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피해 받은 국민을 구제한다고요? 목적과 당위성은 맞죠. 그렇지만 위헌 판정 받을 겁니다.”

미디어오늘과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주의는 조금 괘씸해도 비판을 감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 의원실 제공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 의원실 제공

“영국, 미국서 징벌적 손배제 도입? 일반화 오류”

김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청와대 대변인도 역임했다. 최근까지는 국민의힘 대변인을 맡으며 언론과 긴밀히 호흡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권이 진행하는 ‘언론개혁’에 나름의 지론을 갖고 있었다. 몇몇 사안별로는 여당 주장에 공감하며 정치권 자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기본적 논조는 야당에 충실했다.

김 의원은 언론개혁 이야기를 꺼내며 지난 2014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 발언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은 의원이던 시절 ‘언론의 잘못된 보도나 맘에 들지 않는 논조에 대해서 정치권력이 직접 개입해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며 “또다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보통 장악하고 싶을 때 개혁이라는 표현을 썼다. 검찰개혁도 언론개혁도 마찬가지”라며 “권력은 감시받고 견제 받아야 할 대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개혁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징벌법’, ‘기자응징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감시 대상이 감시 주체를 심판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는 미국과 영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개별 입법은 없지 않은가. 늘 해왔던 일반화 오류를 또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입증 책임도 민법상 보면 법과 법 사이에서 상충하는 부분 때문에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 본다”며 “언론에 피해 받던 국민을 구제한다는 이야기는 그럴 듯하지만 고의나 중과실을 확대했다. 이는 힘을 가진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를 징벌하는 게 아니라 진짜 뉴스를 징벌하는 것이고 쓴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통과된다면 언론이 제보자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것이다. 민주당은 정당한 문제 제기도, 정당한 검증도 부정하는 ‘가짜뉴스 호소인’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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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회적 책임 다하기 위해 알고리즘 공개해야”

몇몇 주제에는 여당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털개혁’ 주제가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포털사이트 뉴스 편집권에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어떠한 가치판단으로 어떻게 뉴스를 편집했는지, 사람이 어떻게 설계한 알고리즘인지 국민도 알아야 한다”며 “포털사이트가 언론인지 아닌지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언론 기능을 하면서 사실상 언론으로서 담보해야 하는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뉴스 편집을 이어가고 싶다면 객관성과 중립성을 입증해줘야 한다. 그 시작은 알고리즘 설계를 공개하는 것”이라며 “포털은 그 어떤 기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AI라는 건 결국 사람이 가르쳐준 대로 학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연스레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열린포털’에 대한 그의 생각도 밝혔다. 김 의원은 네이버와 다음 등 기존 포털사이트를 비판하면서도 기업의 자유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 영역이라 볼 수 있는 뉴스 편집 알고리즘 설계만 공개한다면 다른 활동은 기업적 측면에서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런 시각에서 김의겸 의원 제안을 ‘국가주의’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열린포털은 지난 4년간 보여줬던 ‘공공 만능주의’를 또다시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미디어 바우처법’도 비판했다. 그는 “인기투표로 언론을 줄 세우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해서 심판에서 선수까지 되겠다는 이야기”라고 바라봤다.

미디어 바우처법 논의 밑바탕에 있는 ABC협회 유료부수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ABC협회 기준으로 유료부수 1위라는 언론(조선일보)이 정부 광고비를 가장 많이 받지 않았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보다 객관적 기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정부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 또다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 의원실 제공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 의원실 제공

MBC 출신 김은혜가 바라본 공영방송과 ‘정치적 중립’

김 의원은 자신의 친정인 MBC와 또 다른 공영방송 KBS에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영방송 ‘정치적 중립’ 논란이 여·야 공수만 바뀔 뿐 매번 제기되고 있어서다.

김 의원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 논란은 어느 한 특정 정권 문제라기보다는 보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있었던 논란”이라며 “정부마다 공영방송을 권력 휘하에 두겠다는 시도가 끊임없이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 문제까지 포함해 보다 큰 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면 언론중재법 개정이 아니라 공영방송을 국민의 편으로 돌려준다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제도적 개선을 위해서는 ‘특별다수제’(사장 선임을 포함한 중요 의사 결정 시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 사장은 KBS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11명으로 구성된다. 이사는 관행적으로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해왔다. 자연스레 사장 선임에 나서는 이사진에 집권 여당 입김이 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특별다수제를 적극 추진했었다. 현재도 관련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정필모 민주당 의원 안 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제안한 안에 더욱 공감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100명의 이사후보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이 공영방송 이사를 다득표로 13명씩 선출하고, 공영방송 사장은 위원회가 투표로 추천한 복수의 후보 중 한 명을 이사회가 특별다수제로 의결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정 의원이 제안한 이사후보추천국민위원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박 의원이 제출한 안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KBS 이사회를 13명으로 구성하고 여당이 7명을 추천, 야당이 6명을 추천하는 안을 발의했다. 특별다수제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특별다수제는 국민의힘이 집권했을 당시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약집에 담았던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보수 정부는 집권 이후 소극적이었다. 김 의원은 “특별다수제 도입에 내재한 의미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공영방송 사장직 악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권도 자성하며 내재한 의미와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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