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소개

‘스피치 인사이트’은 국내 언론이 인용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발언과 국내 대중 여론의 SNS를 분석하여 그들의 발언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통해 현재 사회의 이슈가 왜 화제가 되었는지를 분석하며 대중 여론이 해당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해당 이슈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여러 이유로 나는 여성가족부가 맘에 들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를 보면서 일을 제대로 멋지게 해내는 것보다, 논란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불만은 곧 ‘짠한 감정’으로 이어졌다. 조금만 되돌아보아도 여가부는 늘 ‘논란’의 대상이며, 항상 해명하고, 호소하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여성부로 태어난 2001년부터 ‘미운털’이었고 ‘동네북’이었다. 2006년에는 과자 죠리퐁이 여성의 성기와 닮아서 판매를 금지시켰다고 비판 받았다. 뿐만 아니었다. 당시 현대차 ‘소나타3’도 여가부가 판매금지를 시켰는데, 그 차의 헤드라이트가 남성의 성기와 닮았기 때문이란다. 여가부가 그럴 권한이 없으니 사실관계를 따져 물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황당한 괴담은 계속 이어지면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는 서명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2014년에도 이른바 ‘과자 괴담’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누드 빼빼로가 누드여서 여가부가 출시 금지시켰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루머는 기성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수준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런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팩트체크하는 보도도 부족했다. 검색을 해보면 2011년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가 쓴 [언더그라운드.넷]에서는 “죠리퐁, 소나타3 전조등, 그리고 테트리스. 백현석 여성부 온라인대변인이 언급한 ‘여성부 3대 루머’”라면서 이런 주장이 낭설임에도 여전히 회자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2014년에도 주간경향의 같은 코너의 <병 코카콜라 바나나, 전복 판매 금지?>에서 다시 한번 여가부 괴담을 다뤘다. 국민일보는 <누드 빼빼로 판매금지 괴담 황당하네>에서 모두 여러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팩트체크했다. 2015년에는 스브스뉴스 <여성부 때문에 바지 입은 푸?… 루머의 진실>에서 다시 이런 루머를 지적하며 “여성가족부가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그 어떤 비판도 할 수 있겠지만, 출처 불명의 루머를 여가부와 엮어 비난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마무리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참 여가부를 싫어하는 ‘한가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귀가 얇은 사람들, 루머에 솔깃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이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또는 맥락을 제거한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판은 점점 커지기만 했고, 발화자도 시민에서 정치인까지 폭을 넓혔다. 또한 그 대상 역시 과자에서 구체적인 여성가족부의 사업 내용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2019년 여가부에서 만든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두고 ‘아이돌의 외모를 규제하고 탈코르셋을 강요하는 외모가이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벌어지는 불법 촬영물 유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 집중 단속하겠다는 발표를 두고 ‘여가부 카카오톡 검열’에서 ‘민간인 사찰’로까지 비판의 폭을 넓혔다. 여가부 장관에 대한 험당을 넘어선 인신공격도 심각했다. 그러다보니 아무도 믿을 것 같지 않은 ‘죠리퐁 괴담’ 시절은 정말 양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여가부에 대한 과도하거나 근거없는 비판은 정치인 발언부터 유튜버 지적, SNS 담론 등에서 늘 펼쳐졌다.

게다가 김다은 시사인 기자의 <탄생부터 무용론 폐지론에 시달렸지만>(2021년 8월3일)에서는 여가부 페지론이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왔음을 지적했다. 여가부의 뿌리는 1948년 정부수립 직후 미군정이 설립한 ‘부녀국’인데, 당시에도 부녀국 폐지 시도가 여러 차례 반복되었고, 심지어 4・19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붕괴된 뒤에도 ‘부녀국 폐지로 예산 낭비를 막자’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그야말로 ‘여가부 페지’는 하루 아침에 나온 의제가 아니라 낡디 낡은 래퍼토리며 그만큼 누군가에겐 뿌리가 깊은 숙원사업이라는 것이다.

▲ 여성가족부. Ⓒ 연합뉴스
▲ 여성가족부. Ⓒ 연합뉴스

이런 ‘여가부 잔혹사’를 되짚다보면, ‘늘 자기검열하는 것 같다’고 느낀 나의 여가부에 대한 불만은 도리어 ‘지못미’라는 안타까움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21년 7월, ‘여가부 폐지’는 다시 화두가 되었다. 이번에는 익명의 시민이나 자극적 발언으로 조회수를 높이는 유튜버가 아니라, 야당의 주목받는 정치인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누구의 어떤 발언이 언론에 많이 등장했을까. 누군가가 길게 말을 하면, 언론이 그 발언을 그대로 옮겨서 기사화된다. 이때 기자들이 어떤 발언을 핵심 키워드로 뽑아서 기사에 많이 인용하는지는 그 자체로 분석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발언정보 소셜 빅데이터 분석 기업 스피치로그를 통해 79개의 언론사의 7월 6일부터 26일까지 3주간의 보도 중에서 ‘여성가족부(또는 여가부), ’폐지‘가 함께 들어간 발언문을 모두 추출해보았다. 이 중에서 통일부 폐지와 부동산정책 관련 발언, 또는 이런 내용과 함께 언급된 것을 제외하고, 여가부와 관련된 발언 내용민을 중심으로 인용이 많은 발언을 재정리해보았다. 여성가족부(또는 여가부) 폐지와 관련된 여러 인물의 발언 중에서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여가부(여성가족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38회 인용)이었다. 두 번째로 많이 인용된 발언도 유승민 전 의원의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34회 인용)라는 발언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도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28회 인용), “보수 쪽 진영은 원래 작은 정부론을 다룬다. 우리나라 부처가 17~18개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좀 많다”(25회 인용),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들”(23회 인용)가 비교적 주요하게 인용되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현재 여가부(여성가족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는 발언도 19회나 인용되었다.

