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가 지난 8월20일 발표됐다. 대부분 언론은 경제면 톱 또는 일면 톱에 기사를 배치했다. 통계청에서 분기마다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보고 쓰는 기사니,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뉘앙스는 다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전년 동기 대비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가계소득이 줄었다는 것. 그리고 가계 소득 감소 원인은 ‘재난지원금’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

작년 2분기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그래서 올해 2분기는 작년에 지급된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졌다. 그 결과 작년보다도 가계 소득이 줄었다. 그래도 상위 20%는 소득이 늘었다. 결국, 작년 가계소득의 주요 원천은 재난지원금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거의 모든 언론 기사가 동일하다. 다만 이에 대한 해석에 다소간 차이가 있다.

여기서 팩트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중단되자 상위 20%를 제외한 총소득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가계소득은 작년보다 평균 7만3000원이 줄었다. 그런데 공적이전소득 감소액만 30만원이다. 재난지원금 삭감이 가계소득 감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해석은 둘로 나눌 수 있다. 작년 공적이전소득 지급이 문제라는 것과 필요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일회성 정부 지원으로 가계소득을 떠받칠 수 없다는 것” 중앙일보는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려졌던 팍팍한 가계 살림의 민낯이 드러났다”면서 “재난지원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터뷰를 넣었다. 국민일보는 “재난지원금 거품 빠지니, 가계 80% 소득 줄었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데일리는 “정부지원금으론 분배 개선 한계”라고 표현했다. 특히, 한국경제 신문은 사설을 통해 “정부가 돈을 풀어야 가계 사정이 좋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외환위기 수준의 소득 감소를 기록하는 정책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즉, 작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올해 총소득 삭감이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나머지 언론은 재난지원금 삭감에 따른 영향으로 총소득이 줄었다는 드라이한 해석 기사가 있을 뿐이다. 총소득 감소라는 암울한 통계자료를 보고 재난지원금 지급이 잘되었다는 긍정적 뉘앙스의 기사는 쓰기 어렵다.

▲ 8월20일자 조선일보 기사
▲ 8월20일자 조선일보 기사

그런데 재난지원금이 없어져서 총소득이 줄었다고 그 책임을 재난지원금에 지우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작년으로 돌아가 보자. 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공적이전소득이 가계소득의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보자. 5분위(소득상위 20%)에는 별거 아니다. 총소득 1000만원 중, 공적이전소득은 75만원에 불과하다. 새발의 피다. 그러나 1분위(소득하위 20%)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 1분위 소득은 178만원인데 공적이전소득만 83만원이다. 공적이전소득이 없었으면 100만원도 벌지 못했다. 근로자외가구는 더욱 처참했다. 작년 1분위 비근로자가구 소득은 120만원이다. 공적이전소득 83만원이 없었으면 가구소득은 37만원에 불과할뻔했다. 재난지원금이 없었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올해는 1분위 공적이전소득이 59만원으로 줄었다. 그 결과 총소득이 작년보다 12만원 줄었다. 공적이전소득은 24만원 줄었는데 총소득은 12만원만 줄었다는 것은 다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작년보다는 늘었다는 얘기다.

자 다시 재난지원금 효과를 생각해보자. 작년에 있던 재난지원금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총소득이 줄었다. 5분위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 책임을 작년 재난지원금에 지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 비판일까? 그렇다면 작년 1분위 비근로가구는 37만원으로 2.3명이 버티는 것이 바른 선택였을까? 물론 재난지원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친절한 설명은 맞는 얘기다. 그런데 그 말이 작년 재난지원금 지급이 부정적이라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재난지원금이 올해 삭감됐다. 그래서 작년보다 올해 소득이 낮아진 것은 당연하다. 이는 통계적으로는 ‘아웃라이어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작년엔 재난지원금이라는 돌발변수가 있어서 올해 소득은 작년보다 낮아 보이는 통계적 착시효과가 생겼단 얘기다. 이를 재난지원금에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할까?

기저효과를 제거하고자 코로나19 이전 19년도와 비교해보자. 19년도 2분기 평균 가구소득은 503만원이다. 21년도는 520만원이니 17만원 늘었다. 1분위만 보자. 19년도 1분위 가계소득은 163만원이다. 올해 1분위 가계소득은 165만원이니 코로나 이전 소득을 회복했다. 다만, 19년 당시 1분위 공적이전소득은 49만원이었는데, 20년 83만원, 21년 59만원이다. 즉, 21년 1분위 소득이 코로나 이전보다 약간이나마 상승한 이유도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 가계소득을 유지할 정도만큼만 공적이전소득이 증대했다는 의미다. 특히 1분위 비근로자 가구 소득은 19년 101만원에서 102만원으로 거의 유지했는데 이 또한, 공적이전소득이 19년 58만원, 20년 83만원, 21년 61만원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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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두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기저효과가 통계적 착시를 불러일으키면 기저효과가 발생하기 이전과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재난지원금으로 작년 2분기 가계소득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증가했다. 특히, 전체 소득대비 재난지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1분위는 재난지원금 효과를 크게 체감했다. 올해 공적이전소득은 딱 거의 정확히 코로나 이전 가계소득을 유지하는 정도만큼만 지급되었다.

둘째, 기사를 읽을때 팩트와 해석을 분리해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팩트는 재난지원금 삭감 효과로 작년보다 가계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해석은 그래서 작년 재난지원금은 의미가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작년 재난지원금은 필요 했다는 것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는 올해 가계소득 감소 책임은 올해 재난지원금 삭감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사는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다양한 언론의 존재 이유는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삭감이 가계소득 감소를 불러일으켰다고 그 책임을 재난지원금에 묻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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