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홍보사업팀이 기사형 광고(금전 대가로 쓴 기사)를 포털에 ‘기사’로 전송해온 사실이 적발돼 제재로 이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포털 노출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며 경영진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포털의 최대 고객사인 연합뉴스가 제재를 받게 되자 여러 언론사들이 ‘기사형 광고’를 중단키로 하는 등 업계 전반의 긴장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선일보 때와 다르다? 원칙적 제재 나선 제휴평가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난 13일 연합뉴스에 벌점 129.8점(한 달 포털 노출 중단)을 부과하고 포털 퇴출 평가인 재평가를 실시하기로 1차 의결했다. 이는 연합뉴스 홍보사업팀이 돈을 받고 쓴 홍보자료를 기사로 송출한 내역 가운데 6기 제휴평가위가 들어선 이후 위반 행위를 집계한 것이다. 제휴평가위는 8월 말 연합뉴스의 소명을 듣고 제재를 적용할 계획이다. 

제휴평가위는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가 ‘기사로 위장한 광고’와 ‘등록된 카테고리 외 전송’(보도자료를 기사로 전송) 등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뒤 ‘등록된 카테고리 외 전송’ 조항을 적용했다. 연합뉴스는 “기사로 위장한 광고 규정은 적용하지 않았다”며 “연합뉴스의 입장을 받아들였다”고 언론에 입장을 냈다. 하지만 복수의 제휴평가위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기사에 두 가지 제재를 중복 적용할 수 없어 보다 명확한 ‘등록된 카테고리 외 전송’을 우선 적용한 것이다.

▲ 연합뉴스가 언론홍보대행사와 맺은 계약서 주요 내용 재구성. 디자인=안혜나 기자
▲ 연합뉴스가 언론홍보대행사와 맺은 계약서 주요 내용 재구성.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번 결론은 ‘원칙적인 결과’가 나온 셈이지만 예상보다 수위가 높다는 게 중론이다. 2018년 조선일보가 포털 퇴출심사를 받아야 할 사유인 ‘제3자 기사 전송’을 했음에도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아 ‘48시간 노출중단’에 그치면서 ‘제휴평가위가 대형 언론의 편을 든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제휴평가위는 한국신문협회 등 주요 언론사들이 소속된 단체가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이기에 이 같은 의심에 무게를 더했다. 

이번 제재에는 6기 제휴평가위원회의 성향과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규제 강화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6기 제휴평가위는 기사형 광고 문제가 사실로 확인되면 ‘즉시 퇴출’ 등 강력한 제재를 연달아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 연합뉴스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합뉴스는 홍보대행사와 금전 계약을 맺고 배너 광고뿐 아니라 기사 작성을 했음에도 “언론을 통해 알릴 ‘기회의 창’이 제한됐던 이들에게 언론접근의 기회를 확대 제공하기 위해서였다”며 ‘취지’를 강조하면서 ‘기사형 광고’는 아니었다는 모순적인 입장을 냈다. 심의가 결정되자 연합뉴스가 급작스럽게 제휴평가위원의 특강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휴평가위 내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뉴스 도매상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소매’를 겸하는 데 대한 다른 언론사들의 불만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언론사들 기사형 광고 중단 ‘여파’

언론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연합뉴스 제재 추진이 “기사형 광고를 봐주지 않는다는 시그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계와 홍보대행업계에 따르면 연합뉴스 제재 추진 이후 A종합일간지와 계열 언론사, B종합일간지, C뉴스통신사, D뉴스통신사, E경제언론, F경제언론 등 이른바 ‘메이저’로 분류되는 포털 CP(콘텐츠 제휴) 언론사들이 기사형 광고 중단을 홍보대행업체에 통보한 상황이다. 

제휴평가위가 강하게 나서면서 다른 언론사들이 더 이상 관련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그동안 기사형 광고를 써도 괜찮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 벌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제재 결과가 공유되면서 포털 노출중단, 퇴출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연합뉴스도 제재를 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 다른 언론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 홍보대행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 제재가 추진되면서 일부 언론이 중단을 통보했고, 제재 결정 이후 중단을 통보하는 언론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업계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최근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기사형 광고를 써온 연합뉴스를 고발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전을 대가로 기사를 쓰는 기사형 광고는 신문법상 위반 행위지만 이명박 정부 때 과태료 처벌 조항이 사라진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사형 광고가 포털에 대한 사기죄,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같은 주장이 입증돼 판례로 남게 되면 ‘처벌 가능한 불법 사업’으로 규정된다.

