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심사 평가표가 조작되거나 위조 혹은 변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 불기소 이유 통지서)

검찰이 2014년도 하나고 편입학 전형의 1차 서류심사 평가위원인 이씨와 조씨가 매긴 평가표에서 다른 사람의 필적을 발견했음에도 행정실무자가 서명을 대필한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심사 평가표 조작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의 하나고 입시 비리 의혹 사건 수사는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검사 김동규)은 지난 26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 이태준 전 교장, 정철화 전 교감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한 것.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앞서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으나, 이듬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201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명을 재차 고발했다. 면접관 2인이 진행한 면접 점수표에 4인의 필적이 있는 걸 발견한 이후였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목전에 두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검찰은 “전형위원 이씨, 조씨는 전형위원들이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를 (진행요원) 문씨 등 행정실무자가 정리하면서 서명을 대필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가 조작되거나 위조 혹은 변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전형위원인 이씨와 조씨의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형위원 이씨는 검찰에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의 비교과영역, 학습계획서, 추천서 부분에 동그라미 체크를 한 후 진행요원인 문씨에게 넘겨 문씨가 이씨(본인) 대신 서명하도록 했고, 2단계 개별면접 평가표는 직접 작성해 당시 하나고 전형계획에 따라 이 사건 편입학 전형을 정상적으로 진행했고, 이 사건 편입학 전형 과정에서 피의자들로부터 부탁, 위협, 압박 등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2014년 하나고 편입학 전형을 총괄하고 직접 채점도 했던 입학홍보부장이다.

또 다른 전형위원인 조씨도 검찰에 “1단계 서류심사 평가를 한 후 서명은 내가 하고 나머지 응시자 성명, 출신 고등학교, 교과영역 등 부분은 진행요원인 문씨가 정리해 작성한 것 같다”고 말한 뒤 “이 사건 편입학 전형 과정에서 피의자들로부터 부탁, 위협, 압박 등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이씨와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진행요원 문씨는 검찰에 전형위원 조씨와 다른 진술을 했다.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문씨(본인)는 이씨 명의의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의 평가자의 성명과 학교명을 대필한 것 같다고 진술하나 자신이 평가한 것이 아니고, 조씨의 1단계 서류심사 평가표 작성에는 관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8일 성명을 내고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검찰의 선택적 정의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동아일보 사주 자녀의 하나고 편입학은 2014년 8월에 벌어진 일이고, 8월이면 7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검찰은 1년 9개월의 시간 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가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어 “평가위원은 2명인데 ‘서류 및 면접 평가표’에서는 총 4명의 글씨가 발견됐다. 평가위원 외의 제3, 제4의 인물이 평가표를 작성한 것이다. 이는 평가표 대리작성으로 명백한 입시 비리다. 그러나 검찰은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에 따라 평가표 조작이 아니라 미흡한 행정 처리 탓에 벌어진 단순 실수로 다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현재 하나고 이사장은 32대 검찰총장을 역임한 김각영이고, 문제의 인물인 동아일보 사주 자녀는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 중이다. 하나고 입시 비리가 밝혀지지 않는 이유, ‘봐주기 수사’가 진행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검찰과 언론재벌, 비리 사학의 특권카르텔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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