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부가 방북 승인을 거쳐 북한을 다녀온 기자들의 방북기를 사전 심의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중앙, 동아, 한겨레, 말지 등 올해 들어 방북기를 게재한 언론사 기사에 대해 팩스 등을 통해 원고를 받아본 다음 민감한 부분의 삭제 및 수정·가필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기부측도 원고를 사전에 받아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전 검열을 받았던 한 기자는 “통일부는 물론 안기부쪽에서도 관련 기사를 검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일부측은 북한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김일성 항일투쟁등 남북간에 이견이 존재하는 학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 등을 주요 심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해당 언론사에선 “객관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는 내용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 8·10월 북한을 다녀온 동아일보 방북취재단의 경우 북체제를 미화할 소지가 있다며 통일부측이 문제를 제기해 금수산 주석궁등과 관련한 기사내용 등 상당 부분을 수정했다.

이와 함께 12월호에 방북기를 게재한 말지도 김일성 부자 우상숭배 우려 등의 이유로 관련 부분이 수정됐고 이 과정에서 실무자측간에 적지 않은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통일부측의 이같은 기사 수정 요구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정부의 승인을 얻어 방북하는 경우 사후 방북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통일부측은 언론사 방북에 앞서 보도 등에 관해 사전에 협의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있다. 최근 봇물터진 금강산 취재기는 이러한 남북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통일부측의 사전 검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북한의 초청장을 받아 통일부 승인을 얻어 북한을 다녀온후 작성된 방북기는 남북교류협력법, 특수자료지침 등에 따라 사전 심의를 받아야하고 만일 이를 어길 경우 사법 처리를 받을 수도 있다.

통일부 교류협력 2과의 한 관계자는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지휘·조정권을 정부가 갖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보도 이전에 기사 내용을 볼 수밖에 없다”며 규정에 따른 절차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기본적으로 민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현재와 같이 국가보안법 등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필요악’적 기능은 인정하지만 당국자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성격이 짙고 시대 변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언론사의 방북 사업이 줄이을 전망이고 남북 보도 역시 과거와 달리 전향적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통일부의 사전 검열을 폐지하거나 최소한의 간여에 그쳐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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