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치선언 이후 이렇다 할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훈훈한 미담은커녕 각종 의혹에 시달리거나 말실수로 스스로 점수를 깎아먹고 있다. 이에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지지율은 대체로 정체를 보이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언론의 평가도 박하다. 

16일 동아일보 “윤석열-최재형, 정치 그릇 누가 더 큰가”를 보면 “윤 전 총장 발언에서 ‘어떤 정치를 어떻게?’에 대한 생각이 명료하지 않으니 허전함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고, 20일 중앙일보 “비전은 없고 정치공학만 남았다”는 칼럼을 보면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문은 반문재인으로 가득 차 있다.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 수준의 선문답”이라며 “구체적이고 현실감 넘치는 처방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19일 중앙일보 “위기의 윤석열”이란 제목의 칼럼은 더욱 비판적이다. “요즘 그의 행보도 불안하다”, “밑천이 빨리 드러난 느낌이다”, “대선주자가 가져야 할 생명과도 같은 비전과 공감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무슨 자신감인지 주변에 무게 있는 정치인 멘토나 참모를 두지 않는다”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여전히 윤 전 총장 관련 기사에서 그에게 우호적인 논조를 보이는 신문들도 오피니언면에선 거리감을 두는 분위기다. 

▲ 지난달 29일 정치참여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윤석열 캠프
▲ 지난달 29일 정치참여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윤석열 캠프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달랐다. 조선일보에는 최근 윤 전 총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칼럼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 오피니언면에 윤 전 총장이 등장한 건 지난 19일이다. “제3기 국수주의·민중주의 정권 막으려면”에서 “윤석열·최재형 두 사람은 야권의 올바른 정체성 확립에도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아직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만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언론의 의혹제기를 정치공세로 전환

윤 전 총장에게 제기된 의혹을 다루는 방식 역시 기술적이다. 

지난 19일 한겨레는 윤 전 총장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에게 골프접대와 향응 선물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전 회장의 일정 기록 등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는데 윤 전 총장은 이를 “출처를 알 수 없는 ‘일정표’”라고 규정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조 전 회장 측 기록에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은순씨까지 등장해 윤 전 총장이 10여년 간 조 전 회장을 만난 적 없다는 해명 역시 의혹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다음날인 20일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해 정쟁으로 치환했다. 첫째는 의혹보다는 윤 전 총장 해명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기사 제목은 ‘접대골프 의혹에…윤석열 “악의적 오보 그런 사실이 없다”’였다. 

해당 기사는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야권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일부 언론의 의혹 보도에 대해 ‘범죄 행위가 드러난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다”로 시작했다. 한겨레 보도인데 이를 ‘일부 언론’으로 표기하며 기사에는 여권 인사들이 해당 사건에 대해 의혹제기한 내용을 부각했다. 

▲ 20일 조선일보 윤석열 골프접대 관련 기사
▲ 20일 조선일보 윤석열 골프접대 관련 기사

이 의혹에 대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쓴 글과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의 해명을 길게 덧붙였다. 이 의혹은 조 전 회장의 일정기록에 나온 것을 근거로 한 의혹이지만 기사만 보면 마치 여야의 정치공세로 변해있었다. 

같은 사건을 중앙일보는 “윤석열 검증 공세, 처가 이어 본인에게로 옮겨갔다”는 기사에서 출처인 한겨레를 밝히며 “골프 접대 및 향응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간단하게 인용했다. 이후 윤 전 총장의 해명을 길게 실었다. 해당 보도 역시 윤 전 총장의 해명 중심의 기사이긴 하지만 조선일보처럼 이를 여야의 정쟁인냥 변질시키진 않았다. 

반기문 만남을 해석하는 방식

윤 전 총장이 보이는 행보에 대한 평가도 다른 매체들과 달랐다. 지난 15일 윤 전 총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올들어 반 전 총장은 ‘제3지대에서 대권후보로 나서려 했지만 중도사퇴한 주자’로 윤 전 총장 기사에 많이 오르내렸다. 윤 전 총장이 반 전 총장을 만나면 그의 중도사퇴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마련이다. 

다음날인 16일자 경향신문 관련 기사 제목은 “‘대선 중도 하차’ 반기문 만난 윤석열”였고 부제는 “2017년 ‘제3지대’ 실패, 반면교사 삼으려는 듯”이라고 달았다. 진보성향의 신문이라 이를 부각한 걸까?

같은날 한국일보 보도가 더 비판적이다. 제목이 “흔들리는 윤석열…반기문 회동도 ‘전략 실패’ 지적”이다. 반 전 총장이 제3지대로 나섰다가 실패한 인사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그를 만나면 당연히 이목은 반 전 총장의 ‘실패’ 이력에 집중된다는 게 한국일보의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반 전 총장은 ‘(내가 도중하차했던) 그때 정치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고 했지만 이번 회동은 결과적으로 윤석열이 제2의 반기문이 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 16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한국일보 기사
▲ 16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한국일보 기사
▲ 16일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 16일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이를 고려한 듯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강조했다. 

기사 제목을 ‘반기문 만난 윤석열 “손해 보더라도 내 갈길 간다”’로 뽑고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민의힘에 당장 입당하기보다는 장외에서 중도층 외연 확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 전 총장의 중도사퇴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그런 터라 윤 전 총장이 대선 준비와 관련한 조언을 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이쯤되면 야권의 1위 주자라는 점에서 흠집내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른 매체에선 다 나오는 의제를 보도하지 않거나 유리한 국면에만 보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여론 왜곡이다. 조선일보 지면을 보면 7월 한달간 ‘이동훈’이란 이름이 딱 세 번 등장한다. 자사 논설위원 출신으로 윤 전 총장의 첫 대변인을 맡았다가 업자에게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인물이다. 

세 개의 기사 중 두 개의 기사는 이 전 논설위원이 경찰조사를 받고 나와서 “여권 인사가 자신에게 찾아와 Y(윤 전 총장)를 치자고 회유했다”는 발언을 보도한 것과 해당 발언에 대해 동조하는 윤 전 총장의 입장을 담은 기사였다. 이러한 보도행태가 윤 전 총장 보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조선일보는 ‘위기의 윤석열’의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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