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용건씨가 교제하던 여성에게 피소 당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 언론은 있지도 않은 ‘낙태 강요 미수죄’라는 단어를 무한 반복했다.

법조계 “‘낙태 강요 미수죄’는 틀린 표현”

디스패치 첫 보도 이후 3일까지 김씨가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로 피소 당했다는 기사(네이버 검색 기준)는 총 191건 쏟아졌다. 디스패치는 지난 2일 오전 10시 관련 첫 보도를 했다.

디스패치는 김씨와 교제하던 여성 A씨가 지난달 24일 김씨를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매일경제, 이데일리, 조선일보, 한국경제, JTBC, MBN, YTN 등 유력 매체도 김씨가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로 피소됐다고 보도했다.

▲ 배우 김용건씨. 사진=노컷뉴스
▲ 배우 김용건씨. 사진=노컷뉴스

그러나 현행법상 낙태 강요 미수죄라는 혐의는 없다. 지난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법 조항에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위헌을 선고해 해당 법 효력이 곧바로 사라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낙태죄 경우 2020년 12월31일 이전, 개선 입법을 할 때까지만 해당 조항이 존속했다. 그러나 관련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지난 1월1일부터는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었다. A씨 측은 낙태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만큼 김씨는 ‘강요죄’로 고소 당한 상태다.

임윤태 태정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낙태죄는 폐지가 됐으니까 강요 미수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말 그대로 낙태죄가 자체가 사라졌으니 낙태 강요 미수죄라는 표현은 틀린 것”이라고 전했다.

팩트체크 기사 내고도 ‘낙태 강요 미수죄’라 한 머니투데이

2일 오후 2시34분 처음으로 낙태 강요 미수죄가 아닌 강요 미수죄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76세에 늦둥이 결단’ 김용건, 39세 연하 여성 책임지겠다지만…”이라는 제목의 일요신문 보도다. 일요신문은 ‘(낙태) 강요 미수죄’라고 표현했다. 사실관계가 바로 잡힌 첫 보도가 나왔으나 언론들은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로 피소라는 보도를 이어갔다.

첫 팩트체크 기사는 3일 오전 6시56분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을 통해 보도됐다. 뉴스톱은 “[팩트체크] 낙태 강요죄로 형사고소?”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이때까지 낙태 강요 미수죄로 보도한 기사는 148건이다. 앞서 언급된 일요신문 기사 1건 만이 김씨가 강요 미수죄로 피소 당했다고 했다. 이 이후에도 기사 37건이 낙태 강요 미수죄라고 언급했다.

▲3일 머니투데이에서 연이어 보도된 배우 김용건씨 피소 관련 보도 일부. 팩트체크 보도 이후에도 김씨가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3일 머니투데이에서 연이어 보도된 배우 김용건씨 피소 관련 보도 일부. 팩트체크 보도 이후에도 김씨가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진=네이버 뉴스 갈무리

뉴스톱 보도 후에는 머니투데이에서 “김용건 피소…‘낙태죄’ 폐지됐는데 ‘낙태강요죄’가 있다?[팩트체크]”라는 팩트체크 기사가 나왔다. 아주경제는 “[장용진의 異義있습니다] 낙태 강요미수죄? 기레기와 법비(法匪)의 희안한 합작품”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냈다.

MBC 연예는 유튜버 이진호씨 관련 인용 보도를 하며 김씨가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가 아닌 강요 미수죄 혐의로 피소됐다고 보도했다. 법률방송뉴스는 “‘낙태강요미수죄’로 고소했는데 형법엔 없는 죄목?…김용건 ‘임신 스캔들’ 법적 쟁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혼선을 빚는 모습도 있었다. 주인공은 머니투데이다. 앞서 언급했듯 머니투데이에서는 법조 출입 기자가 3일 오후 3시24분 팩트체크 기사를 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7시19분 연예 섹션을 통해 송고된 기사는 낙태 강요 미수죄 혐의라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