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홍보대행사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 위장 광고’를 조직적으로 송출해온 자사 정보사업국 소속 홍보사업팀에 개편을 실시했다. 경영진 교체 시기를 앞두고 이뤄진 이례적인 조치로, 연합뉴스가 기사 위장 광고 관련 대내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마련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30일자로 정보사업국 산하 홍보사업팀을 ‘열린뉴스지원팀’으로 명칭을 바꾸고, 홍보사업팀장과 팀원 등 5명을 열린뉴스지원팀에 배속시키는 기구 개편을 시행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거래 내역 자료를 바탕으로 연합뉴스가 기사로 위장한 광고를 포털에 ‘기사’로 전송해왔다고 보도했다. 이후 연합뉴스는 임시직 사원 명의의 기사 2000여건을 삭제하고, 기자협회보에 직접적인 대가로 돈을 받거나 고의로 광고를 기사로 위장해 포털에 전송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연합뉴스와 홍보대행사들 간 계약서 확인 결과 연합뉴스는 ‘부가 서비스’란 이름으로 대가성 기사형 광고를 포털 내 ‘기사’ 섹션에 내보내고 있었다.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기사 거래내역 디자인=이우림 기자
▲연합뉴스와 언론홍보대행사 간 기사 거래내역 디자인=이우림 기자

[ 관련 기사 : 연합뉴스, 선입금 패키지 계약 맺고 기사형 광고 송출 ]

[이번 개편은 연합뉴스가 현재 차기 사장 선임을 코앞에 둔 경영진 교체기인 점에 미뤄 이례적인 결정이다.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3월 본래 임기가 만료된 뒤 보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경영권이 제한돼 조직개편이나 임기 만료 편집총국장 인선도 미뤄지던 터다. 그러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신임 이사회가 최근 구성되면서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연합뉴스는 이날 사내 구성원에 홍보사업팀 개편 취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 개편은 연합뉴스가 지난달 ‘기사 위장 광고’ 수익사업 관행이 공론화한 뒤 사내 구성원에 관련 입장을 밝힌 적 없다는 점에서도 의문을 낳는다. 연합뉴스의 편집국 소속 한 데스크급 사원이 지난 21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측에 ‘기사 위장 광고’ 송출이 사실인지 등을 공개 질의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은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 관련 사설 :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묻는다 ]

연합뉴스는 홍보사업팀 개편을 기해 수익사업으로 기사 위장 광고를 내보내는 관행을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영세 기관이나 기업을 홍보하는 기사를 보도하되 대가성 없이 무료로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오는 13일 포털의 언론사 제휴 심사를 맡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연합뉴스 제재 여부 심사를 염두에 두고 사측이 마련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그러나 ‘기사 위장 광고’ 문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사 섹션 송출은 여전하다. 3일 뉴스포털 검색 결과 연합뉴스는 기구개편 뒤인 7월31일과 8월2일자로 열린뉴스지원팀장과 팀원 명의의 홍보성 기사를 ‘보도자료’가 아닌 ‘기사’ 섹션에 송출했다.

한편 연합뉴스의 ‘기사 위장 광고’ 관행은 편집총국 고지 없이 이뤄져온 것으로, 기구개편도 편집총국장과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한 연합뉴스 편집총국장은 3일 통화에서 자사 홍보사업팀의 기사 위장 광고 관행을 알았는지 여부를 두고 “보도자료 서비스 정도로 알았지, (기사 섹션에 내보낸다는) 구체적 내용을 아는 사람은 편집국에 거의 없지 않았을까”라면서도 “그래도 회사 분업이 워낙 다양하게 구성되는 만큼 (회사가) 알리지 않았다는 건 어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국장은 “정보사업국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었다. 편집총국 관련 사안이라면 협의가 들어올 텐데 세부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연합뉴스 사측에 △홍보사업팀 기구개편 취지와 역할 변화 △열린뉴스지원팀이 현재 대가를 받고 기사형 광고 송출을 하는지 △개편 뒤에도 기사 섹션에 홍보성 콘텐츠를 내보내는 데에 대한 입장 △기구개편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사의 관련성 등을 질의했다. 연합뉴스 측은 답변을 거부한 뒤 “연합뉴스는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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