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이야기했던 고 이용마 MBC 기자의 2주기가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생전 나눈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시간도 2년이 흘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8월21일 이용마 기자 2주기를 하루 앞두고 그를 추모하는 성명을 냈다. MBC본부는 “이용마 기자는 정치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면 진실이 은폐된다며 정권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했다. 사장 선출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고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었을 때 비로소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다고 했다”며 “2년이 지난 지금도 관련법 개정은 지지부진하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주자였던 2016년 12월 암투병 중이던 이용마 기자를 만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적장치를 확실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적폐에 대한 대청소에는 언론에 대한 요구도 담겨 있다”며 “국회에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사회개혁 대기구를 구성해 언론에 대한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 공영방송이 본분을 다 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입법을 하자고 제안해뒀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2016년 12월1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오덕훈련원에서 암투병중인 MBC 해직기자 이용마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2016년 12월1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오덕훈련원에서 암투병중인 MBC 해직기자 이용마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고인의 1주기를 추모하면서도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용마 기자가 추구했던 언론의 자유가 우리 사회의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되고 상식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 다시금 약속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임기가 끝자락에 이른 지금까지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한 ‘정치적 후견주의’ 비판 속에 MBC(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선출됐고, KBS·EBS 이사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MBC본부는 “대선 후보 시절, 투병 중이던 이용마 기자의 수척해진 두 손을 맞잡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확실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던 문 대통령이었다”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입법을 통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던 문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 선거가 7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정권 말기 여권의 공영방송 장악의 야욕은 이달 초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MBC본부는 “한 달여 전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최소한의 신의마저 저버린 채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방문진 이사로 밀어 넣었다. 지난 20여 년간 예외 없이 보장돼 온 MBC 추천 몫까지 빼앗아 여권이 낙점한 인사로 채워 넣는 파렴치한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며 “올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그렇게 현 정권과 여당에 의해 또다시 정치적 입김으로 병들고 얼룩졌다”고 주장했다.

▲2017년 3월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성민 전 MBC PD 페이스북
▲2017년 3월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성민 전 MBC PD 페이스북

MBC본부는 “엄혹했던 시절에도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이용마 기자의 강철같은 신념과 의지를 우리는 오늘 절망 속에 다시 떠올려 본다”며 “그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언론을 도구화하려는 권력과 그 앞에 무기력한 언론이었다. 언론은 권력을 가진 소수보다 힘없는 다수의 약자를 더 무서워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야윈 얼굴에도 놀랍도록 단단했던 목소리와 빛나던 눈빛, 냉철하게 불의를 꾸짖던 이용마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참언론을 향한 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투쟁, 남아있는 우리가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최성혁 MBC본부장 등이 분당메모리얼파크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식을 가진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고려해 추모식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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