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하는 건지. 주요 피의자 이름 하나 없고, 사건 단서 내용도 하나 없고.”

영문을 알 수 없는 기사 하나에 누리꾼 비난이 빗발쳤다. 지난 4일 “검찰총장은 왜 10분 만에 마음을 바꾸었을까?”라는 제목의 뉴스1 보도에 뒤따른 반응이다.

뉴스1 기사는 정권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정권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건’에서 빚어진 검찰 수뇌부들의 오판, 즉 핵심 피의자에 대한 영장청구를 둘러싼 이견과 갈등을 담았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장검사’와 함께 ‘검찰총장’을 직접 찾아 ‘피의자A’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허가 받지만 대검 총장실을 나와 중앙지검으로 큰 길 하나를 넘어가는 도중 검찰총장 마음이 돌연 바뀌어 결국 영장청구가 불허됐다는 것이 기사 골자다.

시기와 인물은 특정되지 않는다. 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인지, 지난 정권 일인지 확인할 수 없다. 청와대와 얽혀 있는 중대한 사건 수사가 외압에 의해 좌초됐음을 암시할 뿐이다. 기사는 해당 사건을 다음과 같이, 마치 소설처럼 극적으로 전달한다.

▲ 지난 4일 “검찰총장은 왜 10분 만에 마음을 바꾸었을까?”라는 제목의 뉴스1 보도 화면 갈무리. 사진=포털사이트 다음
▲ 지난 4일 “검찰총장은 왜 10분 만에 마음을 바꾸었을까?”라는 제목의 뉴스1 보도 화면 갈무리. 사진=포털사이트 다음

“정권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건이라 언론은 매일 수사 진척이 없다며 비판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럼에도 수사는 벽에 부딪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심증은 확실했다. 문제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태연스레 대며 잡아떼는 피의자A를 더 이상 압박할 길이 없었다는 점이다. 마지막 카드는 구속영장 청구.”

“B차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찾아가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중앙지검장은 잠깐 망설이더니 총장실에 같이 가자고 했다. 자기 선에서 영장을 결재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법무부 나아가 청와대까지 연쇄적으로 얽힌 문제였다.”

“검찰총장은 뜻밖이었다. 둘을 보자마자 ‘쳐’라고 한마디만 던졌다. 중앙지검장과 B차장은 대검에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서로 얼굴을 보며 말없이 미소를 보냈다. 이심전심이었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검사장실에 복귀하자마자 중앙지검장은 총장의 전화를 받았다. 영장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큰 길 하나 넘어오는 10분 사이 총장의 마음이 바뀐 거였다. 왜 그랬을까. 핵심 피의자의 입을 열지 못하고 사건 핵심을 뚫지 못한 그 수사는 결국 흐지부지됐고, 언론의 매서운 비판이 이어졌다.”

뉴스1 보도는 기사 말미에 “물론 먼 훗날 진실은 엉뚱한 곳에서 밝혀졌다. 그때의 심증이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만약 그때 총장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지금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총장 자리에 장관이 대신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기사를 접한 독자로선 자연스레 의문이 생기지만, 법조 기자들도 이 기사에 궁금증이 컸다. 법조 출입이 오래되지 않은 기자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고연차 기자들은 뉴스1 기사가 2012년 MB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를 거론한 것으로 판단한다.

2012년 3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이명박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 인멸 과정을 주도했다고 폭로한다. 이에 검찰은 2010년에 이어 불법사찰 재수사를 결정했다.

검찰은 박윤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그 당시 검찰총장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교일 전 의원이었다.

한 기자는 “MB정부 시절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장과 수사팀의 영장청구 요청을 수용했다가 돌연 반대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면서도 “다만 그때 이야기가 왜 지금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독자들도 “새누리당 시절 이야기 인가”, “도대체 신문기사 의도가 무엇인가”, “알맹이 없는 기사” 등 반응을 보이며 뉴스1 기사 가치에 물음표를 달았다. 이 기사만으로는 기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와닿지 않아서다. 독자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기사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기사를 작성한 홍기삼 뉴스1 기자에게 물었다. ‘MB정부 민간인 사찰 건을 다뤘느냐’는 질문에 그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홍 기자는 ‘취재원 보호’ 때문에 이 같이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 기사로 시점을 특정하면 “취재원 보호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기사에 법무부와 검찰로부터 홍 기자에게 문의가 있었지만, 홍 기자가 이들에도 사실관계 등을 확인해주지 않은 이유다.

홍 기자는 “다만 기사 가치로 말씀드리면,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이야기”라며 “나도 독자들 댓글을 살펴봤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지적할 수 있다. 다만 취재원 보호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지금도 의미가 있다”며 “오늘날에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위축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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