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은 사실상 국정 무경험자로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는 것 외에 보여준 것이 없다. 문 대통령 비판만으로 내년 대선을 치르려 한다면 작년 총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에서 지난 22일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를 비판한 칼럼이다. 윤 후보에 대해 언론의 평가는 이와 비슷하다. ‘반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현 정부에 대한 대안과 국정비전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 정치참여 선언 이후 한달내내 나온 지적이니 잠시 접어두고 질문을 바꿔보자. 윤 후보는 제대로 ‘반문’했을까. 

▲ 지난 27일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윤석열 캠프
▲ 지난 27일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윤석열 캠프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진행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표본오차 ±3.1%p, 신뢰수준 95%)를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로 1위는 코로나19 대처(28%), 2위가 외교·국제 관계(24%)였고, 부정평가 이유로 1위는 부동산 정책(23%), 코로나19 대처 미흡(23%), 3위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2%)이었다. 약간의 수치차이는 있지만 7월3주차 조사도 긍·부정 평가 이유에 대한 순위는 같았다. 

이는 윤 후보가 지난달 29일 정치참여를 선언한 이후로 확대해보면 7월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 1위는 코로나19 대처(29%), 2위는 외교·국제 관계(20%), 부정평가 이유 1위는 부동산 정책(35%),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0%) 등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역시 약간의 수치만 다를 뿐 7월1주차 조사에서도 같은 이유가 꼽혔다. 

‘반문’을 하기 위해선 결국 부동산 정책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코로나 대처 중 미흡한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윤 후보의 첫 민생행보는 ‘원전’ 행보였다. 지난 5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났고 다음날 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연평해전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며 자신의 안보관을 드러낸 이후 카이스트를 방문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현 정부의 원전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과거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탈원전 정책을 비판할 수 있지만 이미 재난으로 규정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오염수까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 발언이다. ‘반문’에만 집중하다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 7월4주차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부정 평가 이유. 자료=한국갤럽
▲ 7월4주차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부정 평가 이유. 자료=한국갤럽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보면 최근 4주 내내 문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원전정책을 꼽은 응답자는 1~2% 수준이다. ‘반문’이라는 이미지는 심어줄 수 있지만 사실 첫 행보로 이틀씩 할애할 만한 이슈는 아닌 것이다. 

게다가 대전 방문에서 실수가 나왔다. 한 호프집에서 진행하는 탈원전 반대 토론회에 깜짝 참석하겠다며 예정에 없던 일정을 추가하면서 사람이 몰렸고, 방역수칙 위반으로 경찰이 신고가 들어가는 소동이 벌어져 언론에 보도됐다. 코로나 관련 이슈에서 오히려 아마추어의 모습을 보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잘하고 있다는 여론이 꽤 높은 가운데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층이 있다. 긍정평가 요소는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도 확진자 수가 적고 백신접종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점이지만 세부적인 방역지침이나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코로나 관련 행보도 없지 않았다. 지난 20일 대구 의료진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민란’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의료진 격려 행보가 가려졌다. 지난 22일 서울시간호사회를 찾아 역시 의료진을 격려하는 자리였는데 이 자리에서 화제가 된 건 “여의도 정치가 따로 있고 국민의 정치가 따로 있나”였다. 역시 의료진 격려가 묻혔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매일경제 20일자 윤 후보의 인터뷰를 보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 정부는 수요만 억제하려고 한다”며 “서울 도심, 핵심지의 용적률을 대폭 풀어줘서 주상복합의 형태로 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청년의 상실감이 크다’는 질문에는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 지난 2일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을 방문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사진=윤석열캠프
▲ 지난 2일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을 방문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사진=윤석열캠프

 

여론조사를 보면 현 정부의 최대 실정이 부동산정책이라고 꾸준히 나오는 것에 비하면 답변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대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이에 비하면 여권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주택 정책에 비해서도 초라하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문제·고용 부족, 노동정책·노사갈등 등은 각각 1%로 나타났다. 유력 경제지와 경제정책에 대한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주 120시간 노동’이 부각됐고, 가장 중요한 부동산에 대한 부분은 유권자들에게 인상을 주지 못했다.

윤 후보가 ‘반문’을 자양분 삼아 야권의 1위가 되긴 했지만 다른 정권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반문’하기 좋지 않은 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 5년차 1분기 평균 문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35%, 부정평가는 56%로 나타났다. (7월4주차의 경우 대통령 긍정평가 40%, 부정평가 51%) 

▲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빨간 부분이 5년차 1분기 (박근혜 정부는 4년차 4분기). 자료=한국갤럽
▲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빨간 부분이 5년차 1분기 (박근혜 정부는 4년차 4분기). 자료=한국갤럽

 

이에 비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차 1분기 긍정평가 25%, 부정평가 62%,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같은 시기 긍정평가 16%, 부정평가 78%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5년차 1분기 조사가 없고, 4년차 4분기 조사에서 긍정평가 12%, 부정평가 80%를 기록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집권말임에도 반문재인층이 넓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반문 표심을 확보하려는 더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일각에선 보통 5년차에 대통령 측근 비리가 터지며 지지율이 폭락하는데 현 정부에선 측근 비리가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아 지지율이 높다고 분석한다. 집권 5년차, 청와대가 아니라 오히려 윤 후보와 주변인사들 논란이 더욱 시끄럽다. 이래저래 정치 초보자이자 반문주자인 윤 후보에게 문 대통령은 커다란 벽이다. 

자세한 여론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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