기표, 장성민 후보.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하태경, 박진, 장기표, 장성민 후보. 사진=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박진 예비후보는 ‘외교안보 대통령’을 자처했다. 그는 “미국과 신뢰관계는 손상됐고 중국에겐 업신여김을 받으며 일본과 대화가 끊긴 고립상태”라고 지적한 뒤 “미국과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데 반도체 전기차 등 한미 첨단 기술동맹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중국의 기술추격을 따돌리고 앞장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해외시장 확보로, 첨단 기술동맹으로 외교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장기표 예비후보는 “우리 사회에 7가지 암적 존재가 있다”며 민주노총, 전교조, 대깨문, 공기업, 미친집값, 탈원전, 주사파 등을 꼽았다. 장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 파탄을 극복하려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 암적 존재를 척결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저서 3권에 비전이 자세히 나와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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