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논란이 ‘친일 프레임’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친일딱지 공방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작은 이낙연 캠프였다. 캠프 상임부위원장 신경민 전 의원이 17일 오전 CBS 라디오에서 황씨를 겨냥해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발언하면서부터다. 황씨가 일본 음식을 높게 평가하고 한국 음식은 그 아류라는 식으로 비하했다는 게 그 근거다.

이에 황씨는 페이스북에 “이낙연은 일본 총리하세요”라며 “일본 정치인과의 회합에서 일본 정치인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 있다.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맞대응했다. 친일 프레임에 친일 프레임으로 응수한 것이다.

당초 언론은 황씨 내정 소식에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재명 지사의 보은 인사를 의심했다.

안호기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16일 “황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 지사를 초대했고, 라디오 방송에서 이 지사의 과거 욕설에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라고 편드는 발언을 했다”며 “그랬던 황씨를 공기업 사장으로 내정했으니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해도 보은인사 시비가 이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사진=김도연 기자
▲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사진=김도연 기자

이낙연 캠프 신 전 의원도 지난 15일에는 “경기도 관광은 평화관광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분이 해야 한다”며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이 지사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황씨는) 농민신문 팀장, 서울공예박람회 총감독(2016), 강원도 홍보대사(2017~현재), 부마민주영화제 홍보대사(2017~현재) 등을 역임해 관광과 홍보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공기업 수장에 대한 전문성 검증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쪽 반응은 이해 가능 수준이었다. 

17일부터 ‘친일 논란’으로 확전됐다. 신 전 의원이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황씨는 일본 음식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한국 음식은 그것의 아류라는 식으로 비하하는 말을 많이 했다”면서 “이분은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주장했다. 

MBC 앵커 시절 소신을 담은 ‘클로징 멘트’로 유명했던 신 전 의원이 국민 정서상 민감할 수 있는 ‘친일 논란’을 다소 무책임하게 띄운 것이다.

이에 황씨는 다음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그동안 자신에게 덧씌워진 ‘친일 논란’은 극우세력이 만든 것이라고 반박하며 울분을 토했다. 실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한국의 전통음식 문화를 부정했다며 그의 이름을 일본식 발음으로 부르곤 했다.

황씨는 “인간적 배신감을 느낀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일을 하고 정신적 동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적의 프레임으로 날 공격한다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는 한 발 더 나갔다. 이날 방송에서 “얼마나 화가 났으면 내가 이낙연씨에게 일본 총리하라고 했겠느냐”며 “이낙연씨가 갖고 있는 경력을 보면 일본통이다. 일본 왕을 천황이라고 호칭한다. 일본 연미복을 입고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 정치인으로 잘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이어 “미러링한 것”이라며 “내가 실제 이낙연씨 보고 일본총리하라고 그렇게 밀어내겠느냐”고 섭섭함을 재차 강조했다. 상대가 진흙탕 싸움을 걸었으니 피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이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미복을 논쟁 거리로 삼은 이유는 미러링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낙연 측이 아무 관련도 없는 노무현과 문재인까지 끌여들였다”며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낙연이 과연 친일인가 차근차근 따져보자”고 말했다.

특히 “오늘부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는 황씨 발언은 민주당 자체를 자극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황교익씨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며 “논란의 과정이 지나고 상식에 맞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와 박용진 의원은 이 지사의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민주당 친문 의원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윤건영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경선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로 흐르면서 특히 유명인 이름이 거론되면서 더 격화되고 있다”며 “너무 날 선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다가 아물지 않을 상처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와서 첫 출발이 누구 잘못이었는지 따지는 것은 이미 무의미할 듯하다”며 “이유불문, 그만하셨으면 한다”고 했다.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지 않되, 과열된 갈등과 감정의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8일 통화에서 “친일 논란은 통상 여권이 야권에 제기해왔는데 이번에는 여권 내에서 불거지고 있다”면서 “실제 일제 강점기 친일 행적을 따지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 제기한 소모적 논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논란은 이른바 친여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유력 정치인에 버금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친여 인플루언서 영향력을 활용해 지지자 결집 재미를 봤던 여권이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한편, 경향신문은 18일 “이 지사는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걸맞은 자질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신 전 의원도 친일 프레임을 제기한 데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양측 모두에 한 발 물러서는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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