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상파 방송사에 남성 임·직원 편중이 심각해 제작 다양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민간방송 노동조합연합회(민방노련) 조사에 따르면 일본 민영방송사 전체의 여성 임원 비율은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민방노련이 전국의 민방 12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 간행물 ‘해외방송정보’ 8월호에서 안창현 일본 통신원은 방송계에서도 공고한 일본의 유리천장 현황을 전했다.

민방노련 조사 결과 전체 민방 71.7%에 해당하는 91개사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여성 임원이 있는 36개 사의 경우 한 회사당 여성 임원이 1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요 민영방송(키스테이션) 5개사인 NTV·TV아사히·TBS·TV도쿄·후지TV 등의 여성 임원 비율은 5.7%, 이 가운데 NTV와 후지TV의 경우 0%다. 보도·제작국장 등 보도·편집을 총괄하는 책임자에 여성을 기용한 곳은 전무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경우 민방에 비해서는 사정이 낫지만 역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난달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NHK의 여성 직원 비율은 21.1%(4월 기준), 임원 비율은 8.3%(6월 말 기준)로 나타났다.

KBS의 경우 2020년 경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직원 비율은 24.3%(2020년 기준)으로 NHK보다 약간 높다. 책임직급(팀장급) 이상은 2019년 11.1%, 2020년 14%, 2021년 17%로 증가세이지만 NHK의 임원 기준이 명확치 않아 이에 대한 단순 비교는 어렵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연구소',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정보' 8월호 갈무리

일본 사회에서는 이 같은 성별 격차가 ‘의식적이지 않은 대응’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있다. 민방노련 여성협의회는 2020년까지 여성 관리직을 30%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원인이 ‘사회 전체적으로 고정적인 성별 역할분담 의식과 무의식적인 편견’이라고 했다.

아베 루리 조치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미디어가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기사에는 제작자의 시선이 반영된다. 스테레오타입의 젠더관을 가지고 제작된 콘텐츠를 계속해서 접하는 사회에는 성차별적 억압이 스며든다”고 했다. 이어 뉴스 내용을 퇴고하는 데스크, 프로그램 책임자인 프로듀서, 취재 팀장 등 ‘게이트키퍼’를 담당하는 지위에 여성 수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NHK는 인력조정을 통해 꾸준히 여성 비율을 높이는 추세다. NHK 발표에 따르면 여성 직원 비율은 2018년 17.4%, 2019년 18.6%, 2020년 19.9%로 소폭이나마 늘고 있다. 여성 관리직 비율은 같은 기간 8.7%에서 9.5%, 10.6%로 집계됐다. 정기 채용시 여성 비율은 2018년 36%에서 2020년 47.2%로 늘었다.

▲NHK 로고
▲NHK 로고

또한 2019년 5월 여성활약추진법 개정에 따른 ‘여성활약추진법 NHK 행동계획’(2021년~2025년)에 따라 여성관리직 비율을 2025년까지 15%, 2030년까지 25%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1년 5월부터 부서별 여성 관리직 비율을 가시화하고, 6월부터 ‘라이프 스테이지’(life stage)에 맞는 인사이동으로 여성 활약 기회를 확충하며, 9월부터 젊은 인재·리더 연수 및 주요 회의에 여성 참가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12월부터 인재육성 담당 관리직을 대상으로 무의식적 편견 해소 연수와 커리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내년 4월부터 커리어지원센터에서 컨설턴트 면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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