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당내 후보들이 치열하게 정책을 두고 공방하며 야권이 이슈를 주도해도 부족할 판에 당 대표와 당내 1위 대선후보 사이 갈등은 ‘중도 확장’을 통해 지지층을 넓혀야 할 제1야당에 명백한 악재다. 경선룰 이견은 이해할 만하지만 서로를 무시하는 발언이나 통화 녹취록 유출 의혹 등은 쉽게 봉합하기 어려운 갈등이라는 걸 암시한다.  

경향신문·한겨레 등 진보성향 언론에선 갈등 국면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야 경선 ‘토혼 대신 발표회’… 수습 나섰지만 커지는 이-윤 갈등”(한겨레 16일), “경준위 ‘후보 토론회’ 놓고 국민의힘 자중지란”(한겨레 14일), “토론회·선관위·녹취록… 국민의힘 ‘다중충돌’”(경향 16일), “이준석·윤석열 ‘대치’에 최고위원·경준위까지 ‘중구난방’”(경향 14일) 등 기사를 보면, 한 발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갈등은 사실 윤 후보가 입당할 때부터 본격화했다. 이 대표가 지방 일정으로 당사에 없는 날 윤 후보가 기습 입당하면서 ‘당 대표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둘의 갈등보다 봉합 분위기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이준석·윤석열 갈등 진화”(지난 9일) ‘윤석열, 이준석에 전화 “손잡고 노력합시다”’(지난 13일) 등 기사가 그렇다. 

▲ 지난 13일 중앙일보 사설
▲ 지난 13일 중앙일보 사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이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신문은 13일 사설에서 “이 대표의 시야가 수권정당을 이끌 만한 높이에 도달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 대표의 페이스북을 보면 이달 들어 40여 건의 글을 올렸는데 백신 수급 불안정이나 한미 연합훈련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은 볼 수 없다”며 “반면 당 안팎의 정쟁엔 공세적으로 몰두했고 그 결과 볼썽사나운 싸움이 됐다”고 비판했다. 야당 대표가 정부 비판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는 “당 중진을 하이에나에 빗대기도 했다”며 “당내 갈등을 중재해야 할 대표가 당사자가 돼 갈등을 키우는 것도 문제인데 동료에게 하는 언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속했다”고 비판했다. 사설 제목은 “이준석의 목표는 정권 교체인가, 자기 장사인가”였다. 이 대표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잊은 채 ‘자기 정치’에 몰두했다는 평가다.

동아일보는 13일 양비론 논조로 사설을 썼다. 그럼에도 “한심한 이준석-윤석열 싸움, 말로만 ‘정권교체’인가”에서 “대선 기간 당 대표의 가장 큰 책임은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일인데 당 대표가 특정 대선후보 측과 대놓고 각을 세우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SNS에 상대방을 조롱하는 듯한 언사를 쏟아내는 일부터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이 대표 비판을 강조했고, 이에 비하면 윤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는 낮았다.

양쪽을 비판하면서도 이 대표 비판에 무게를 두는 칼럼은 중앙일보에도 있다. 중앙일보는 16일 “정권 교체 걷어차는 국민의힘”이란 칼럼에서 이 대표가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으며 왜 자신이 대표가 됐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윤 후보도 나을 게 없다고는 했지만 이 대표 비판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 12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 12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중진을 하이에나에 비유한 것은 조선일보도 비판적으로 다뤘다. 지난 12일 정치면 기사 “중진을 하이에나에 비유, 이준석 ‘당 체질개선론 논란’”에서 “당내에서는 ‘공정한 경선을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당 체질 개선을 앞세워 연일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리더로서 이해관계 조정 대신 논쟁으로 이기려고만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대체로 이-윤 갈등을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갈등 완화 국면을 지나치지 않고 강조했던 조선일보도 결국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16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결전 앞두고 ‘콩가루 집안’ 만든 이준석 대표”에서다. 

“야당 대표로서 그는 자신의 야망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자기 당 후보들을 위한 봉사에 전념할 때다. 그래서 그는 윤석열·안철수를 물어뜯기보단, 대한민국의 주적을 향해 날을 세워야 했다.”, “그(이 대표)가 우군 아닌 적군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는 소리는 들은 적 없다. 김영삼·김대중이 언제 야당을 깨고 야당 지도자 됐나?”, “정권 교체 국민 연합이냐, 정권 연장 통일 전선이냐 하는 숨 가쁜 결전을 앞두고, 전자를 선도해야 할 제1 야당 대표가 ‘딴생각’에 더 바쁜 셈” 

▲ 16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 16일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전당대회 전후로 국민의힘 개혁과 변화를 기대하는 맥락에서 ‘이준석 현상’을 띄웠던 매체들이 등을 돌린 셈이다. ‘이준석 돌풍’ 역시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지지를 받았던 현상이지 이준석 개인에 대한 맹목적 지지일 수 없었다. 당 대표로서 그가 유승민 후보를 돕는다는 비판을 받으며 무리하게 지지율 1위인 윤 후보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이미 ‘친윤석열’과 ‘반윤석열’로 나뉘었고, 새로운 계파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를 수습해 구태로 회귀하는 걸 막고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지만 오히려 대표 자신이 윤 후보와 갈등 중이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합당 논의를 시작했지만 결국 16일 결렬됐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체제가 다양한 야권 세력을 포용하는 형태로 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한 사건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하면 당내 갈등(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가운데 조중동까지 외면한 이 대표가 태도 변화를 보일지 관건이다. 

▲ 지난 2일 국민의힘 상견례 자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윤석열 캠프
▲ 지난 2일 국민의힘 상견례 자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윤석열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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