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들이 느닷없이 2년 전 BBC 기사를 인용하고 나섰다. ‘2024 파리올림픽’ 엠블럼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숏컷’이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인용 보도다.

그러나 이는 국내 언론이 만든 반응으로 확인됐다. 정작 국내 언론이 인용한 BBC 기사는 2019년 10월 보도된 것으로 숏컷 관련 언급은 없었다. 

▲2024 파리올림픽 관련 홍보 이미지. 사진=파리올림픽 홈페이지 갈무리
▲‘2024 파리올림픽’ 관련 홍보 이미지. 사진=파리올림픽 홈페이지 갈무리

2년전 BBC 보도 끌어내 인용 시작한 언론

지난 4일 머니투데이 계열사 머니S는 “‘왜 숏컷 여성이야’… 파리올림픽 로고가 어떻길래?”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머니S는 BBC에 나온 내용이라며 기사를 이어갔다. 머니S는 “최근 2024 파리올림픽 대회조직위원회가 파리올림픽 로고를 공개했다”며 “하지만 숏컷 머리를 한 여성이 연상된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BBC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로고를 두고 ‘숏컷을 한 여성이 떠오른다’, ‘왜 굳이 여자만 새겼나’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이어 ‘파리올림픽 로고가 세계적인 데이팅앱 ‘틴더’의 로고와 흡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머니S가 인용한 기사는 2년 전 기사다. 머니S는 BBC 기사를 인용하며 어느 시점에 나왔던 기사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머니S가 BBC 기사를 통해 인용했다는 네티즌 의견 중 몇 가지는 원 기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2년 전 2024 파리올림픽 관련 BBC 기사를 인용하며 숏컷 논란을 부각시킨 기사 제목들. 사진=네이버 갈무리
▲2년 전 ‘2024 파리올림픽’ 관련 BBC 기사를 인용하며 ‘숏컷’을 부각시킨 기사 제목들. 사진=네이버 갈무리

파리올림픽 기사 보도하며 네티즌 반응 전해

BBC는 2019년 10월22일 “올림픽 성화 혹은 데이트 광고? 파리 2024 올림픽 로고에 갈리는 의견”(Olympic flame or dating ad? Paris 2024 logo divides opinion)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BBC는 “일부 SNS 사용자는 디자이너가 인기 있는 데이트 앱 틴더의 로고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며 “새 로고에 대한 가장 일반적 농담 중 하나는 미용실이나 제품 광고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BBC가 인용한 네티즌 의견은 “이게 새로운 샴푸인가요?”, “2024년 파리에 새로운 미용실이 문을 연다” 등이다. 머니S 기사에도 해당 내용은 담겼다.

그러나 BBC 원 기사에 머니S가 보도한 ‘숏컷을 한 여성이 떠오른다’는 반응은 존재하지 않는다. 머니S는 ‘BBC에 따르면’이라고 인용 보도를 하며 존재하지 않는 네티즌 반응을 기사에 담은 것이다.

▲한국 언론들이 인용한 2년 전 2024 파리올림픽 로고 관련 BBC 기사. 사진=BBC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 언론들이 인용한 2년 전 ‘2024 파리올림픽’ 로고 관련 BBC 기사. 사진=BBC 홈페이지 갈무리

원 기사에 없는 ‘숏컷’ 관련 네티즌 반응 만들기도 

또 다른 머니투데이 계열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도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다. 뉴스1은 BBC 보도를 인용했다고 설명하며 “‘불꽃 모양이 마치 휘날리는 머릿결 같다. 새로운 샴푸가 출시된 거냐’며 ‘2024년 새로운 헤어살롱이 문을 연다’는 등의 말로 새 올림픽 로고를 조롱하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고 했다.

다만 숏컷과 관련한 네티즌 반응을 인용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모호하게 표현했다. 뉴스1은 “또 다른 누리꾼들은 해당 로고에 대해 ‘숏컷을 한 여성이 떠오른다’, ‘왜 굳이 여자만 새겼나’ 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머니S와 같이 BBC를 인용했다는 표현인 것인지, 한국 네티즌의 반응을 인용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 기간 양궁올림픽 대표팀 안산 선수와 관련해 ‘숏컷’이 온라인상에서 시끌벅적하자 트래픽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인사이트와 서울신문도 파리올림픽 엠블럼 보도에서 숏컷이 연상된다는 기사를 냈다. “‘숏컷’ 여성 본떠 만든 것 같다는 2024 파리올림픽 로고 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인사이트는 BBC 기사를 인용했다고는 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숏컷 여성 떠올라’…2024 파리올림픽까지 번진 ‘페미’ 논란[이슈픽]”이라는 보도를 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안산 선수 관련 논란을 점화시키려 했다. BBC 기사를 인용하기는 했지만 머니S처럼 존재하지 않는 댓글을 만들어 인용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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