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중계를 마칩니다.”

지상파 3사가 ‘2020 도쿄올림픽’ 폐막식을 중계한 지난 8일, KBS 중계를 닫는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남아 있음에도 올림픽 종료에 방점을 둔 보도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재후 아나운서는 이날 폐막식을 마무리하면서 “주먹 쥐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매 순간 선수들과 같이 호흡했던 시청자 여러분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팬이었다. 올림픽 시청자 종목의 금메달리스트였다”고 말한 뒤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한국방송 KBS의 모든 중계방송을 여기서 마친다”고 했다.

이 멘트는 트위터를 비롯한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반향을 불렀다. 일부 언론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도쿄패럴림픽 개막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한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식에 대해 화두를 던진 것”이라 설명했고, YTN도 “아직 남아있는 패럴림픽 올림픽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멘트였다는 호평”을 내놨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중계 진행을 맡은 이재후 KBS 아나운서(왼쪽)와 송승환 해설위원(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사진=KBS 중계 갈무리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중계 진행을 맡은 이재후 KBS 아나운서(왼쪽)와 송승환 해설위원(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사진=KBS 중계 갈무리

전날 도쿄 올림픽 폐막 소식을 전한 지상파 3사(KBS·MBC·SBS) 뉴스 중에서도 ‘패럴림픽’을 언급한 곳은 KBS가 유일했다. “도쿄올림픽 폐막…파리에서 만나요!” 리포트에서 오정현 기자는 그간의 올림픽 소식을 정리한 뒤 “이제 2주 뒤 장애인올림픽이 이곳 도쿄에서 열린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도쿄에 체류 중인 이재후 아나운서는 9일 통화에서 “KBS에 제3라디오라고 ‘사랑의 소리’ 채널(장애인 등 소외계층 전문 채널)이 있고, 라디오 뉴스를 전하기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식이 체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이재후 아나운서가 ‘비장애인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을 구분한 진행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때도 이 같은 말로 올림픽 중계를 마쳤다.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메달 지상주의나 지나친 경쟁 중심의 중계에 반감이 높아지고, 평등이라는 가치가 중시되면서 ‘비장애인 올림픽’을 명시한 멘트가 주목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20 도쿄 패럴림픽 공식 영상 갈무리
▲2020 도쿄 패럴림픽을 예고하는 공식 영상 갈무리

이 아나운서는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 올림픽을 지켜보시는 분들도 이전과는 많이 바뀐 것 같다”면서 “단적인 예로 송승환 해설위원(전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과 중계를 하면서 ‘나라별로 어디가 1등’이라거나 ‘금메달 합계 기준’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누가 주문한 것도 아니었다. 시청자들도 ‘메달 순위 궁금한데 어디가 1등이냐’는 식의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다소 격앙된 상태였던 평창올림픽 폐막식 중계 때와 달리, 송 해설위원과 대화 형식의 중계를 한 덕에 “목소리에 힘이 빠져서” 더 잘 들린 것 같다고 멋쩍은 반응을 보였다.

‘2020 도쿄 패럴림픽’은 오는 24일부터 9월5일까지 22개 종목, 540개 경기로 진행된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양궁·육상·배드민턴 등 14개 종목에 86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여느 때보다 비인기 종목, 소외된 경기에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 속에서 향후 패럴림픽 중계도 지상파 등 올림픽 중계 역량과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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