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일해서 돈을 버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한때이지만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테슬라 주가가 750%나 올라 주식가치에 1800억 달러(200조원)가 추가됐고, 순자산도 2000억 달러가 넘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는 연봉 대신 테슬라 주식을 주당 70.01달러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 보상 약정을 회사와 맺었다. 머스크가 확보한 스톡옵션의 평가 차익은 218억 달러(25.5조원)로 알려졌다. 지금은 테슬라 주가가 1월에 비해 다소 떨어져 순자산이 1845억 달러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 이어 2위다.

일론 머스크의 재산은 2020년 4월 246억 달러(28조원)에서 2021년 8월 1845억 달러(200조원)로 무려 1600억 달러가 늘어났다. 불과 16개월 사이에 180조원 가까이 재산을 늘렸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이처럼 부자인 이유는 알다시피 열심히 일해서(CEO로 역할을 해서) 번 것은 아니다. 지난해 회사에서 CEO로 받은 연봉은 한 푼도 없고 그나마 몇천 만원 받았던 과거 연봉들도 모두 반납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으로 재산을 불렸다.

그런데 테슬라 주가와 비교하면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는 창업 이후에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이윤이 없었다. 지난해에서야 이익을 보게 되었는데, 2020년 테슬라는 매출 315억 달러에서 7억2100만 달러의 이익을 봤다. 영업이익률이 고작 2%에 불과한 수준으로 주요 산업 부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이렇게 자기 이윤으로는 자본을 축적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본인 연봉이나 노동자들 임금을 줄 상황도 못 된다. 그런데도 어떻게 주가가 올라 돈을 벌었을까?

주식의 시장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로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이 사용된다. PER은 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즉 기업의 주가가 1주당 순이익(1년 단위)의 몇 배인지를 알려준다. 거꾸로 말하면, 벌어들인 순이익으로 주식을 다 사려면 몇 년이 걸리는지를 알려준다. 일론 머스크가 세계 부자 1위가 됐을 때, 테슬라의 PER은 1396에 달했다. 테슬라의 수익으로 테슬라 주식을 모두 사는 데 1396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반대로 당신이 지난 1월 테슬라의 모든 주식을 다 샀고 회사 수익으로만 투자 원금을 회수한다면 이 원금을 회수하는 데만 꼬박 140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 일론 머스크 (Elon Musk). 사진=flickr
▲ 일론 머스크 (Elon Musk). 사진=flickr

그나마 테슬라 주식은 지난 2월 이후 주기적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PER이 많이 낮아졌다. 그런데도 360 언저리다. 테슬라 주식도 포함된 S&P 500의 평균 PER은 35(8월23일 현재) 정도다. 평균적으로 S&P 500을 구성하는 500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35년 정도의 현재 수익으로 평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 주가가 많이 내려갔어도 아직도 이보다도 10배나 높다.

전기차 회사는 작은 수익과 이익에도 불구하고 이미 나머지 자동차 산업 전체와 거의 같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 분야는 진입 장벽이 더 낮아져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경쟁에 노출되게 된다. 이 말은 테슬라가 전기차에서 상상 가능한 방식보다 더 혁신적인 발전을 하지 않으면 현재 투자자들은 최소 수 백 년의 미래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금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에서 테슬라가 어떤 기술 혁신으로 이 수 백 년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지난 과정을 통해 테슬라가 지속해서 투자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일론 머스크는 케인스가 사례로 든 주식시장이라는 ‘미인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주식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 주식 시장에서 모두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일반적인 경제의 상태나 기업의 경영 상태와는 관계없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론적으로 주식의 가격은 이익과 현금흐름의 지속적인 원천으로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지만, 현재 주가의 흐름은 이와 관련이 없다.

