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향신문 4면의 3분의 2 가량이 까만색으로 채워졌다. 제목은 ‘당신의 회사는 어디에 있습니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빼곡히 채운 글씨가 보이는데, 상장사 이름이다. 종이 신문을 잘 읽지 않는 시대지만 이 지면은 페이스북 등 SNS 공간에서 확산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유리천장 박살 프로젝트’ 기획 기사의 일환으로 전체 상장사 2246곳의 여성 임원 현황을 분석했다. 

까맣게 채워진 3분의 2는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는 기업이다. 경향신문은 “여성 임원이 한 명조차 없는 기업도 1431개에 달했다. 전체 상장사 2246개 중 63.7%”라며 “여성이 임원을 꿈꿀 수도 없는 곳이 국내 상장사 10곳 중 6곳 이상이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지면 오른쪽 아래에는 8곳의 기업만이 선명한 글씨체로 쓰여 있다. SM Life Design, 럭슬, 버킷 스튜디오, 서울옥션, 솔본, 이지스레지스던스리츠, 클리오, 키이스트 등이다. 이들 기업은 여성 임원이 50%를 넘어선 ‘성평등 기업’이다. 경향신문은 “기업 815곳(36.3%)은 여성 임원이 1명 이상 있었지만 여성 임원 비율이 50% 이상인 ‘성평등 기업’은 8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 6일 경향신문 4면 갈무리
▲ 6일 경향신문 4면 갈무리

경향신문이 띄운 기업 이름에는 별표(☆)와 동그라미(○), 세모(△) 등 기호가 보인다. 이는 기업 내 페이갭(임금격차)의 정도를 의미한다. 세모의 경우 임금격차가 심각한(32.5% 이상) 기업이라는 의미다.

경향신문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2167개(유가증권시장 768개, 코스닥시장 1399개)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2020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임금(중앙값)은 3900만 원으로 남성(5462만2464원)의 71.4%였다”고 했다. 즉, 남녀 간 페이갭은 28.6%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앙값 12.5%(2019년 기준)의 2.3배에 이르는 수치다. 경향신문은 “페이갭이 50% 이상인 곳, 즉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절반이 안 되는 상장사도 155곳”이라고 지적했다.

직장 내 여성의 수가 적고 근속연수가 낮기에 여성 평균 임금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여성 비율과 근속연수 차이 등이 페이갭의 절대적인 요소라고 볼 수도 없었다”고 했다. 

▲ 6일 경향신문 5면 갈무리
▲ 6일 경향신문 5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롯데쇼핑,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CJ ENM, LG생활건강, 아시아나항공, GS리테일 등 7개사는 여성 노동자가 절반이 넘지만, 이 중 아시아나항공과 GS리테일은 페이갭이 각각 58.0%, 45.3%나 됐다”며 “근속연수가 여성이 더 긴 6곳 중 3곳(LG상사·GS글로벌·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도 페이갭이 40~50%대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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