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이른바 ‘경찰사칭’ 논란을 부른 취재진을 상대로 중징계를 결정했다. 관련 조사위원회는 해당 취재진이 사규와 취재윤리 등을 위반했으나 관리자의 개입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MBC는 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양아무개 취재기자에 대해 정직 6개월, 소아무개 PD에 대해 감봉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향후 재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징계가 확정된다.

앞서 두 취재진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취재하던 중, 김씨의 논문지도교수(전아무개)를 찾는 과정에서 경찰사칭 논란을 불렀다. 전 교수의 과거 주소지에 세워진 차량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스스로를 경찰로 칭했다는 것이다.

MBC는 지난달 14일 MBC 내부위원과 외부위원(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MBC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 등 4인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꾸려 ‘경찰 사칭 인터뷰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서울 마포구 MBC사옥
▲서울 마포구 MBC사옥

10일 MBC에 따르면 조사위는 해당 취재진과 이들이 소속된 통합뉴스룸 및 뉴스영상콘텐츠국의 관리자(팀장·부장·에디터·국장), 취재 당시 취재진과 차량 주인의 통화 내용을 확인했다. 취재진과 관리자를 대상으로 진술서를 받아 인터뷰를 진행했고, 당시 취재 보고가 이뤄진 메신저 대화 및 통화 목록도 확인했다고 MBC는 밝혔다.

조사위는 이번 행위가 함정취재나 위장취재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MBC 사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정보를 취득함에 있어 위계나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자협회 강령도 위반했다고 봤다.

사규상의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기획의도를 사전에 밝히기 어려운 불법·비리 등 반사회적 행위를 취재하거나, 탐사형 고발 프로그램 등의 중대한 공익 프로그램은 취재단계 관련 사규의 예외 사유가 될 수 있으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본건 취재의 경우에는 ‘단순한 거주 여부의 사실 확인’이었다”고 명시했다.

다만 ‘윗선의 지시 없이 이런 취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윤 전 총장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전아무개 교수에 대한 취재를 취재기자가 자원한 점 △국민대 및 주소지 방문 등 취재진의 동선과 인터뷰 여부 등만이 간단하게 관리자들에게 보고된 점 △경력과 연차를 고려해 취재 기자에게 취재가 일임되어 자세한 지시나 보고의 필요성이 없었던 점 △실제 통화 내용에 근거해 해당 취재를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방송제작가이드 개정·보완, 신입을 비롯한 기자들 교육을 통한 사규·취재윤리 및 관련 법령 준수 인식 제고, 시스템 재정비 등을 권고했다.

MBC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지난 2009년 제정된 사내 시사보도제작준칙을 개정·보완해 급변하는 방송 환경을 반영하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등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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