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비후보에 등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 대선 언론검증보도를 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친여매체를 통해 확산하는 것도 여론을 왜곡시키는 태도”라고 비난해 논란이다.

언론계에서는 구체적인 근거나 매체명을 제시하지 않고 친여매체로 규정하고 언론의 대선후보 검증을 확인되지 않았다고 재단하면서 여론조작이라고 성급하게 단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증에 충실한 답변부터 하는 것이 순서인데도, 본인 실책을 반성하기는커녕 언론탓부터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들 대부분은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전달만 했을 뿐 이를 문제제기한 매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21일 드루킹 일당과 함께 댓글순위 여론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자 입장을 내어 “여론조작, 선거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돌연 이번 선거의 여론조작 얘기를 꺼냈다. 윤 전 총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방법의 여론 조작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민들께서 ‘민의를 왜곡하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금도 여론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간호사 간담회 질의응답에서 ‘이번 대선에서도 여론조작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은 어떤 이유에서 했느냐’는 기자 질의에 “여론조작이라고 하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생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현 정권 비리에 대한 것은 어떻게든 덮으려 하고 반대편에 대한 것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건데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친여매체들을 통해서 확산한다는 것도 국민 여론이 정상적으로 생겨나는 것들을 왜곡시키려는 시도”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이 때문에 그런 시도가 처음에는 합법과 불법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 선거 앞두고 급해지면 어느 선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며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렸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간호사회와 간담회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컷브이 갈무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간호사회와 간담회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컷브이 갈무리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세력이 친여매체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확산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댓글 조작 정도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여론조작을 한다는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친여매체라는 표현을 쓰면서 무슨 기준으로 친여라고 규정했고, 어느 매체가 친여매체인지 밝히지 않았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밑도 끝도 없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여론조작 운운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국민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며 “대통령 후보로 나섰으면 자기 말에도 책임질 줄 알고, 명확한 근거와 팩트로 얘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친여매체라 표현한 것을 두고 “언론의 본령은 정치경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인데도 ‘친여매체’라는 말로 언론의 본령을 다하려는 매체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발언”이라며 “해당 언론사가 어디인지 밝히지도 않으면서 그런 표현으로 언론의 비판을 뭉게고 모욕하는 처사에 황당하며, 언론인들이 분노를 느끼게 한다”고 성토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이날 오후 통화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언론을 통해 유리한 내용이 확산될 때는 진실한 것이고, 불리한 내용이 퍼지면 조작이나 공작이라면서 모든 언론보도가 정파적 소비되는 환경이 굳어진 측면은 있다”면서도 “윤석열씨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본인이 단정할 수 있으며 언론이 합리적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을 때 공인으로서 충실히 설명하는 게 먼저”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구체적 내용과 사실관계 정확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없이 여론조작을 했다고 인상비평을 하고 있다”며 “친여매체든 친야매체든 공인에게 문제제기할 수 있는 것이며, 공인은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질문하더라도 충실하게 국민들에 설명하는 것이 합당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국회의 한 출입기자는 이날 통화에서 “무례한 발언”이라며 “자신에 유불리를 따져서 자기 편할 때로 매체성향을 분류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기자는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실책을 생각하지 않고 남탓, 언론탓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파적 보도를 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본인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면서, 몇몇 매체들이 검증에 들어가니 그런 식으로 피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런 것이야말로 여론조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석열 전 총장은 23일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고, ‘친여매체가 어디인지, 그런 분류가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 질의를 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상록 대변인과 김기흥 죄지현 부대변인 등 대변인단도 같은 방식의 질의를 했으나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위와 같은 질의에 “말씀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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