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즌이면 돌아오는 채널별 ‘겹치기 편성’(중복 편성) 문제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여러 종목 가운데 축구 경기에만 지상파 중계가 편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시간대엔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구기종목 경기가 연이어 치러졌다. 오후 7시 한국야구 B조 오프닝 라운드 2차전(대한민국:미국), 7시40분 배구 여자 예선 A조(일본:대한민국), 8시 축구 남자 8강(대한민국:멕시코) 등이다.

그러나 지상파 4개 채널 중 SBS, KBS2, MBC는 축구, KBS1은 야구 경기를 우선적으로 편성했다. 배구는 유료 케이블 채널인 KBS N 스포츠에서 중계했고, 지상파 채널들의 경우 기존 편성된 경기가 끝난 뒤 또는 재방송 형태로 배구 경기를 내보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부터 SBS 시청자게시판에는 여자배구 경기를 편성해달라는 요청글이 게재됐다. 경기 당일인 31일 KBS 시청자게시판엔 “여자배구 예선 한일전의 경우 어디서도 공중파(지상파)에서 볼 수 없어서 많이 안타까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상파 3사
▲지상파 3사 사옥 및 로고 (왼쪽부터 MBC, SBS, KBS)

앞서 28일에도 지상파 중계가 펜싱, 축구 중에 집중돼 배드민턴 남자 단식 A조 2차전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세계 랭킹 38위인 한국 대표팀 허광희가 1위 모모타 겐토(일본)를 꺾고 8강에 진출했던 경기다.

반면 한국 대표팀 축구의 경우 지난달 22일 뉴질랜드전, 25일 루마니아전, 28일 온두라스전, 31일 멕시코전 등 전 경기가 지상파 3사에서 동시 생중계됐다. 어딜 틀어도 축구만 나온다는 핀잔이 이어지는 이유다.

보편적 시청권을 명목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중계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인기 종목 편성에 뛰어드는 현상은 꾸준히 비판 받아왔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의 2013년 연구(방송사 순차편성 합의에 따른 올림픽 중계방송 편성 분석)에 따르면 지상파 중계 편성의 중복 편성 비율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55.2%, 2012년 런던올림픽상위 22.8%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종목 집중도는 베이징올림픽 45.5%(유도·수영·육상·양궁·핸드볼), 런던올림픽 61.0%(수영·육상·유도·축구·양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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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14일 '2020 도쿄 올림픽'과 관련해 지상파 3사의 순차방송을 권고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블로그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지상파 3사에 “과다한 중복편성으로 인해 시청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중계방송을 채널별·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하도록 권고”했다. 방송사업자가 채널별·매체별 순차 편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방통위는 이런 편성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방송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런 ‘권고’에 “개‧폐막식과 한국대표팀이 출전하는 결승전 등 국민 관심이 높은 경기”라는 예외가 붙으면서 실효성 한계도 예상됐다.

이번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가주의’ ‘메달우선주의’ 등에 대한 시민, 시청자 반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인기 종목에 치중하는 편성, 같은 시간에 같은 경기를 틀면서 ‘해설진 경쟁’ 등을 내세우는 방식이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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