10회 이상 발언이 인용된 발언 중 여가부 폐지에 관한 발언이 인용된 경우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이 전 대표의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31회 인용), “혐오와 분열을 자극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정치는 위험하다”(18회), 여가부(여성가족부)의 부분적 업무조정은 필요하지만, 부처의 본질적 기능은 유지되고 강화돼야 한다(17회 인용),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반대한다”(13회 인용)라는 지적은 언론에서 주요하게 언급되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당사자의 의견은 그다지 많이 인용되지 않았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의 “지난 20년간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 확산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발언이 12회 인용되었고,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의 “최근 여가부(여성가족부)를 둘러싼 국민들의 우려와 지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가 10회 인용되었다.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여가부 장관과 차관의 발언 중 이 내용만 기사에서 인용된 것은 아니다. 김 차관은 “사실 모든 정책이라는 게 사회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발언이 8회, 정 장관은 “성평등 가치를 확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문제를 전담해 해결해 나갈 부처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기능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라는 발언이 8회 인용되기도 했다. 한 사람의 발언이 다양한 발언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었는지를 체크해보면 또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하던지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대표의 발언이 압도적으로 많이 인용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런 방식 이외에 기사 하나하나를 두고 여성가족부 찬성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또는 이번 논쟁에 대한 심도있는 팩트체크를 했는지 등을 나눠서 분석해볼 수도 있겠지만, 발언문 분석 방식만 보더라도 이번 논쟁의 주인공은 유승민, 이준석, 하태경이었으며, 이에 대한 반대 담론을 이끄는 당사자도 이낙연 전 대표임을 알 수 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언론보도에서조차 정작 여성가족부 당사자의 발언보다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주요하게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여가부 폐지라는 담론이라면, 여성 당사자의 의견이 보다 많이. 또는 동등하게 등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언론보도에서 11회 이상 인용된 발언문 분석 (7월6일부터 7월26일까지 총 1072건의 기사 분석 결과)
▲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언론보도에서 11회 이상 인용된 발언문 분석 (7월6일부터 7월26일까지 총 1072건의 기사 분석 결과)

한편, 스피치로그의 트윗 분석결과에서는 여가부 폐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7월6일부터 26일까지 트윗 본문에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가 들어간 트윗 추출 (RT 제외)해서 여가부 폐지에 대한 찬반을 분석해보니 리트윗 100회 이상의 트윗글 대부분이 반대의 목소리였다. 언론이 정치인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 시민의 담론이 언론보도의 질을 뛰어넘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볼 일이다.

여가부 폐지 담론은 새로운 것이 아니기에 누가 뭐라고 했다는 것보다는 대한민국의 성평등을 위해서 정말 어떤 담론을 펼쳐야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보도가 늘어나야 한다. 여가부 폐지 찬반토론 따위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젠더갈등’ 운운하면서 억지 화합을 유도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성차별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이 필요하다.

▲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트윗에서 100회 이상 리트윗된 트윗 전문
▲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트윗에서 100회 이상 리트윗된 트윗 전문

 


# 스피치로그 데이터 수집 현황

1. 뉴스 : 87개 언론사의 5개 섹션(정치·경제·사회·국제·문화) (2021년 7월)
① 중앙일간지 및 지상파, 종편   ② 포털 제휴 언론사   ③ 지역지

2. SNS : 트위터 전체 검색 및 6080개 계정 (2021년 7월)
① 키워드에 대한 트위터 전체 검색 수집
② 시사 분야에 대한 표본 수집 6080개 계정-뉴스에 1회 이상 보도된 인물 중 1천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수집

3. 유튜브 : 870개 채널 (2021년 7월)
① 시사 분야 유튜브 채널 중, 1천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 수집

4. 커뮤니티 : 12개 커뮤니티 (2021년 7월)
① 가입자 순으로 시사·이슈·자유·전체글 게시판을 보유한 커뮤니티
② 82쿡, 딴지일보, 뽐뿌, 에펨코리아, 루리웹, 이토랜드, 인스티즈, 보배드림, 인벤, SLR클럽, 오늘의유머, MLBPark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