시민단체들은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는 ‘뒷광고 규제’ 차원에서 대가성이 있으면 광고임을 명시하도록 인터넷 블로그, 유튜브 콘텐츠 등에 강제하면서 언론의 기사형 광고 규제가 유튜버 뒷광고 규제보다 약해진 실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공정위가 언론 보도 역시 규제 대상으로 판단하면 사실상의 규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신문법 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기사와 광고를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하지 않은 언론 및 포털에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기사형 광고에 대한 법률 규제로 기사형 광고에 광고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민생경제연구소가 지난 11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소비자주권행동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민생경제연구소가 지난 11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소비자주권행동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내부 ‘부글부글’, 감독 기구 나서나

연합뉴스 내부에선 경영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는 13일 입장을 내고 “알려진 제재 수위만 놓고 보면 최악의 참사”라며 “연합뉴스 지부는 경영진이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지부는 경영진에 △ 포털 노출 중단으로 국민에게 끼칠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무형의 타격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할 것 △ 사업 전반을 검토해 이번처럼 문제가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걸러내는 작업을 즉각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 포털 네이버의 '연합뉴스 속보란'. 연합뉴스가 포털 노출이 중단되면 '속보란'도 사라지게 된다.
▲ 포털 네이버의 '연합뉴스 속보란'. 연합뉴스가 포털 노출이 중단되면 '속보란'도 사라지게 된다.

한 연합뉴스 기자는 “경영진은 경영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회사가 내외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는데 책임지고 사과나 대책을 발표하는 걸 못 봤다”고 했다. 또 다른 연합뉴스 기자는 “17일 처음으로 기조실과 사장 공동명의로 입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기사에서 다 나온 이야기”라며 “언제부터 누구의 지시로 어떤 사업을 왜 벌였고, 얼마를 벌었는지를 말해야 한다. 향후 대응이라는 것도 변명뿐이고 책임 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은 이번 제재가 가시화되면 직간접적인 피해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표면적으로 연합뉴스의 한 달 포털 수입이 사라지고, 영향력이 줄어 매체 광고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연합뉴스는 네이버 PC 첫 화면에 ‘연합뉴스 속보’란을 별도로 운영해온 만큼 다른 매체보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속보란’을 연합뉴스만 독점해온 상황에서 경쟁 통신사가 이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시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의 공적 역할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정감사 시기에 맞춰 민감한 ‘정부 구독료’ 문제 제기로 논의가 옮겨붙을 가능성도 있다.

▲ 뉴스통신진흥회. 사진=김예리 기자
▲ 뉴스통신진흥회. 사진=김예리 기자

연합뉴스 경영진이 ‘결자해지’ 않는 상황에서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관련 사안을 보고 받았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연합뉴스 경영 전반에 대한 자료청구권 등을 갖고 있다.

김주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기사 위장 광고는 국가기간통신사 위상을 크게 떨어뜨리는 중요한 사안이다. 다른 언론에도 유사한 잘못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공영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심각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방향으로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이다. 오는 이사회에서 제휴평가위 의결 내용과 관련한 연합뉴스 보고를 받고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직접 실시해오던 언론사 제휴 심사를 공개형으로 전환하겠다며 공동 설립한 독립 심사기구. 심사 공정성 논란에 시달린 포털이 심사 권한을 외부에 넘기면서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사 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초기부터 비판을 받았다. 출범 과정에서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 등을 포함해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 콘텐츠제휴(CP), 검색제휴 : 포털 뉴스 제휴방식. 검색제휴는 포털이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는 낮은 단계의 제휴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콘텐츠제휴는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를 구매하는 개념으로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최상위 제휴다. 포털 검색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되지 않고 포털 사이트 내 뉴스 페이지에서 기사가 보이면 콘텐츠 제휴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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