부자들의 절세 방법

아무튼 주가를 띄워 돈을 벌었든 일해서 벌었든 소득이 생겼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얼마나 냈을까?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2018년 각종 공제를 고려한 모든 미국 납세자의 평균 연방 실효 세율은 13.3%였다. 그런데 지난 5월 미국 탐사보도 매체인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보도에 따르면, 증가한 재산 대비 일론 머스크의 실효 세율은 약 3.4%, 오마하의 현인답게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은 고작 0.1%였다. 아마존 창업자로 세계 1위 부호인 제프 베조스는 2017년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은행에 수십억, 수천억 달러가 있다고 해서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 뮤추얼 펀드나 다른 투자 계정이 상승해 이익을 보더라도 이것들은 모두 ‘미실현 이익’이기 때문에 이런 자산 가치의 증가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다만 그 자산을 매각해서 이익을 실현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그러니까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조스가 매년 자기 재산에 수십억, 수백억 달러를 추가한다고 하더라도 그 돈은 평가액이고 실현된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언뜻 보면 이런 과세 방법은 굉장히 합리적으로도 보인다. 주식가치가 올랐어도 가지고만 있으면 평가금액, 숫자상의 금액일 뿐 내 주머니로 들어 온 소득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 주식을 가만히 가지고만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팔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늘어난 부를 누리며 즐긴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가? 이 자산들은 은행의 담보로 이용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면 주식을 팔지 않고 은행에 담보로 맡겨 돈을 빌린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식 절반 정도는 개인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담보로 제공돼 있고 그 때문에 주식 가치 평가에서도 소유한 테슬라 주식의 절반 정도만 평가된다.(그래도 세계 2위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지만 대출할 돈이 증가한 자산가치에 비하면 아주 작을 뿐만 아니라, 은행 이자가 아무리 많아도 대출금의 5%를 넘지 않는다(수퍼리치들은 신용도도 수퍼라 이자도 매우 저렴하다). 하지만 증가한 자산가치만큼 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면 40%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이때 미실현 이익이 과세 대상이 아닌 것처럼 부채도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당신이 집을 담보로 3억원을 대출했다고 해서 3억원을 수입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수퍼리치들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대신 아주 저렴한 이자로 증가한 자산가치에 비례해서 현금을 가져다 쓸 수 있다.

이재용 상속세, 땅 짚고 헤엄치기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수퍼리치들은 돈도 잘 벌고 세금도 잘 낼 수 있을까?

2020년 총수가 있는 자산 상위 10대 그룹총수 수입(배당금과 보수를 합친 소득)은 6.831억으로 집계됐다. 계열사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금 소득이 6155억원으로 90.1%를 차지하고, 임원으로 받은 보수가 9.9%인 675억원이었다. 이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보수소득은 없었지만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금이 53.4% 증가한 2187억원으로 10대 그룹총수 가운데 1위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배당금 909.8억원, 보수 66.3억원 등 972.8억원의 소득을 올려 2위였다.

이게 소득의 전부일까? 이재용 부회장의 배당금 2천여억원은 소득 중에서도 ‘새발의 피’ 수준이다. 이재용의 재산 특히 주식재산은 4월 말 상속을 완료하며 8.9조원에서 15.6조원으로 한 달 만에 7조원이 늘었다(2020년 한 해 동안은 주식으로만 2조원 넘게 증가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재산 증가는 미실현 이익으로 보고 우리도 과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상속이라 이재용 부회장 일가는 상속세 12조원을 내야 했다. 지난 4월30일 2조원을 1차 납부했고 남은 10조원은 5년에 걸쳐 납부한다. 쥐꼬리만 한 소득세에 비해 매년 수조원씩 상속세라도 내게 돼서 고맙다고 해야 할 상황이지만, 그나마 이 상속세도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마련됐다.

▲ 2020년 5월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20년 5월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차 납부한 2조원은 가용 현금과 은행 신용대출, 주식 배당금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일가는 우선 우리은행과 농협을 통해 각각 2천억원씩 모두 4천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개인에게 신용대출로 수천억원을 대출해주지 않는다. 은행들은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여신심사협의체’라는 것을 열어 은행 내부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 특별 승인을 해 주었다. 더 황당한 것은 대출 승인 바로 전날 금융위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총대출액 2억원 초과일 경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보란 듯이 4천억원 대출 승인을 해줘 이런 신용대출 규제는 이재용 일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은행의 신용대출이 수퍼리치들에게만 쏠릴 수 있다는 것도 여실히 보여줬다.

여기에 올해 1월 삼성전자 이사회는 정규 배당금(총 9.5조원) 외에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특별배당까지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일가는 상속세 1차 납부 직전인 4월20일 삼성전자로부터 1조원이 넘는 특별배당금을 받았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1조3079억원(우선주 포함)에 달했다. 그러니까 이재용 일가는 상속세 2조원을 은행 내부규정에도 없는 특별 신용대출과 삼성전자 및 계열사의 (특별)배당금으로 대부분 마련한 것이다.

재산 절반 기부한다는 김범수, 절세는 탈세?

