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감시망이 헐거운 지역을 중심으로 언론계 윤리 의식 미달 실태가 심각하다. 5번 넘게 실형을 받고 출소 후 기자로 일하는 극단적 예부터 뇌물·공갈 등 업무 관련 비리로 실형을 받아도 쉽게 이직하는 경우가 발견된다. 범죄 이력이 사회적 차별로 이어져선 안되지만 최소한의 도덕성 검증 원칙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남 하동군의 A기자는 확인된 범죄 이력만 5가지다. 사기, 뺑소니, 상해, 도박 등이다. 2018년 8월, 상해죄로 징역 3월을 받고 만기 출소한 후 지역 주간지 기자로 일했다. “A씨가 기자를 해도 되는가?” 지역에선 이런 비판이 팽배했다. 그러던 중 A기자는 또 구속됐다. 지난해 7월 필로폰을 투약하다 적발된 것. 징역 10월 실형을 받았다. 그런데 출소 직후 같은 매체에 복귀해 군청을 출입한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공무원 폭행·협박 사건’으로 알려진 제천 기자 사례도 논란이다. 두 제천 주재기자가 특정 관급 계약에 문제를 제기하며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기소된 사례다. 재판이 시작되며 혐의가 알려지자 B기자는 회사에서 면직됐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후 한 충청권역 종합 일간지 기자로 이직했다. 지역사회에선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인데 이직이 정말 쉽다”는 힐난이 나왔다.

동료 기자를 칼로 찔러 실형을 받은 후 복직한 기자도 있다. 2007년 청주시 소재의 한 충청권 종합 일간지에서 일했던 C기자다. C기자는 당시 기사 편집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회사 편집기자와 말다툼을 했고, 홧김에 편집기자, 싸움을 말리던 이 등 2명을 칼로 찔렀다.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C기자는 2015년부터 한 온라인매체 충북본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모두 지역사회에서 언론사의 낮은 윤리 의식이 지탄 받은 사례다. 범죄 이력은 강조하는 순간 낙인 효과를 낳고 사회적 차별로 이어져 세심하게 검토할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공익에 복무하는 직무 특성상 언론인은 도덕성 검증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에선 사회적 차별의 부당성보다 검증의 최저 기준조차 정하지 않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민언련 2007년 6월 성명. 청주 소재 언론사의 한 기자가 동료 기자를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한 후 낸 성명이다. 사진=충북인뉴스 기사 갈무리
▲충북민언련 2007년 6월 성명. 청주 소재 언론사의 한 기자가 동료 기자를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한 후 낸 성명이다. 사진=충북인뉴스 기사 갈무리

 

보도 파급력·공신력… 언론인 도덕성 검증 불가피

부실한 도덕성 검증은 그 자체로 문제다. 언론은 보도의 전파력이나 높은 공신력 등을 가져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객관성, 공정성, 청렴성 등의 윤리를 준수할 공적 책임도 그만큼 커진다. 이에 따라 언론사는 소속 직원이 공적 책임을 질 자격이 있는지 감독할 의무를 가진다. 각종 언론인 협회의 윤리 강령이 철저한 사익과 공익의 분리를 강조하고 영향력을 이용한 위협·위계, 금품·향응 수수 등을 엄밀히 금하는 이유다.

직업윤리 외에 일반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도 강조된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음주운전 비판 기사를 쓰는 기자가 음주운전을 했다면 그 기자를 신뢰할 수 있을까”라며 “사회를 감시·견제하는 공익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자란 사실 자체로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범죄자 기자’ 논란은 검증이 헐겁다는 방증이다. 가장 흔히 발견되는 문제는 ‘쉬운 이직·복직’이다. 전북 진안 D 주재기자의 공직선거법 위반도 널리 알려진 예다. 2018년 이항로 전 진안군수가 주민들에게 금품을 살포하는데 공모해 징역 1년 6월을 받았다. 만기 출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언론사로 복귀해 다른 지역 주재기자로 일한다.

지역 언론을 감시하는 충북·전북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자질 검증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기초 지자체 단위로 들어갈수록 문제가 심각했다. 지역언론은 크게 광역시나 도 단위 중심의 광역 단위 종합지와 기초 지자체를 취재하는 기초 단위 지역지로 나뉜다. 이 기초 지역지는 설립은 자유롭지만 견제·감시를 받지 않아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 광역 단위 종합지의 지역 주재 기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본사에 소속되는 대가로 광고 영업을 하는 ‘사업자’로 계약한다. 본사는 이들의 광고비 입금 여부만 확인할 뿐 계약 전·후로 어떤 검증도 거치지 않는다는 게 언론 감시단체들의 평가다.

일부 신생 소규모 매체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같은 문제가 서울의 공신력있는 매체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한 뉴스통신사의 E 부국장은 비판 기사를 쓰지 않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8500만원을 받아 2018년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E 부국장이 대가로 요구한 금액은 2억5000만원이었다. 그는 출소 2년 후 한 경제지의 탐사보도국장으로 임명돼 근무 중이다. 또 다른 경제지에서는 회사 직원을 때리고 추행해 2019년 실형을 받았던 F 편집국장이 집행유예로 판결이 확정된 후 다시 편집국장으로 복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과 공개 순간 ‘범죄자 낙인’ 무시 못해…해법은

범죄 이력을 드러내는 순간 낙인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있다. 사건의 경중과 성격이 사안 별로 다르므로 ‘전과=기자 자질 부족’ 같은 도식화는 위험하단 지적이다. 이에 따르면 직무 관련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검증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사적인 사건이라도 강간·살인 같은 범죄와 음주운전, 명예훼손 등의 범죄는 구분해야 하고 초범인지, 아니면 재발 염려가 될 만큼 수회 처벌을 받았는지도 구분된다. 범죄 이력이 여러 개더라도 사건 맥락을 파악해 정당방위인지, 의도적인 일탈인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과가 죽기 전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범죄 이력은 형실효법이 정한 일부 직업을 제외하면 공개할 의무가 없다. 현행법은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아동·청소년 기관, 의료기관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범죄경력이나 수사경력 자료를 공개하도록 한다. 민간기업인 언론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언론사가 채용 과정에 범죄경력자료를 요구하면 인권침해이자 불법이다.

