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끝났지만 패럴림픽이 남았다. 24일 ‘2020 도쿄 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해외 주요 언론사들이 일찌감치 패럴림픽 중계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국내 지상파 3사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국인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지난달 2일 패럴림픽 중계 종목, 특집 프로그램 등을 공개했다. NHK는 주요 경기와 더불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패럴림픽 소식을 뉴스로 전하고, NHK ETV(교육텔레비전)는 밤 시간대에 경기를 중계한다. 이 밖에 NHK가 운영하는 각 채널별 주요 방송 일정을 패럴림픽 특설 사이트에 공개했다.

▲일본 NHK는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이야기를 장애인 리포터가 직접 인터뷰해 전하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사진=NHK 올림픽 페이지 갈무리
▲일본 NHK는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이야기를 장애인 리포터가 직접 인터뷰해 전하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사진=NHK 올림픽 페이지 갈무리

패럴림픽 사이트에선 ‘보편적 서비스’ 일환으로 휠체어농구·휠체어럭비 등을 하루에 한 경기 정도 컴퓨터그래픽(CG) 캐릭터가 중계·해설하고, 수영·휠체어테니스·좌식배구·탁구를 비롯한 일부 종목은 자막과 음성 해설을 제공한다. 패럴림픽 관련 질문에 답하는 인공지능(AI) 챗봇도 운영된다. 3명의 장애인 리포터들은 출전 선수들 이야기를 전하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영국 지상파 방송사 채널4는 지난달 5일 ‘멀티 로케이션 스튜디오’와 ‘세계 최고 수준의 라인업’을 내세우며 “가장 야심찬 패럴림픽 계획”을 밝혔다. 채널4의 패럴림픽 중계진에서 장애인 비중은 70% 이상이다. 채널4는 “영국 TV사상 가장 많은 장애인 진행자가 출연한다”고 자부했다.

채널4는 또한 패럴림픽이 진행되는 일본 도쿄 현지 스튜디오와 영국 리즈, 런던의 스튜디오 등을 통해 300시간 이상의 패럴림픽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패럴림픽 전용 사이트에서는 16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1000시간 이상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 NBC는 NBC·NBCSN 등 TV채널 중계 200시간을 비롯해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패럴림픽 방송을 1200시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NBC는 ‘도쿄 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대한 접근성 향상 계획’을 발표했다.

NBC는 온라인 올림픽 페이지와 NBC스포츠 앱에서 양궁·배드민턴·보치아·카누·사이클링·승마 등 20개 종목을, 스트리밍 플랫폼 ‘피콕’(PEACOCK)에선 남녀 휠체어 농구와 여자 좌식배구, 휠체어 럭비, 마라톤 등 종목을 중계한다.

▲영국 채널4는 '2020 도쿄 패럴림픽' 방송 진행자 중 장애인 비중이 70% 이상이라고 밝혔다. 사진=채널4 홈페이지 갈무리
▲영국 채널4는 '2020 도쿄 패럴림픽' 방송 진행자 중 장애인 비중이 70% 이상이라고 밝혔다. 사진=채널4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한국에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중계권을 갖고 있는 지상파 3사(KBS·MBC·SBS)의 경우 현재까지 이렇다 할 패럴림픽 중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세 방송사의 대외적인 설명은 비슷하다. 도쿄올림픽이 이제 막 폐막한 시점이라 관련 일정을 논의하고 확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취지다.

이는 일찍이 패럴림픽 중계 방침을 밝혀온 해외 방송사들과 대비된다. 각 매체가 놓인 여건이나 역량을 고려한다 해도 올림픽, 패럴림픽에 임하는 태도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3사 모두 지난달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전·현직 ‘스포츠 스타’ 해설진을 공개하는 등 차별화된 방송을 하겠노라 적극 홍보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평창패럴림픽과 같은 지적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당시 3사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패럴림픽임에도 소극적인 중계로 비판 받았다. SBS가 32시간을 패럴림픽 중계에 할애한 가운데 KBS는 기존 25시간에서 44시간, MBC는 18시간에서 35시간으로 확대해 이를 편성했으나 역시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계·방송 시간 만큼이나 장애인 시청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김철환 장애벽허물기(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경기 장면을 통역으로 볼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배리어프리’(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장벽을 제거한다는 의미)에 나서도록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수어통역을 방송 언어로서 관리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김 활동가는 “자막과 수어통역이 비율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궤도에 올라왔다”면서도 “전체 비율 대비 몇 퍼센트를 채우는 방식은 무책임하다. 모니터링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장시간 중계에 따른 수어통역사들의 노동환경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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