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후가 ‘위기’를 넘어 ‘재앙’수준에 접근한 것 같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의 5월 기온이 39도를 넘기더니 7월에는 라인강의 기적 독일이 라인강의 범람으로 초토화됐고, 여름휴양지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폭염으로 역대급 산불 피해를 입고 있다. 캘리포니아 드리밍 미국 서부는 50도에 가까운 살인적인 폭염으로 농사지을 물이 부족해 차떼기로 물을 훔쳐가는 물도둑까지 등장했다. 체리가 그을리고 물고기들이 뜨거운 강물 속에서 산 채로 익어간다. 유엔은 코로나19 다음의 대재앙은 기후변화 폭염이라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고, 전세계 150여개국 과학자 1만4천명은 기후변화가 티핑포인트에 달했다며 화석연료의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럴 때 지역 언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할 일이 너무 많다. 크게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번째는 ‘식량 자급’ 관점의 먹거리 보도다. 그동안 중앙이든 지역이든 우리 언론은 먹거리를 다룰때 금배추, 금고추, 금사과 등 가격이 많이 오른 농산물을 다뤘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농산물 가격을 따질만큼 풍요롭지 않다. 지금같은 극한 기후가 일상화될거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 이는 작황이 불안정해 돈을 줘도 식량을 못구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다.

이미 식량 수출 1위인 미국의 봄 밀 수확량이 전년보다 41% 줄어 지난달 국제 밀값은 40% 올랐고, 남미의 가뭄과 호주의 한파로 옥수수값은 두배, 콩값은 70%나 올랐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채소를 포함해도 50%가 안되는 45.8%(2019년)이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콩 26.7%, 옥수수 3.5%, 밀 0.7%, 참혹한 지경이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논과 밭이 있기에, 이제 지역언론은 식량안보를 지키는 심정으로 우리 지역 주요 곡물 생산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농지투기를 고발하며 자급도를 높여내는 정책적 노력을 강제해내야한다.

두번째는 지역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 사례 발굴이다. 화석연료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하는데 문제는 누가 중심이 되느냐에 있다. 과거 화석연료 시대가 열렸을 때 최후의 승자는 석유가 쏟아져나오는 산유국이 아니라 석유자본이었다. 주도권 다툼 속 숱한 전쟁과 권력다툼이 있었다.

화석의 시대가 저물고 신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열리는 지금 신재생에너지의 산유국은 중동이 아니라 태양광과 바람과 바이오매스가 풍족한 우리네 농산어촌이다. 당연히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야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본이 앞다퉈 정부지원을 따내면서 지역민은 소외되고 반목하고 오히려 농사짓던 소작농이 쫒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생겨난 개념이 ‘지역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다. 마을사람이 중심되어 신재생의 열매를 마을공동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 7월14일 전라북도 익산시 성당포구 마을에서 열린 ‘마을자치연금 1호 마을 준공식’에서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 6번째)이 테이프 커팅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 7월14일 전라북도 익산시 성당포구 마을에서 열린 ‘마을자치연금 1호 마을 준공식’에서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 6번째)이 테이프 커팅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정착되어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익산시 금강유역에 있는 성당포구마을은 태양광 수익으로 마을연금을 만들었다. 마을회관 지붕 등 마을사람들의 공유지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생기는 고정수익(매달 200만원)을 금강체험프로그램 등 독자적인 마을사업수익과 합쳐 이달 1일부터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매달 10만원씩 ‘마을연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축산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의 원천마을은 축산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전기와 열을 만들어 지역난방에 쓴다. 축산농가들의 골치덩이 축산분뇨로 겨울철 기름값 걱정에 난방을 못하던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난방’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태양광, 풍력, 축분, 목재팰렛 등 소중한 공유자원들이 우리 지역에 널려있다. 이런 사례가 전국 방방곡곡에 확산된다면 우리 지역의 미래는 어떨까?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맑은 물이 흐르고 반딧물이 살아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수익으로 아이들이 교육비 걱정, 집걱정없이 꿈을 향해 정진할 수 있는 모두가 꿈꾸는 공간이 열리지 않을까?

그 소중한 사례를 지역언론이 발굴해보자. 가지 않은 길이기에 가시덤불도 나오겠지만 애정어린 눈빛으로 꾸준히 쓰고 또 써간다면 그것이 지역을 가꾸고 지구를 지키는 멋진 지역언론의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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