그렇다고 해이해진 도덕성 검증을 넋 놓고 볼 수 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언론사와 관계 기관들이 최소한의 기준만 정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희 사무국장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보면 음주운전도 3번 이상하면 파면하는 등 구체적으로 규칙을 정해놨다”며 “언론사도 각자 사규로 ‘같은 불법 행위를 ○회 저지르면 면직한다’거나 ‘직무 관련 범죄로 기소되면 직무 배제하고, 벌금 ○○만원 이상 선고 시 면직한다’ 등의 가이드라인을 세워 공통 약속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전북기자협회는 윤리규약을 개정해 지역 언론인들의 불법·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 근거를 신설했다.
▲2019년 전북기자협회는 윤리규약을 개정해 지역 언론인들의 불법·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 근거를 신설했다.

 

‘가이드라인’ 실무적 접근부터 지역 언론 생태계 복원까지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자정 작용의 예로 2019년 개정된 전북기자협회 윤리규약을 들었다. 전북기자협회는 ‘언론사 대표나 기자가 취재, 편집, 보도와 관련한 비리로 벌금 100만원 이상 사법처리’를 받거나 ‘회원·회원사로써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를 징계 대상에 신설했다.

근본적으로 지역 주재 기자들의 ‘영업 대상’인 지자체의 대응도 중요하다. 손 사무국장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사회 분위기도 바뀌면서, 언론계 윤리 의식과 지자체의 인식도 과거보다 나아졌다”며 “익산시 경우 언론 지원 조례를 만들며 출입기자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1년 이상 홍보비 지원을 중단한다’고 정했다”고 말했다. 2019년 관련 조례를 만든 수원시도 직무 관련 위법행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형 집행 종료 시부터 2년까지, 금고 이하 형이면 형 집행 종료 시부터 1년까지 지원을 중단한다고 정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유사 언론’과 언론계를 구분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사나 전국 권역 종합 일간지 등의 주요 매체들은 기자들의 윤리 위반을 철저히 관리해 앞선 사례와 같은 문제는 발견되지 않는단 지적이다. 유사 언론은 “설립 요건만 갖춰, 보도 기능보단 지자체 광고 영업에만 매진해 언론을 참칭하는 언론사”다. 심 교수는 “지역에도 좋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있지만 유사 언론의 사건·사고가 ‘언론계 전반의 문제’로 그려지면서 좋은 언론인들이 다같이 ‘사이비’처럼 매도된다”고 우려했다.

▲전국공무원노조 하동군지부가 지난해 10월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왼쪽)과 하동군민 1600여명이 하동군청에 제출한 특정 기자들의 갑질을 규탄하는 청원서.
▲전국공무원노조 하동군지부가 지난해 10월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왼쪽)과 하동군민 1600여명이 하동군청에 제출한 특정 기자들의 갑질을 규탄하는 청원서.

지난해 ‘사이비 언론’ 근절을 선포했던 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의 조창종 본부장도 “언론을 비즈니스로만 아는 사이비 언론의 퇴출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언론사들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광고에만 관심이 있는데 그건 언론이라 보기 힘들다. 악의적으로 보도해 놓고 광고를 요구한다. 이건 민주주의 파괴행위”라며 “이런 언론에 지자체 홍보비가 나가는 건 세금 낭비란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광고주’들부터 언론에게서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장과 사이비 언론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개선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자기 치적을 좋게 적어주고, 비판 보도 관리도 용이한 기자가 (지자체 입장에서) 편하니 문제가 있어도 적당히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는 “나쁜 언론은 도태되고, 좋은 언론이 자라나게 할 원칙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법이나 근로자 4대 보험 가입을 지키지 않는 언론사는 출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해관계가 엮이지 않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언론계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손주화 국장은 “언론 개혁의 수레는 한 바퀴가 끌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언론사, 지자체, 각종 협회 및 기관, 그리고 시민사회가 다 같이 한 축으로 움직여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북의 한 G기자는 “지역 시민 사회가 살아있어 언론에 견제력을 발휘하는 게 제일이지만 지금 지역사회는 괜찮은 활동가 1명을 키우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G기자는 윤리강령을 세우는 실무적인 고민보다 지역 언론 생태계가 무너진 근본 문제를 지적했다. G기자는 “지역엔 좋은 언론이 살고, 나쁜 언론이 도태되는 구조는 없다. 유사 언론이 기존 방식으로 돈 벌기 쉬운 현실만 남아 있다”며 “아무도 지역 신문사가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풀뿌리 언론이 설립돼도 생존 자체가 힘들다. 전과자 기자 논란 등 언론계의 퇴행은 건전한 언론이 지속가능할 수 없는 구조와 떼래야 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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