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피해에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배액배상제)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는 용어가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일어난 민간인 살상을 두고 미군이 쓰는 완곡한 표현이다. 여기엔 ‘어쩔 수 없었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핑계가 깔려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언론판결 분석 보고서>에 기록된 소송사례를 통해 ‘언론 자유’ 논쟁에 가려진 무고한 시민들의 ‘부수적 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뤄왔는지 조명한다.

2012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범인 고종석은 일가족이 자고 있는 집에 침입해 아동을 이불 채 납치하고 성폭행했습니다. 사건 1년 후 피해 아동의 가족은 한 토론회에서 ‘고종석보다 더 나쁜 건 언론’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도대체 언론이 어떻게 했길래 피해자 가족에게 아동 성폭행 가해자만큼이나 원한을 사게 되었을까요.

당시 언론은 ‘광풍’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로 과잉취재 경쟁을 벌였습니다. 마치 피해자 부모가 아이를 방치해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왜곡해 묘사했고, 피해자 집에 무단 침입해 집안 내부를 불법 촬영해 보도했습니다. 병원에 무단으로 들어와 피해 아동에게 상의를 올려보라 한 뒤 상처 부위를 찍어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피해자 집 위치, 가족의 월 수입, 피해자가 친구들과 찍은 사진은 물론이고 독서록, 노트, 그림일기까지 언론에 의해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언론보도로 인한 처참한 ‘2차 가해’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사건 몇 개월 후에야 자신들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분노한 피해자 가족들은 2013년 7월 그 정도가 유독 심한 5개 언론사(SBS, 채널A, 조선일보, 연합뉴스, 경향신문)에 총 4억9200만원의 손해배상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2014년 판결문에서 언론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사당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의 손해배상만 인정했고, 피해자들에게 소송비용 2/3을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살던 곳에서 떠나 아직까지도 가족의 상처를 헤집는 기자들을 피해 은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 언론이 ‘성범죄 보도준칙’과 ‘세부 권고기준’ 등을 만들어 윤리규정을 정비하는 계기가 됐지만, 정작 피해자는 구제하지 못한 ‘고종석 아동 성폭력 사건과 언론보도 2차 가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카드뉴스에서 확인하세요.

※ 카드뉴스 일부 수정 : 2021년 8월9일 오후 15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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