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도쿄올림픽 중계에서 일부 국가·선수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했다는 논란을 두고 언론 관련 시민단체도 비판을 높였다.

앞서 MBC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 중계 당시 국가별 소개 영상으로 우크라이나에 구소련 시절 체르노빌 원전 참사, 이탈리아에 피자, 아프가니스탄은 양귀비(아편 원료) 사진을 쓰는가 하면, 마셜제도에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 자막을 달았다. 무지를 기반으로 타국을 희화화한 연출에서 나아가 저소득국가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쓰기도 했다. 이틀 뒤 25일엔 남자 축구 B조에서 대한민국과 붙은 루마니아 선수 라즈반 마린의 자책골을 두고 “‘고마워요’ 마린”이라고 조롱성 자막을 달았다.

MBC는 올림픽 개막식과 관련해 23일 중계를 맡았던 허일후 아나운서의 사과에 이어 24일 입장문을 내어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5일 축구 자막으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자 26일 박성제 MBC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7월23일 개막한 도쿄올림픽 중계 관련 논란에 대해 7월26일 박성제 MBC 사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MBC
▲7월23일 개막한 도쿄올림픽 중계 관련 논란에 대해 7월26일 박성제 MBC 사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MBC

언론인권센터는 26일 “앞으로 MBC는 한국 시청자뿐 아니라 물의를 일으킨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 변화하는 모습과 구체적인 개선책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부의 성찰과 반성은 진심으로 이뤄진 것인지, 당장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논평했다.

언론인권센터는 “MBC 올림픽 중계는 재미도 센스도 예의도 없었다. 그러나 재미 이전에 고려되어야 할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며 “실무진들이 일차적으로 자료화면을 수집하고, 선정된 자료 화면을 검수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언론사로서 데스크의 기능을 상실한 무책임하고 무능한 변명일 뿐”이라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이날 “MBC 올림픽 중계사고는 ‘참사’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라며 “더 큰 문제는 MBC 방송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라 꼬집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중계에서도 MBC는 키리바시를 ‘지구 온난화로 섬이 가라앉고 있음’, 차드를 ‘아프리카의 죽인 심장’ 등 문구로 소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주의)를 받은 바 있다. “반복되는 잘못은 결코 실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언련은 “특히 최근 취재윤리 위반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참담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 제작부터 검수에 이르기까지 전반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해야 하는 이유”라며 “MBC는 대국민 약속이 공언(空言)에 그치지 않도록 구성원 의식개선과 더불어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 촉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향해서도 민언련은 “MBC의 부적절한 올림픽 중계가 반복된 점을 감안해 엄정히 심의하여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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