그런데, 이재용보다 올해 재산을 더 늘린 사람이 있다. 흙수저 출신이라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 주가 고공행진과 카카오뱅크 상장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만 재산을 9조원 이상 불렸다. 블룸버그는 지난 7월 김 의장의 순자산이 15.4조원으로 14조원의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뱅크 상장으로 김범수는 재산이 2조원 이상 증가해 순자산이 17.5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범수 의장은 불과 반년 사이에 9조원 이상 재산을 늘렸지만, 세금은 얼마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에서 임원 보수로 받은 7.5억원과 카카오 지분 배당금에 대해서 종합소득세를 낼 상황이지만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를 추정해보면 다음과 같다. 카카오의 2020년 배당금 총액은 129억원이고, 김범수의 카카오 지분(개인소유 지분)은 13%가 조금 넘어 김 의장의 카카오 배당금은 약 17억원이다. 임원보수와 합한 24.5억원의 소득에 대해 공제 없이 소득세 최고 세율(42%)을 적용하면 김 의장이 내야 할 소득세는 10억원이다. 현시점에서 증가한 재산 9조원에 대한 세율은 0.011%로 앞서 미국 프로퍼블리카에 의해 공개된 워렌 버핏보다도 세율이 1/10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소득세에도 불구하고 김범수 의장은 현재 탈세 의혹도 받고 있다. 카카오의 2대 주주이자 김범수가 100% 지분을 가진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 대주주 주식 자녀 승계와 배당세 탈세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이 카카오로부터 배당금을 직접 바로 받으면 40%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케이큐브홀딩스가 배당을 받고 김 의장이 급여를 받는 방식이 되면 급여에 대한 소득세를 내지만 사실상 배당금에 대한 세금은 낼 필요가 없게 된다. 이 회사는 매입이 매출보다 6배나 많은 ‘적자 회사’니 법인세가 0원이기 때문이다. 케이규브홀딩스는 김범수에 이어 카카오의 2대 주주로 10% 대의 카카오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카카오 제공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카카오 제공

또한 김 의장은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자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는데, 기부 방식에 따라 세금을 아예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빌 게이츠의 ‘게이츠 재단’이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유한책임회사(LLC)를 만들어 기부하는 방식이면 세금을 내지 않고 재단과 회사의 자금을 의도대로 쓸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수퍼리치들의 ‘세금 회피용(zero tax)’이라는 비난이 제기되어 왔다.

[ 관련기사 : ‘내돈내쓴’이 아니라 ‘그돈니돈’이냐는 물음이 필요하다 (미디어오늘 / 2021년 2월28일) ]

세금으로 불평등 완화 못 해

이처럼 미실현 이익이라는 이유로 금융소득 증가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는데, 소득세를 제아무리 많이 올려도 증가한 재산의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과세할 뿐이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똑같이 규정되기 때문에 법인의 소득세인 법인세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그나마 토지, 건물, 주택 등 부동산은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와 같이 ‘보유세’의 형태로 과세한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 공시지가가 오르면 주택이나 건물을 사고팔지 않아도 보유한 것만으로도 세금을 물린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종부세 인하를 통해 이마저도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하고 있다.) 금융자산과 같이 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유세(wealth tax)’를 두어 과세하기도 했지만,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자본 유출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폐지했다. 또는 부유세가 있더라도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하게 존재한다.

최근 이러한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글로벌 디지털세와 최저세’에 대한 합의도 진행했지만, 글로벌 세는 기업이라는 법인에 대해서만 과세할 뿐이다. 글로벌세 도입이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개인의 세금 도피를 방지하고 금융자산 보유에 대해 과세하는 이른바 ‘글로벌 부유세’는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의 축적과 자산 불평등은 그대로 용인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의 세금체계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불평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완화하지도 못한다. 현재의 조세체제는 불평등을 용인하는 구조이며, 자본을 소유한 부자들의 자산은 계속 커지는 데 이를 줄이거나 막을 방법을 제공 못 한다. 과거에는 조세가 아니라도 경제 위기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하면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방법(금리생활자의 안락사)도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위기(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위기)에서는 금융시장 구제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두 발 벗고 나서 투자실패를 모두 막아줄 뿐만 아니라, 양적 완화를 통해 자산 가치를 더 키워주고 있다.

그렇게 불평등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현재의 조세제도 아래에서, 현재의 위기 대책 속에서 용인되고 확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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