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중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선수들의 활약과 스토리일 것이다. 그 외 해설위원의 해설도 관심사 중 하나다. 메달만 중시하는 구시대적 해설이나 편견을 전달하는 해설은 곧장 비판을 받는다. 반면 스토리가 있는 해설위원이라면 섭외만으로 시청률이 상승하거나 멋진 말 한마디로 비난을 찬사로 뒤바꿀 수 있다. 

실제 이번 2020 올림픽에서 MBC는 여러 방송 실수로 큰 비판을 받았지만 7월28일 축구 온두라스 전의 경우 국가대표 출신 안정환이 해설을 하면서 동시간 중계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올림픽 축구 온두라스전 시청률 안정환 해설 MBC 1위]

동메달을 획득한 여서정 선수의 기계체조 결선을 그의 아버지 여홍철이 중계(KBS)를 하며 시청자 관심을 집중시켰다. 올림픽 폐막식에서 이재후 KBS 아나운서는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KBS의 모든 중계방송을 마칩니다”라며 패럴림픽이 남아있음을 강조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비장애인 올림픽 마칩니다” 화제 부른 KBS 폐막식 중계]

방송사들은 어떤 ‘해설’ 전략을 준비했던 걸까.  SBS 관계자는 “해설위원 신예 발굴에 노력했다. 태권도의 차동민 해설위원의 경우 국기원 사범으로 아일랜드 파견 중인데도 17시간 비행하고 격리 후 해설로 합류했다”며 “수영 정유인 해설위원은 젊은 피로 기존 해설위원과 달리 튀고 재기 발랄했다. 공부도 많이 해왔다”고 전했다.

SBS 관계자는 “대회 시작 직전까지 캐스터, 해설위원들은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집중 리허설을 했다. 22명의 해설위원 중 기존 합을 맞췄던 야구 정도를 빼고는 집중적으로 준비했다”며 “캐스터와 해설자들에게는 시청자들을 섬기고 겸손하고 정직한 방송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는 척을 하는 해설위원은 (시청자에게) 호감을 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화제된 '서핑' 종목 역대급 해설, KBS와의 인연은 

도쿄 올림픽 폐막에도 해설위원 활약으로 다시 화제가 된 종목도 있다. 지난달 27일 KBS가 중계한 도쿄올림픽 서핑 결승전 해설이 뒤늦게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서핑은 이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첫 선을 보였다.

K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크랩’에 게시된 영상(“‘이게 해설이지!’ 역대급 해설이라고 극찬받은 올림픽 서핑 해설”) 조회수는 16일 현재 328만회를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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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유튜브 채널 '크랩'에서 328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올림픽 서핑 결승전 해설 영상. 

송민 KBS 해설위원은 “서핑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 “가장 뛰어난 서퍼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 순수하게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다”, “서핑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다. 사실 좋은 파도를 고르는 것 자체도 선수들의 역량” 등의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지금 경기가 펼쳐지는 해변은 파도가 좋았던 적이 없다. 선수들이 이런 상태를 불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아마 (서핑이) 인생하고 닮은 점 아닐까 생각한다”는 말도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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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크랩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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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크랩 영상 캡처. 

시청자들이 송 위원 해설을 칭찬한 이유 중 하나는 결승에서 승리한 브라질의 페레이라 선수에 대한 정보, 이를 테면 페레이라의 성장 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전해 그가 금메달을 거머쥐었을 때 시청자들이 감동을 더 크게 느꼈다는 데 있다. 

송민 위원에 따르면, 페레이라는 브라질 빈민촌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일터에서 아이스박스 뚜껑을 보드처럼 이용해 서핑을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이 선수 배경을 알고 승리하는 장면을 보니 정말 감동이 밀려온다”고 축하한 이유다. 

KBS 스포츠국 관계자는 “KBS는 2019년부터 도쿄 올림픽을 준비했다. 대표적인 것이 웹예능 프로그램 ‘올ㅋ’이다”라며 “‘올ㅋ’는 올림픽에 대한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해 보는 리얼 체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양궁, 펜싱 외에도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BMX, 스케이트보드, 조정 등 상대적으로 사람들 관심이 적은 생소한 종목들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핑은 도쿄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국내에서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 도쿄올림픽 서핑 해설로 화제가 된 송민 감독은 ‘올ㅋ’에서 처음 만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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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웹예능 '올ㅋ'에 출연했던 송민 해설위원. 당시에도 해설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 

서핑은 ‘올ㅋ’의 첫 촬영 종목이었다. 송 위원은 이 촬영에서 서핑 감독으로 출연했다. 이 관계자는 “서핑이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이지만 사실 스포츠국에서는 서핑을 다뤄본 사람도,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며 “‘올ㅋ’ 인연이 없었으면 섭외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송 감독은 섭외를 받았을 당시 ‘도쿄 올림픽 서핑을 진짜 중계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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